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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았다. 조승우와 수애가 나오는 이 영화의 시사회에 당첨되어 다녀왔는데 보는 내내 조승우만 보였다. 수애도 없고, 나머지 배역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앤딩이 올라오는데 그곳에는 야설록이란 이름을 보았다. 야설록, 그는 만화가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아니라 만화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었나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명성황후와 명성황후를 사모하는 무명(요한)이 그녀를 지키고 반대세력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까지 이어지는 이 영화는 자뭇 심각하고, 진지하고 경건하기까지 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명성황후 뮤지컬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해서 그런지 불꽃처럼 나비처럼도 명성황후에 대해 다루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았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말해야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40%가 넘는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는 선덕여왕과 매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어떤 점이 선덕여왕과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았다.

1. 주인공이 누구야?


선덕여왕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미실, 덕만, 유신, 알천랑, 칠숙, 문노, 소희, 비담...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도 자세히 알고 있다. 선덕여왕은 마치 바톤터치라도 하듯 번갈아가며 각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배경과 입장을 설명해 준다. 만약 선덕여왕만이 주인공이었다면 지루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주인공은 바로 무명이었다. 명성황후를 사랑했던 아무것도 없는 막무가내 무명. 조승우의 빛나는 연기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자랑할 수 있는 최후의 무기이다. 역사적인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가 더욱 무명만을 바라보게 하는 것 같다.

2. CG의 어색함과 자연스러움


아무래도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가장 큰 이슈은 CG일 것이다. 정말 누가 CG를 맡았는지 기술은 좋은데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엄숙하고 장엄해야 할 분위기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린다. 바로 CG 때문에...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CG의 남발은 기술력을 자랑하기 보다는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CG기술자가 본다면 굉장히 파격적이고 놀라운 기술의 CG일수 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스토리를 고려하지 않은 CG의 남발은 오히려 삐걱거리는 기계 소리처럼 거슬리고 소름끼치는 경험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명성황후라는 소재 자체가 매우 엄숙하고 경건하기까지 한데 CG는 분위기를 반전시킨다기 보다 감정의 흐름을 망치고 있다.

그런데 이 CG는 선덕여왕에서 아주 적절하게 잘 사용되고 있다.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군사의 수를 방대하게 보이기 위해 쓰이는 CG는 스토리 안에 녹아들어가 CG의 거슬림보다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결투를 하는 장면에서는 CG를 사용하지 않는다. 액션에 CG가 들어가면 멋있을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액션에 CG가 들어가면 중국 무협 영화 밖에 되지 않는다. 슝슝 날아다니고 칼 타고 왔다 갔다하고..이미 80년대에 중국 무협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기법이기에 CG가 현대적이지 않고 유치하게 느껴진다.

선덕여왕은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는 실제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약간은 어설플지 몰라도 액션의 최고는 현실감이다. 퍽퍽, 챙챙 소리가 나는 효과음이 아니라 실제로 맞아서 나는 둔탁한 '퍽!' 소리 하나가 더 리얼하고 짜릿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마도 CG의 남발은 야설록의 원작을 가지고 만들다보니 만화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그러했을 것 같다. 그래서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고 난 후 만화 영화를 본 느낌이 났나보다.

3. 난해함과 명쾌함

불꽃처럼 나비처럼. 왜 제목이 불꽃처럼 나비처럼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영화 요소 요소에는 진지함 속에 가벼움을 넣어 해학을 주려 했는지 난해한 부분이 보인다. 아마도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세드엔딩이기에 더욱 그러했을 수 있다. 무명이 보여주는 가벼움과 명성황후가 보여주는 무거움은 깊이와 넓이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난해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그저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선덕여왕에는 명쾌함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주고 그 해결의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미실이 어떻게 세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사다함의 매화로 궁금증을 유발하고, 책력으로 그 답을 풀어주었다. 덕만이 공주가 되기 위해 펼쳤던 지략들도 궁금증과 해소를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김춘추를 통해서 또 다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미생과 함께 다니며 주색을 즐기는 김춘추가 과연 어떤 의도를 숨기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고, 그것이 해소되었을 때는 시원함과 명쾌함이 있을 것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선덕여왕을 비교한 것은 같은 사극임에도 많은 차이가 나서이다. 개인적으로 무협 영화을 좋아하고, 무협 만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역사를 배경으로 할 때는 좀 더 친절하고 약간은 딱딱한 모습을 보여주어 깊이를 주어야 할 것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완성도를 높히려 했다면 CG를 없에고 스토리에 집중했던가, 아예 역사를 바꿔서 명성황후가 시해 당하지 않고 무명에 의해 지켜져 둘이 사라졌다는 반전이 만들어졌어야 했다.

아쉬움이 많았던 불꽃처럼 나비처럼이었지만, 조승우의 연기만큼은 정말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그런데 제목이 왜 불꽃처럼 나비처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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