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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가 떴다]를 보며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 처음에 [패밀리가 떴다]가 시작했을 때는 기대가 매우 컸다. 그리고 그 기대에 잘 부응하며 급격히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에 아쉽게도 김종국의 투입과 대본 공개로 인해 급격히 상승한 만큼 급격히 하락을 하고 있기도 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커지고 있지만, [패밀리가 떴다]에는 아직 상승할만한 여력이 있기에 애정을 가지고 보고 있다.

이번 황정민편을 보면서 '아...이건 아닌데...'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게스트로 나온 황정민이 아니었으면 정말 말아먹을 뻔 했던 이번 편에는 일부러 더 "리얼"이 아님을 강조하는 듯 했다. 문제는 "리얼"을 표방하는 스토리로 진행이 되면서 "리얼"하지 못한 부분을 억지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잠자리 순서 정하기를 할 때도 우연히 황정민과 전도연이 나와 명연기를 펼쳤던 장면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미 흩뿌릴 벚꽃이 바구니에 고이 담겨 준비되어 있었다. 이효리의 연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잠자리 순서 정하기는 쿨한 이효리가 아니라 내숭 이효리로 비춰지기만 했다.

아 침 식사를 하게 된 김수로와 황정민 그리고 김종국은 갑자기 절친노트 이야기를 꺼낸다. 우연인 듯했던 절친노트 이야기는 갑자기 PD가 스케치북에 준비된 모습으로 절친노트를 표방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미 대본에 쓰여 있는 듯 한 모습이다.

게다가 우연히 찾은 돼지감자밭에서는 절친노트를 한답시고 김종국이 옆으로 빠져서 땅을 파고 불을 피운다. 김수로와 황정민이 무엇을 하냐고 물으며 다가가자 돼지감자를 구워 먹자며 조른다. 김수로와 황정민은 귀찮은 듯 억지로 3번의 시도 끝에 불을 피워준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미 준비되어 있던 은박지로 돼지감자를 싸고 있었다. 이미 돼지감자를 가지고 불에 구워먹으려 했다는 대본이 있음을 드러내주는 것 같았다.

울금 또한 지역특산품을 PPL하는 것에 불과한 것 같았다. 카레를 만들자고 하자, 카레가 없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김수로는 이 지역에서 울금이 난다고 들었다며 카레를 만들자고 한다. 그냥 처음부터 이 지역 특산물이 울금이니 울금으로 카레를 해 먹자고 했으면 쿨 했을 텐데 생뚱맞은 연출이 어이없게 만들었다.

황정민에게 이효리가 "너는 내 운명"에서 했듯 노래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유재석은 어디선가 갑자기 기타를 집어들며 마침 옆에 기타가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황정민은 한술 더 떠서 피크도 준비했다며 능청을 떤다. 그 장면 자체는 매우 재미있게 연출될 수 있었던 장면이지만, 우연히 노래를 부르는 척하가다 갑자기 다 준비된 소품들이 나오니 "대본"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오르곤 한다.


배우에게 최적화된 패떴

이 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미리 준비된 장면인데 우연을 가장한 것처럼 보인 것이 눈에 띄게 많았다. 심지어 대성의 몰래카메라까지 의심을 하게 될 정도였다. 이런 것들을 미루어보았을 때 [패밀리가 떴다]는 배우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남을 웃기는 개그 역시 연기의 일부분이며 연기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연출된 상황과 꽁트같은 장면들은 연기로 커버하여야 하는 것이다. 보통 시트콤의 모습과 다를바 없다. 시트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연극이고, 배우들은 정해진 대본에 의해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 앉으라면 앉고, 일어서라면 일어서는 통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가끔씩 터지는 애드립은 시트콤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패밀리가 떴다] 역시 이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통제되는 듯한 느낌이다. 잘 짜여진 대본에 의해 연기를 하고 가끔씩 터지는 애드립이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유독 [패밀리가 떴다]에는 배우가 많은 것 같다. 김수로와 이천희, 박예진 모두 배우이고 [패밀리가 떴다]에 가장 잘 적응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김수로는 김계모로, 이천희는 천데렐라로, 박예진은 달콤 살벌, 조작 스캔들로 캐릭터를 잡으며 확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의 상황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고 잘 적응하고 있는 멤버도 이들이다. 반면 대성과 이효리, 김종국, 윤종신은 영 갈피를 못잡고 있다. 모두 가수 출신인 이들은 모두 유재석이 아니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성은 덤앤더머 때가 가장 좋았고, 이효리도 국민남매일 때 가장 자연스럽다. 유재석이야 국민MC이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고 상황을 리드해나가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모두를 이끌기엔 유재석도 역부족일 것이다.

이것은 또한 지금의 [패밀리가 떴다]가 "리얼"로 가닥을 잡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밀리가 떴다]가 "리얼"로 가닥을 다시 잡고 간다면 공들여 쌓아왔던 탑이 한 순간에 다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우들은 각본이 없는 "리얼"의 상황에서는 최악이기도 하다. 그 동안 게스트들을 보아도 배우들이 유독 [패밀리가 떴다]에 잘 적응하였었다. 반면 가수들은 잘 적응하지 못하고 춤만 추다가 가곤 했다.

"시트콤"을 부각시킬수록 "대본 논란"은 거세지고, 그렇다고 "리얼"을 강조하자니 배우들이 따라주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아왔던 캐릭터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배우에게 최적화된 [패밀리가 떴다]는 이제 이 분위기를 바꾸어야 할 타이밍이 오지 않았나 싶다. 분명한 것은 "시트콤"을 부각시키려면 "리얼"을 죽여야 하고, "리얼"을 살리려면 "시트콤"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 사이에 어물쩍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이도 저도 안 될 뿐이다. "리얼"이든 "시트콤"이든 한 쪽으로 밀어붙여서 예전의 [패밀리가 떴다]의 명성을 되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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