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

임재범의, 임재범에 의한, 임재범을 위한 바람에 실려

이종범 2011. 10. 6. 06:56


임재범의 바람에 실려를 보았다. 참 희안한 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과 음악과 예능을 섞어 놓은 새로운 장르의 새로운 시도가 아닌가 싶다. 바람에 실려는 임재범과 연예인들, 그리고 밴드들이 함께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을 횡단하며 음악을 만드는 음악 여행인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요즘, 신선하고 깔끔한 맛의 버라이어티인 것 같다.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메인MC가 임재범이라는 것이다. 지상렬이 MC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바람에 실려에 있어서 가장 구심점이 되는 존재는 역시 임재범이다. 

다른 사람들은 임재범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 이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가 임재범 중심으로 철저하게 짜여졌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임재범의 캐릭터가 워낙 강한데다가 첫회를 보니 임재범이 메인이 아니면 이 프로그램은 제작 자체가 불가한 것처럼 보였다. 또한 음악 여행인만큼 확산성과 충성도가 높은 캐릭터가 필요한데 그건 임재범이 가장 적격이기도 하다.

미국으로 가는 것이기에 영어도 되어야 하는데, 임재범은 영국에서 활동을 하였었고, 영어도 유창한데다 그 문화도 잘 알고 있다. 또한 가창력이야 나는 가수다에서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레전드로 각인되었다. 독특한 그만의 세계가 있고, 호랑이로 불릴만큼 강한 인상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에 바람의 실려는 처음부터 임재범을 염두해두고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프로그램일 것이다. 

카타르시스


바람의 실려의 첫회를 보고 설레이게 되었다. 임재범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길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한 싱어의 음악을 듣다가 급 제안을 하게 되고, 협연을 하게 된다. 임재범의 노래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노래에 맞춰 춤까지 춘다. 외국인들이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임재범에게 국가의 이미지를 이입하게 되고, 자랑스런 한국인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다. 또한 극적인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동양의 한 카우보이 쓴 남자가 부르는 노래.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노래에 매료되는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저게 바로 한국의 레전드다!라는 자긍심을 갖게 만든다. 

또한 미국의 드넓은 대륙을 횡당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멋진 풍경들을 보여주게 될텐데, 이는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해주기도 할 것 같다. 1박 2일이나 런닝맨 모두 이런 장치를 염두하고 만든 것처럼, 바람에 실려 또한 미국의 각 명소 혹은 숨겨진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그 풍경을 배경 삼아 음악을 넣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그 과정을 보여주면서 음악 속에 하나의 스토리를 넣는 작업들이 계속 될 것이다. 즉, 단순한 여행 컨텐츠가 아니라 바람의 실려의 한 장면이 생각날 수 있는 예술 컨텐츠가 되는 것이다.

임재범은 또한 혼란스런 예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 카리스마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심지어 불편하게까지 만들어도 전혀 눈 하나 껌뻑하지 않는 그만의 스타일은 박명수와 이경규가 추구했던 버럭 캐릭터보다 더 강력한 캐릭터이다. 박명수와 이경규는 그들이 만든 네거티브 캐릭터로 인해 방송을 굉장히 편하게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심지어 욕을 할지라도 사람들은 개그로 받아들이고, 용인해주게 된다.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의원도 박명수와 매우 비슷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보다 더 권위와 카리스마를 가진 임재범의 캐릭터는 시청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람에 실려의 인기가 높아지만 높아질수록 임재범의 자유분방한 캐릭터는 더욱 입지가 곤고해지면서 상생하며 성장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리스크


임재범의 카리스마 리더십은 강호동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강호동은 강한 리더십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갔지만, 강호동이 휘청이자 예능 전체가 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강호동이 없어도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심지어는 시청률이 더 올랐다고도 하지만) 그저 불평어린 소리로 밖에 안들린다. 강호동이 빠진 프로그램들은 모두 힘을 잃은 것은 사실이다.

바람에 실려의 무게 중심은 임재범에게 굉장히 많이 쏠려있다. 예능을 처음하는 임재범으로서는 부담감을 강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내공이 있기에 섭외를 했겠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이기에 만약 그가 휘청인다면 프로그램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바람에 실려는 시간이 흐를수록 리스크가 증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임재범이 1년 내내 세계를 여행할 수도 없기에 임재범의 미국 횡단이 끝나면 시즌2로 다른 가수를 섭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임재범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힘이 너무도 세게 때문에 다른 가수로 대체되었을 때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너무 높아서 시즌2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나가수에서 임재범이 빠진 후 힘을 잃은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에 실려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방송이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주옥같은 임재범의 노래를 매주 들을 수 있는데다 임재범과 함께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는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가져다 줄 것이고,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며 바람에 실려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다.

더군다나 일요일 예능은 현재 혼란에 빠져있다. 런닝맨은 이 기회를 얻기 위해 소녀시대까지 대동했지만, 최악의 방송을 하고야 말았다. 강호동이 빠진 첫 주에 시청률을 하나도 빼았아오지 못하고 오히려 빼았겼다. 1박 2일은 강호동 부재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개전투로 보내는 수를 내보였지만, 언제까지 그 수가 먹힐지는 알 수 없다. 남격도 큰 임펙트를 못내고 있고, 나가수마저 조용필까지 섭외했지만, 정체기를 걷고 있다. 바람에 실려는 6%대의 시청률로 이 전 프로그램의 4%보다 높은 시청률로 시작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여주었다. 

현재 시청자는 언제든 바람에 실려로 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임재범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만 전달해준다면 비록 다큐가 되얼지언정 진정성이 있는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시키지 않을까 싶다. 바람에 실려 아름다운 음악과 세상을 비추는 바람에 실려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