놈놈놈, 왜 인기인가 보았더니

놈놈놈에 대한 기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난 하나도 보지 않았다. 이미 놈놈놈을 보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미리 알고 가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역시 안보고 가길 잘한 것 같다. 그리고 놈놈놈을 아직 안보신 분들은, 그리고 조만간 놈놈놈을 보실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으시고 놈놈놈 보시고 난 후 마저 읽어보시기 바란다.

어제 놈놈놈을 보고 난 후 이제 마음 놓고 기사를 읽어보았다. 스토리나 평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관객수가 증명하듯 스토리나 평론에 억매일 놈놈놈이 아닌 것 같다. 분명 스토리의 엉성함은 있다. 따지기 시작하면 엄청 허술한 것이 놈놈놈이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놈놈놈에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매력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1. 정우성

오랜만에 보는 정우성의 얼굴과 자태는 기대 이상이었다. 놈놈놈은 마치 정우성을 위한 영화같이 느껴졌다. 그만큼 정말 멋지게 연출했고, 실제로 멋지기도 했다. 특히 한손으로 줄을 잡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긴 기럭지와 긴 팔로 장총으로 적을 한발씩 맞춰나가는 것은 남자가 보아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멋있었다.

말은 또 왜 그리 잘타는지. 역주행하며 일본군 사이로 종횡무진 할 때는 슈퍼히어로가 따로 없었다. 몇마디 대사는 없지만 넘치는 카리스마와 샤방함으로 영화를 가득채워준 정우성은 놈놈놈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인 것 같다.


2. 액션

첫장면부터 웅장한 사운드와 영상으로 사람들을 압도한다. 스토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인공들의 이름을 외우기도 전에 이들의 한판 승부는 시작된다. 당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하고 스피디한 액션은 가슴 속에 스트레스를 싹 날려주었다.

놀라웠던 것은 CG도 없고, 스턴트맨도 없이 100% 리얼액션이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위험했던 장면이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그런 장면들을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이 몸값 높은 대스타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찍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래서 더 리얼하고 재미가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3. 반전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명성대로 였다. 손가락 귀신의 정체는 식스센스 못지 않은 반전이었다. 스토리가 엉성한데도 불구하고 반전의 묘미는 충분히 살린 것 같다. 마치 반전을 염두해두고 반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레벨이 있는 스릴러에서나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란 소재를 놈놈놈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이 놀라웠다. 난 정우성도 멋있었지만, 송강호의 맛깔나는 연기가 더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반전의 가운데 송강호가 있었기에 스토리의 미비함을 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눈요기 실컷한 영화였던 것 같다. 전지현의 여친소가 이런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심형래의 디워와 비교되고 있는 놈놈놈은 디워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심형래가 추구했던 영화가 아마도 놈놈놈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모두 멋진놈인 것 같다. 액션은 남성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정우성, 이병헌은 여성관객을 끌어드린 것 같다. 벌써 200만명을 넘어섰다니 참담했던 국내영화가 새롭게 다시 성장을 시작한 것도 같다. 놈놈놈 안봤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