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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전의 돌아이 특집이 방송되었다. 몇 달 전부터 광고를 해오던터라 과연 언제쯤 돌아이특집이 방영될 지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무한도전에서는 화끈한(?) 돌아이특집을 1회분으로 압축하여 보여주었다. 초반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나왔던 것을 보면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개그맨 시험 같기도 했고,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몸둘바를 모를 개그들이 쏟아져나오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1%만이 이해할 개그이기에 그런 반응들이 내가 돌아이가 아니라는 반증이기에 안도하기도 했다. 돌아이에는 치과의사, 기자, 강사, 광고인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 사회의 각분야에 돌아이들이 한명씩은 꼭 있음을 나타내주기도 했는데 개그맨이 아님을 감안하면 그들의 개그는 아마추어답지 않게 꽤 재미있었다.

정신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연구대상이었던 노홍철과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새로운 세계인 돌아이라는 영역은 과연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돌아이 콘테스트를 보면서 돌아이의 조건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다.


1. 심사위원을 압도해야 한다

돌아이들은 심사위원들을 압도했다. 심사위원은 다름 아닌 무한도전 멤버들이었는데, 국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무도 멤버들을 압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는 돌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보통 사람들은 일반 면접을 볼 때도 심장이 벌렁 벌렁하고,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긴장하기 마련인데 돌아이들의 특징은 어느 상황에서도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런 카리스마는 스타나 유명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와는 좀 다른 카리스마인데, 태생이 그런 두려움과 떨림이 없이 타고 난 것이다. 즉 낯짝이 매우 매우 두꺼운 대한민국 1%인 것이다. 예능 최고의 스타들이 심사위원이고 주변에는 온통 카메라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으며, 사방에서 다른 5개의 방에서 온갖 비명 소리 및 돌아이 소리가 들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돌아이끼로 좌중을 압도하는 그들의 카리스마는 돌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2. 프로보단 아마추어

이들이 심사위원을 압도하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개그맨을 지망하는 아마추어도 있었지만, 대게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프로인 개그맨 김경진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MBC 개그맨 시험에서 1,2위를 한 그들이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돌아이들이 진짜 돌아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그맨도 타고 나야 하지만, 우선 개그를 짜고, 개그 포인트를 잡아내는 여러 컨셉을 정한다. 사람을 웃기기 위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계산하는 개그맨들은 그래서 IQ가 높은 집단에 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이는 이들을 압도한다. 그 이유는 삶 자체가 돌아이이고, 리얼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개그를 짤 필요도 없고, 웃음의 포인트나 개그의 개연성은 생각도 안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거나 웃길 수 있다.

요즘의 트렌드인 "리얼"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집단이 바로 돌아이인 것 같다. 그들이 보여주는 리얼함은 신선함으로 다가오면서 큰 웃음까지 선사한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에 가능한 그들의 개그는 노홍철의 개그와도 닮았다. 길거리 출신 노홍철의 막무가내 개그는 작위적이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똘끼가 충만한 자연스러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3. 침착은 금물

돌아이의 또 다른 조건은 바로 흥분이다. 쉴세없이 떠드는 퀵마우스 노홍철은 언제나 흥분 상태이다.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상태가 항상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 노홍철과 마찬가지로 돌아이들에게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보는 내내 마음이 들떠있었는데, 그 내용이 아무리 재미없어도 그들의 흥분과 극한 발랄함은 익사이팅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심지어 저 사람들이 약을 먹고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하고 흥분된 분위기는 돌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돌아이가 되려면 침착이란 단어는 저 바다에 던져버려야 할 것이다. 절대로 침착할 수 없는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돌아이들은 언제나 흥분 상태이다.

4. 내 멋대로 살아라

무한 이기주의라는 무한도전 컨셉에 가장 잘 맞는 것 또한 돌아이일 것이다. 돌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제 멋대로 사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부러움이 들었다. 우리는 보통 체면과 사회적 규범, 윤리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옷에 김치 국물 한방울이 튀기만 해도 신경쓰이고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만 나와도 하루가 꺼림직하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봐 줄까, 어떻게하면 남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신경쓰며 피곤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돌아이들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내복을 입고 거리를 횡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엄마 원피스를 입고 버스 안에서 춤을 추거나 지하철에서 노래를 부른다. 콘테스트 장에서도 춤을 추다가 나가버리고, 무작정 2차에 붙여주면 보여주겠다며 그냥 나가버리기도 한다. 게다가 그들의 개그는 이해할 수 없는 안드로메다가 유독 많았다. 자신만 웃기면 된다는 신비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그들을 보고 있으면 99%가 돌아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5. 상대의 예상을 깨라. 상대가 예상하게 만들지 마라

마지막 돌아이의 조건으로는 상대의 예상을 깨는 행위이다. 절대로 예상할 수 없는 독특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돌아이는 럭비공처럼 통통 튄다. 개그의 기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웃길 수 있는 것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녀린 소녀가 갑자기 돌변하여 쩍벌댄스를 추는가하면, 점잖은 셀러리맨이 갑자기 목도리 도마뱀 흉내를 내는 등 그들의 엽기적이고 황당한 모습은 전혀 예상할 수 없고, 상대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돌아이의 세계는 기발함의 세계인 것 같다. 그래서 창의력도 매우 높은 것 같다. 노홍철이 패션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돌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갑자기 드는 의문이 있었다. 김태호 PD는 왜 갑자기 돌아이 특집을 했을까? 국민 MC 유재석이나 2인자 박명수를 닮은 사람들을 뽑는 것이 인기로 따지면 더 맞을텐데 난데없이 노홍철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돌아이 특집을 보고 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솔직히 돌아이 특집을 1시간 내내 보는 것은 약간 힘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분비하는 아드레날린은 보는 내내 흥분 상태가 되게 만들었다. 그 내용이 매우 난잡하고 안드로메다행이었지만, 기분은 술 한잔 걸친듯한 흥분 상태였던 것은 바로 돌아이들의 에너지 때문이었다.

무한도전에 활력소를 넣어주는 노홍철의 존재는 마치 라면스프처럼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최근들어 노홍철이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즉 에너지가 방전된 것이다. 하지만 돌아이 콘테스트를 통해 뽑힌 상(上)돌아이 13아이는 노홍철을 대신하여 적절히 적재적소에 잘 배치한다면 무한도전을 더욱 재미있고, 흥분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13명의 돌아이들은 유명 개그맨이 신인시절 보여주었던 끼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MBC의 새로운 개그맨으로 자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돌아이와 13아이의 활약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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