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드라마

보고 싶다, 수목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

이종범 2012. 12. 14. 07:28
현재 수목드라마는 SBS의 대풍수, KBS의 전우치, MBC의 보고싶다가 방영중에 있다. 대풍수는 고려 말, 조선 초기에 고려가 어떻게 멸망하고, 조선이 세워졌는지 풍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사극이고, 전우치도 사극이긴 한데 도술을 부리는 장면이 SF적인 느낌을 갖게 해준다. 퓨전 무협 사극이라고 하는데 우뢰매나 백터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고싶다만 유일하게 현대극인데 성폭행과 복수를 기반으로 한 다소 무겁고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는 금기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가장 오랜된 드라마로는 대풍수가 있다. 대풍수는 36부작으로 현재까지 20회가 진행되어 16회가 더 남아있다. 대선과 연말까지 합치면 내년까지 쭉 방영될 예정이다. 내년 2월 쯤에는 좀 기대되는 드라마가 준비 중인데 조인성과 송혜교, 김범이 주연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방영 예정이다. 대풍수가 마무리를 잘 해주면 후속작이 편하게 시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힘이 딸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처음엔 대풍수를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 풍수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풀어간다는 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풍수학적인 깊이보다는 일반 사극과 다를바 없는 정치적인 음모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에 치중되면서 밍숭맹숭한 스토리가 되어버렸다. 출생의 비밀이나 멜로라인도 이제는 약발이 먹히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보다 화려한 액션과 풍수학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자미원국을 찾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면 뒷심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성의 연기나 지진희의 연기 때문에 계속 보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다음은 전우치다. 전우치의 시청률은 보고싶다와 비슷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전작인 착한남자가 송중기의 활약에 의해 18%라는 좋은 시청률을 넘겨준 덕분에 현재의 11%라는 시청률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가장 기대가 컸던 드라마가 전우치였다. 이미 영화로 잘 알려져 있고, 영화의 스토리라면 옥탑방 왕세자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도술이 들어가니 말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도술을 부릴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장풍이 나갈 때는 더 가관이다. 초등학교 때 우뢰매의 CG도 그보다는 나았던 것 같은데 다시 과거로 회귀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일부러 어설프게 한 줄 알았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기가막혔던 추노의 CG가 영화판에서는 초급수준의 CG라는데, 전우치의 CG는 80년대 CG라해도 믿을만한 수준이다. 

도술을 부릴 때는 연기자가 불쌍해보일 정도로 CG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스토리에 몰입할수가 없다. 그나마 차태현의 연기력이 뒷받침되기에 그 재미에 보고 있다. 이치와 전우치가 똑같이 생겼는데 극중 사람들은 아무도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막장 드라마인 아내의 유혹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안경 하나 쓰고, 콧수염 붙였다고 아무도 못알아보다니 너무한거 아닌가 싶다. 차라리 1인 2역이 아니라 2인 1역을 하는 것이 더 리얼리티가 살고 혼돈되지 않았을 것 같다. 전우치의 최대 피해자는 이희준이 아닐까 싶다. 넝쿨담으로 담박에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는데, 순식간에 발연기로 전락해버렸으니 말이다. 이희준은 사극 자체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어투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사극톤과는 거리가 멀었고, 약간은 과정되어야 하는 표정 연기 또한 섬세하지 못했다. 거기다 CG까지 한몫하면서 도술을 부릴 때면 잠시 채널을 돌리고 싶을 지경이다. 유이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데, 대사를 하면 왜 말이 없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전우치에 대해서 혹평을 하긴 했지만, 그만큼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소재는 정말 재미있는 소재인데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대로라면 후속작인 아이리스2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목드라마의 다크호스, '보고싶다'이다. 보고싶다는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재가 왕따와 성폭행에 관한 것이다보니 가족과 함께 보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스토리와 연기력으로 소재의 불편함을 잠재운 드라마 중 하나이다.  현재는 11.7%로 수목드라마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 시청률 추이로 보았을 때는 계속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제 유승호의 팬들이 밀어주기 시작하여 점차 바이럴도 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 싶다"의 스토리는 매우 탄탄하다. 게다가 감성적이기까지 하다. 이 추운 겨울에 마음 한켠을 뜨겁게 해주는 무언가가 보고싶다에는 있다. 대사 한줄 한줄이 과거와 연결이 되며 아련함을 가져다주는 보고 싶다는 유천을 연기파 배우로 등극시켜주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유천일 것이다. 옥탑방 왕세자로 이런 연기를 할 줄도 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보고 싶다에서 쐐기를 박는 것 같다. 한정우의 반항적이면서, 순종적이고, 감성적인 복잡한 감정선을 잘 잡고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유승호의 강형준역 역시 매우 복잡한 캐릭터인데 유승호가 잘 소화를 해 내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위해 한정우가 한태준을 잡아 넣도록 계획하고 있는 복수심이 있으면서, 내색하지 않으며 이수연(조이)을 사랑하는 달콤한 절름발이의 대부호역을 잘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정우와 이수연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견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곳이 바로 "보고 싶다"이다. 이수연 엄마 역을 맡은 송옥숙은 김명희역을 너무 잘 소화해 내었다. 이수연을 죽인 강간범이 사건을 재연하는 부분에서 오열하던 모습은 보고 싶다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을만 하다. 초반에 전광렬의 연기도 인상 깊었고, 한진희의 냉혹한 연기나 청소부 아줌마 역의 김미경 또한 이번 주를 끌고 나갔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토리에 있어서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계속 유발해낸다. 이수연을 겁탈한 강간범을 죽인 범인이 누구일지 힌트를 주었지만 아무도 청소부 아줌마라고 생각지 못했다. 당시 시청자들이 꼽은 용의자로는 강형준, 이수연, 김명희였고, 꽤 신빙성 있는 근거로 이 세명을 지목했지만, 범인은 청소부 아줌마였다. 그리고 이번 회에서 또 한명의 용의자가 있음을 알려주었고, 또각 또각하는 소리로 이수연인지 강형준인지를 다시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메세지 또한 꽤 명확하다. 성폭행범들이 얼마나 쉽게 풀려나고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 그리고 피해자의 심정은 어떠하고, 그 가족은 어떤 상황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청소부 아줌마의 딸 보라는 아품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되었고, 이수연은 얼굴을 성형하여 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살게 되었다. 또한 한정우는 집을 떠나 몇십년째 이수연을 찾아다니고 있고, 세가정이 해체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청소부 아줌마는 가해자들을 죽이는 방법으로 복수했고, 한정우는 잘못을 뉘우치게 하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간다. 또한 그런 한정우에게 강형준은 또 다른 복수의 칼 끝을 겨누고 있다. 복수를 안하면 너무나 원통한데, 복수를 하면 모두가 다치게 되는 설정을 만들어 놓아 더 애절하게 만들었다. 

연기력, 스토리, 메시지, 스타까지 모두 완비한 보고 싶다는 수목드라마 최고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부작 중 12회를 마친 보고싶다는 이제 후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새롭게 수목드라마의 돌풍을 일으키지 않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