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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가 강호동과 유재석보다 한 수 아래라며 겸손(?)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한 수의 뜻이 딱 한 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러 수를 숨겨둔 말인 것 같다. 마치 언제고 강호동과 유재석의 자리를 넘어서겠다는 의지와 한 수라는 표현으로 강호동과 유재석의 근처로 위치 상승을 노린 것이 아닌가 싶지만, 정황 상으로는 보편적으로 "난 비할바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는 "한 수 아래"의 뜻을 지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쯤 되면 김구라와 강호동 그리고 유재석을 한번 쯤 비교해봐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에서와 같이 한 수가 아니라 큰 수 아래이다. 김구라가 그런 말을 안 꺼냈으면 비교 대상도 되지 않겠지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 왜 큰 수 아래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1. 배려 vs 독설
 

강호동과 유재석이 최고의 MC자리를 놓치지 않고 가치를 인정받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기 마련이다. 타고난 것이 그렇다. 이기적이 되는 것은 가만 있어도 그렇게 되는 것이고, 본능에 충실하면 된다. 그래서 한없이 이기적인 본능에 충실한 사람을 짐승이라고도 한다.

반면 이타적이 되기는 참 힘들다. 남을 배려하고 남의 입장이 먼저 되어 보는 역지사지의 마음이야 말로 도덕 시험에 항상 나올 정도로 중요한 것이 아닌가. 이기적이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배려했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을 존경하게 되고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자원봉사를 하거나 종교지도자들에게 그런 존경심을 느끼기도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이 있는 부모님의 사랑만 보아도 존경스럽지 아니한가.

강호동과 유재석에겐 그 이타성이 있다. 바로 배려인 것이다. 게스트를 배려한다. 게스트가 나오기 전에 그 게스트에 대해 상세히 조사하고 기본 사항들은 외워둔다. 그리고 게스트의 장점을 잡아내어 캐릭터를 만들어주는데 일가견이 있는 MC가 바로 강호동과 유재석이다. 강호동은 강한 카리스마와 순발력으로 불안해 하는 게스트를 이끌어주는 능력이 있고, 유재석은 있는 듯 없는 듯한 모습으로 후광효과를 주어 최대한 상대방의 장점만 돋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또한 시청자를 향한 배려도 있다. 항상 시청자를 향해 절을 하거나 죄송하다는 말, 그리고 웃기려는 의지와 열정을 표현한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가 불편해하지 않고, 재미있고 크게 웃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그래서 강호동이나 유재석이 나오는 프로를 보면 자극적인 장면이나 불편한 장면이 나와도 금새 사그러들기도 한다.

김구라의 경우는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가 하는 것은 독설이다. 끊임없는 폭로와 태클, 그리고 막말. 그것은 시니컬한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씁쓸한 웃음이기도 하다. 김구라의 개그는 분명 재미있다. 그리고 시원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이유는 겉치레나 예의상 하지 못하는 말들을 과감히 대신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얄밉게 이렇게 말한다. "이걸 원한 거 아니었어?"

게스트에 대한 배려 또한 전혀 없다. 어떻게 하면 게스트를 궁지로 몰아넣을까 고민만 한다. 대기실에서 했던 말도 모두 방송에 폭로해버림으로 배신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김구라에게 이제는 대기실에서 아무도 날씨 이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혹여나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게스트는 방송 내내 초조해 한다. 그리고 건수를 하나 잡아 폭로라도 하는 날엔 "다 널 위해 하는 말이야, 이것 때문에 너가 이슈의 중심에 섰잖아?"라고 말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2. 라인 vs 일인
 

예전에 규라인과 용라인의 라인업이란 프로가 있었던 것처럼 강호동과 유재석에게는 라인이 있다. 강라인과 유라인에 들고 싶어서 연예인들은 갖은 아부를 다 떨기도 한다. 확실히 강호동이나 유재석 옆에 있으면 후광효과를 톡톡히 받고, 게다가 배려까지 해 줌으로 옆에 있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강호동과 유재석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강호동과 유재석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그 옆에 있고 싶어한다. 혹여나 강호동과 유재석에게 악플이라도 달리는 날엔 팬카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악플러를 처단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강호동과 유재석이 배푼 배려와 열정 그리고 사랑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것이 김구라가 넘을 수 없는 큰 수인 것이다. 김구라에게는 라인이 없다. 그는 혼자 그냥 일인으로 활동한다. 아들 동현이가 라인을 이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혼자나 다름없다. 그 주위에는 누구도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잡아 뜯길 수 있으니 누가 그 옆에 가려고 하겠는가.


 
3. 개그 vs 말장난
 


강호동과 유재석에게는 입담도 있지만, 몸 개그도 있다. 즉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호동은 특채 개그맨에 씨름 천하장사 출신이다. 그런데 웬만한 개그맨 못지 않은 몸개그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입담도 쎄다.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의 재치는 그의 씨름 기술보다 더 예리하고 섬세하다. 유재석 역시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 것 같은 수다와 입담을 자랑한다. 그가 입을 열면 수많은 개그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틈만 나면 몸개그로 분위기를 업 시켜 준다. 그 둘은 몸을 사리지 않고 몸을 던져 일한다.

반면 김구라는 공채 개그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몸개그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막말과 말 꼬리 잡기, 그리고 신정환에게 배운 말장난 기술이 전부이다. 몸을 던지기는 커녕 몸을 사린다. 그리고 입에서 나오는데로 이야기를 하여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게스트에게는 불쾌감을 준다. 때로는 보는 사람도 민망할 정도로 불쾌하기도 하다. 물론 몸개그가 개그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난 그것을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가로 생각한다. 누구든 몸개그는 짜증나고 힘들어 한다. 더구나 강호동과 유재석 정도의 인지도면 힘든 몸개그는 안해도 될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도 넘어지고 망가진다.


장기를 두어도 훈수 두는 사람이 제일 잘 둔다고, 시청자들이 모를 것 같지만 더 잘 보인다. 준비를 어느 정도 해 왔는지, 당시의 상황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인지,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하는 것인지 보고 있으면 느껴진다.

김구라가 겸손의 의미로 한 수 아래라고 말했겠지만, 김구라가 한 수 아래라고 말할 정도가 되려면 이런 장벽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자극적이고 논란을 일으키는 이미지는 노이즈 마케팅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잠시 효과가 있을 뿐 오래가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생기나' 일 것이다.

강호동과 유재석 그리고 김구라의 수 차이는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수의 차이와 같을 것이다. 아마도 매우 큰 수가 아닐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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