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드라마

학교2013,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육

이종범 2012. 12. 27. 11:33
학교2013에 대해 여주인공인 장나라에 대해 글을 썼었다. 몰입하기 힘든 이상적인 민폐녀라는 것이 글의 요지였다. 하지만 새로운 의견을 들었다. 바로 가치관에 관한 것이다. 여주인공의 관점에서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의 대립으로 드라마를 본다면 긴장감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생각해보니 정인재의 캐릭터가 이상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사람이 아닌 가치관의 대립 속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KBS 학교 2013 홈페이지



학교2013는 2학년 2반에 두 선생님이 담임이 되면서 나오는 애피소드들이다. 이는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선생님이 휴직을 하면서 기간제 선생님이었던 정인제가 2학년 2반의 담임이 된다. 기간제. 우선 우리 나라의 선생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각 과목별로, 지역별로 임용고시를 보아야 한다. 서울, 경기, 인천, 경북, 전북등 각 지역에 응시를 해서 임용고시를 보아야 하는데 같은 날 같은 일시에 시험을 보기 때문에 교차지원이나 중복지원이 되지 않고 한군데만 찍어서 시험을 봐야 한다. 각 지역별로 가산점 형태도 다르다. 서울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교직이수를 하면 가산점이 크다. 이 점수를 지방대학생들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온갖 가산점을 따기 위해 국어 임용고시를 보는데 요리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당연히 바늘구멍일수밖에 없다. 몇샙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해도 임용이 되어 학교를 배정받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니면 기간제를 선택해야 한다. 기간제는 사립학교에 비정규직으로 뽑는 교사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계약을 한다. 하지만 이 문 역시 매우 좁다. 학교에 그 과목 자리가 나야 하는데 운 좋게 선발되어 들어갈수도 있지만, 보통은 인맥이나 수천만원의 뇌물을 줘서 들어간다고 한다. (뇌물이란 표현밖에는 달리 표현할 것이 없다) 기간제 교사는 항상 약자일 수 밖에 없고, 계약이 연장되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교 2013에서 정인제는 바로 그 기간제 교사이다. 다행히도 정인제의 캐릭터상 기간제를 인맥이나 돈을 주고 들어간 것은 아니고 실력으로 들어간 것 같다. 그것도 가장 경쟁률이 치열한 국어이니 말이다. 정인제는 사회적 약자이자 올바른 교육관과 열정 그리고 신념을 가진 진정한 의미의 선생이다. 교육의 본 가치를 투영한 캐릭터인 것이다.

출처: KBS 학교 2013 홈페이지



반면 2학년 2반에는 새로운 담임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강세찬이다. 강세찬은 세찬학원을 운영하는 스타강사이다. 문학을 가르치는 역시 국어 선생이다. 특목고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의 스타강사이나 불법고액과외를 한 것이 걸려서 사회 봉사 명목으로 들어간 곳이 모교였던 승리고의 선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2학년 2반의 담임을 맡게 된다. 강세찬은 학생들을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 대학갈 수 있는 비법, 즉 수능 위주로 가르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답을 도출해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세찬이 현실적인 캐릭터이긴 하나 이 또한 하나의 가치관을 투영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학 위주의 수능형 수업과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 아이들에게 인성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인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인재는 더욱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되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학교2013의 회가 거듭될수록 강세찬은 장인재와 같은 가치관으로 변해갈 것인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순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최종 목표는 잘 사는 것이다. 청담동에 입성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 잘 살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대기업에 입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기 위해서는 수능을 잘 봐야 하는데,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 수능형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리는 더 깊숙하게 내려가있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과정을 다 떼어야 하고,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과정을 다 떼어야 한다. 유치원은 이로 인해 미리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 유치원이 급증하고 있고, 유치원 전에 다니는 어린이집 차원에서는 놀이학교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다. 어린이집이 보육시설이라면 놀이학교는 교육기관이라고 말한다. 놀이학교는 한달에 백만원가량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 다시 거꾸로 올라가보면 놀이학교를 다니며 3~4살 때 이미 교육의 기반을 다지고, 5~7살에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를 뗀 다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선행학습 시키고, 중학교 때는 특목고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교육을 시키고, 고등학교 때는 수능형 교육을 시켜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대기업에 입사하고, 대기업에 입사하면 안정적인 수익과 지위를 얻어 청담동에 입성하여 부자가 되어 잘 살게 되는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와 학생은 이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다. 

즉, 정인제와 강세찬의 2학년 2반 담임 설정은 단순한 캐릭터 설정이 아니라 가치관의 대립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둘 다 잘 살아보세를 외치고 있지만 한쪽은 경쟁과 정량적 수치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결과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또 한쪽은 협력과 정성적 결과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가치관의 대립의 결과는 2학년 2반이 될 것이다. 

2학년 2반에는 2개의 권력이 존재한다. 하나는 오정호를 중심으로 한 싸움짱. 또 하나는 송하경을 중심으로 한 공부짱. 오정호는 고남순과 박흥수라는 강적을 만나서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계략을 펼치고, 송하경은 전교1등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붕붕쥬스를 마시다 쓰러지기도 하고, 송하경을 누르려는 2,3,4등의 연맹이 결성되기도 한다. 이 권력은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이 낳은 폐해라 할 수 있다. 이를 연합하기 위해서 정인제 선생이 나서게 되고, 모듬 수업이나 개별 면담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학교 2013을 단순하게 캐릭터 위주로만 본다면 뻔하디 뻔한 스토리이지만, 포커스를 바꿔서 가치관이라는 부분에 맞춘다면 보다 긴장감있고, 재미있는 시각으로 학교2013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의 학교2013의 스토리는 계속 반복될테지만 중요한 것은 정인제같은 교사가 계속 나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정정: 1. 요리 자격증 가산점은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2. 기간제 교사는 사립만이 아니라 공립학교도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