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만 즐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 생각도 들지만, 스타들을 앞세운 그런 프로그램들은 자연스럽지도 않고,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푹 빠져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올리브의 '악녀일기'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12시에 하는 악녀일기는 밤 늦게 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닥본사'를 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악녀일기는 이미 시즌 3이다. 시즌 1을 잠시 보긴 했지만, 그 역시 케이블류로 치부되어 보지 않았다. 돈 많은 된장녀들의 더러운 성격을 봐주는 것이 눈꼴 시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3의 에이미와 바니의 이야기는 정말 리얼하면서도 솔직하고, 신선하다.
악녀일기는 말 그대로 악녀들의 일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악녀란 돈많은 된장녀를 일컫는다. 이번 시즌 3에서 나온 에이미와 바니 또한 해외에서 럭셔리한 생활을 해온 부자집 딸들이다. 수백만원짜리의 호텔 스위트룸을 가볍게 긁을 수 있는 능력의 여자들이 펼치는 리얼한 이야기들은 리얼 시츄레이션 스토리라는 새로운 형식이기도 하다.
우리는 부자를 동경하면서도, 동시에 부자를 질투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자는 놀부같이 혹이 하나 달린 배불뚝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명품으로 두른 골빈 여자들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 역시 관심의 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꼭 그들의 삶을 닮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부자들은 어떻게 살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이다.
악녀일기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악녀일기 시즌1,2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정말 악녀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보기 싫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삶이 궁금한 것은 사실이지만, TV에서 내 시간을 내어 봐 줄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악녀라고 하기엔 사랑스러운 그녀들
악녀일기 시즌 3에 나오는 에이미와 바니는 매우 신선하다. 흔희들 악녀들에게 있는 우월의식이나 가식적인 모습 혹은 싸가지 없는 모습보다는 솔직하고, 순수하고, 밝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들이 매력에 어느세 빠져버리고 만다.
에이미와 바니는 수백명의 경쟁자를 뚫고 악녀일기에 캐스팅된 사람들이다. 호화로운 생활에 있던 그들은 악녀일기에 들어옴과 동시에 작은 평수의 다세대 주택에서 살게 된다. 그 안에서 티격태격 싸우며 본심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뿔달린 악녀일기라기보다는 귀여운 악녀일기인 것 같다.
해외 유학파 출신의 에이미와 바니는 매우 도전적이고, 발랄하다. 그런 명랑함이 그녀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들에게는 환경이 가져다 준 호화로움 덕에 어렵고 힘든 일을 잘 견디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우월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환경이 가져다 준 안타까운 현실이라 생각들게 끔 한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 모습도 있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는 바로 또 사과하고 죄를(?) 뉘우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녀들은 더럽거나 힘들거나 위험한 3D를 회피하지 않는다. 신기해하고, 도전해보려 한다. 바니는 어린 모습을 보여주지만, 에이미의 경우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뚜렷한 가치관으로 성숙한 모습 또한 보여주기도 한다.
고급차를 몰고 다니고, 호화로운 생활에 익숙한 그녀들이 부럽긴 하지만, 그녀들의 순수함에서 나오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충분히 매력적인 것 같다. 에이미에게 항상 당해서 싸우는 바니와 집안에는 해외에 간다고 거짓말하고 출연하게 된 것을 걸려서 혼난 바니, 밤마다 잠을 못자서 2년째 수면제에 의존해서 잠을 청하고 있는 에이미는 그냥 내 주위에 있는 친구같은 느낌이다. 물론 부자집 친구이겠지만 말이다.
돈으로 치장한 무개념의 악녀들의 이야기들이 아닌, 순수하고, 상대적으로 소박한(?) 그녀들의 알콩 달콩 이야기들은 밤 시간을 투자해서 볼 만큼 재미있다. 악녀일기에서의 인기 때문인지 다른 많은 프로에서도 에이미와 바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패션 또한 많은 이슈를 낳고 있고, 그녀들의 인기가 그녀들이 인생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주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 정규방송에서도 그녀들을 볼 수 있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다. 에이미와 바니의 사랑스런 악녀일기, 앞으로도 그녀들의 활약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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