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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를 하면서 가장 그 덕을 본 사람은 아무래도 윤종신이 아닐까 싶다. 예능에 들어오면서 깐죽거리는 이미지로 그간 쌓아왔던 이미지를 다 허물고 비판도 많이 받았었지만, 슈퍼스타K를 통해 윤종신의 카리스마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패떴에서의 이미지보단 슈퍼스타K에서의 이미지가 더 매력적이다. 아마도 윤종신 또한 예능의 캐릭터와 자신의 원래 모습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예능 진출 전에 윤종신은 음악적 카리스마와 순수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였다. 하지만 예능 진출 후 깐죽거림과 날카로운 이미지로 변했으며 좀 나쁘게 말하면 찌찔한 이미지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 덕에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가벼운 이미지 속에 가끔 나오는 무거운 이슈들은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무도와의 음원 문제 역시 평소 가벼운 이미지인 윤종신이 음악가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우자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패떴이 폐지된 후 윤종신은 예능에서 주춤하고 있다. 아직도 여러 예능에 나오고 있긴 하지만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나오게 되었고, 슈퍼스타K의 폭발적인 시청률 상승과 함께 가장 큰 혜택을 보았다.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이란 자리는 많은 사람이 기피하고 싶어하는 자리다. 음악성이 뛰어나고 한시대를 풍미했으며 음악적 예민함과 정확함, 그리고 무거운 카리스마가 있어야 적어도 욕을 안 먹을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듣기 좋은 심사평만 했다간 엄정화처럼 뭇매를 맞기 십상이고, 그저 까칠하게만 했다간 옥주현처럼 욕먹기 딱 좋은 자리인 것이다.
윤종신은 기존 가벼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음악적인 식견을 내세우며 모두가 공감할만한 예리한 지적과 함께 까칠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구도 그의 까칠한 심사평에 대해 불평할 수 없게 말이다. 그래서 심사위원 중 가장 기대가 되었던 심사평은 윤종신의 심사평이었다. 그저 높은 점수만 주는 것도 아니고 점수 역시 짜다. 그렇기에 윤종신이 높은 점수를 준다면 정말 잘 한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기도 했다.
더군다나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는 많은 연예기획사들의 맥을 빠지게 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다른 심사위원들은 모두 10여년 전에 유명했던 곡들을 주었지만, 유독 윤종신은 2010년에 내놓은 신곡을 강승윤에게 주었다. '오래 전 그날' 이나 '이층집소녀'같은 곡이 나올 줄 알았는데 '본능적으로'는 생전 처음 듣는 제목이라 의아했다. 혹시 자신의 신곡을 PR하려는 것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윤종신은 똑똑했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곡들은 너무 유명한 곡이고 한시대를 풍미했던 곡이라 그 가수의 음색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 아무래 장재인, 허각, 존박이라도 심사위원에 비하면 아직은 햇병아리 신인이기에 기억 속의 그 노래를 넘어설 수 없었다. 그러나 윤종신은 최신곡을 강승윤에게 주었고, 대부분 처음 듣는 노래기에 백지 상태에서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만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강승윤이 곧 잘 부르자 사람들은 강승윤의 가창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간 외모로만 올라왔다는 오해를 단번에 풀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윤종신은 그렇게 잘 부른 강승윤에게 낮은 점수를 주었다. 그리고 강승윤은 떨어지고 말았다.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는 탈락 후에 오히려 더 인기를 끌어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엠카에 출연하여 많은 사람의 사랑도 받았다. 윤종신이 강승윤에게 낮은 점수를 준 것에 대해 의아했지만, 그건 윤종신이 부른 "본능적으로"를 들어보면 금새 이해가 된다.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는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보다 훨씬 부드럽고 강하며, 잘 불렀다. 11집 가수이기에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들어보는 순간 역시 윤종신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유로운 호흡과 강약이 잘 드러나는 가창력은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금새 빠져들고 만다.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를 듣고, 강승윤이 부른 것을 들어보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윤종신이 심사평에서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거친 목소리로만 갔던 것이다.
마치 이 모든 것을 계획이라도 한 듯 모든 것이 상생을 이루며 승승장구해 나가고 있다. 아마도 슈퍼스타K를 통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는 "본능적으로"일 것이다. 또한 윤종신의 이미지도 음악가 윤종신으로 다시 회귀했다. 그의 카리스마도 회복되었고, 가벼움 속에 있는 무거움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를 본 어린 학생들에겐 윤종신의 이런 모습이 새로운 모습이겠지만, 군대에서 기타 줄 튕기며 윤종신의 "오래 전 그날"을 마치 내 일처럼 슬프게 불렀던 세대들에게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무겁고 강한 카리스마가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잠시 잊고 있었던 윤종신의 음악을 슈퍼스타K 이후 다시 즐겨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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