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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가 17%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고의 가수들이 나와서 벌이는 경연인데, 시청률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20%를 훌쩍 넘기고, 시간대도 애매한 금요일 밤 12시에 했던 슈퍼스타K 시즌2는 케이블임에도 시청률이 20%가 넘는 기염을 보여주었었다. 프로그램의 성과면에서 나가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또한 제작진의 미온적인 대응과 운영 미흡은 여러 이슈를 불러 일으키며 나가수를 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나가수에는 위기의 모습이 보인다. 점점 복잡해지는 원칙들 (처음엔 굉장히 단순했다), 매너저의 역할이 불분명한 모습, 예능으로서 가져가야 할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들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약점들이다.


현재 나가수의 성장에 동력을 주고 있는 것은 "감동"이다. 얼마 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300년 DNA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한 이야기가 있다. (프리젠테이션 요약 바로가기) 트위터에서 영향력이 있는 손정의 회장이 팔로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장 슬픈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는데 2500명의 답변을 분석해보니 1위가 '고독'이었다고 한다. 이번엔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더니 1위는 "감동"이었다고 한다. 

나가수를 보면, 정확히는 나가수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곳엔 감동이 있다. 박정현의 바보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다. 귓가에 계속 멤도는 박정현의 목소리가 나를 이내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윤도현이 하모니카를 들고 청중평가단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청중평가단을 "평가단"으로 본 것이 아니라 "청중"으로 본 것이다. 그 노래를 듣는 모든 청중은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나가수의 무대가 감동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안에 스토리가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17년차 가수인 조관우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버린 나가수 무대는 가수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행복을 기대하며 바라보는 수많은 눈빛과 귀기울임은 어떤 가수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긴장은 몰입하게 만들고, 스킬을 뛰어넘은 음악을 들려준다. 나가수에서 가수들은 단순하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나가수 이펙트


이 감동이 가져다 주는 것은 매우 놀랍다. 감동을 받는 때는 억지로 만들어낸 스토리도 아니고, 꾸며진 무대도 아니고, 퍼포먼스도 아니다. 기교적인 목소리도 아니고, 정확한 음정도 아니다. 때로는 음이탈을 할지라도, 때로는 음을 끝까지 내지 못할지라도, 때로는 목 상태가 매우 안좋을지라도 그 안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진정성이 있다면 그건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순간 행복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고독하고 소외된 현실에 감동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율과 목소리는 한줄기의 희망과 같다. 반복될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살이 가운데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은 나가수의 음악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기대한다.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음악을 더 듣고 싶고, 더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더 요구가 많아지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이런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면  나가수 프로그램도 성공하게 될 것이다. 

진정성은 진심이기에 이심전심이라고 청중에게 바로 전달된다. 그리고 다양한 나가수 이펙트로 분출된다. 엄청난 언플이 있을지라도,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이 들어간 마케팅이 있을지라도, 나가수 이펙트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가수 안에서 매너저들의 순위를 매긴다.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순위 매기기 이지만, 매니저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합리화 시키려면 순위 매기기라도 해야 하나보다. 자문위원단의 의견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는 참고가 될 수 있지만, 각자 자기의 전문분야에서 기준을 세워두기에 감동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감동에 가장 가까운 것은 청중평가단의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나가수에서 매겨진 순위를 보면 대중을 대변한다고 보긴 힘들다. 단지 통계적 객관성과 대표성을 띄고 있을 분이다.


나가수 이펙트를 현재로서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음원차트이다. 가장 감동을 많이 받은 노래를 대중은 구매를 한다.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기까진 굉장히 많은 결단이 필요하다. 아무리 음원이 저렴해졌다지만 100원이든, 1000원이든 돈을 쓴다는 것에는 결단이 필요하다. 팬덤 현상과 사재기 현상으로 오염된 음원차트를 순식간에 정화시켜버린 나가수 음원은 음원 수익 이해자들이 들고 일어설만큼 파장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음원차트를 섭렵해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추세는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안에는 감동이라는 코드가 들어가 있기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콘서트도 있다. 나가수에서 감동을 준 가수의 콘서트는 연일 매진이다. 감동을 받은 사람들은 그 감동을 직접 현장에서 느끼고 싶어 하기에 콘서트가 연일 매진이 되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기업에서는 소비자의 니즈가 곧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CF 섭외를 대중의 선택에 따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임재범과 박정현, 김범수의 CF 가격이 치솟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가수 이펙트는 나가수보다 더 파급력 있고, 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나가수에서 하차한 것을 아쉬워 하는 백지영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백지영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전보다 훨씬 상승하였다. 백지영은 나가수 무대에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진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S(슈퍼스타S, 문화적 코드가 소통의 열쇠가 되다.)에도 심사위원으로 백지영이 나왔다. 멘토도 하고, 심사위원도 하고 각종 이런 행사에 나가수 출신 가수 중 감동을 전달해 준 가수들은 불려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각 분야에서 확산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방송가의 드라마, 예능, 시트콤등은 기본이고, 각종 행사들과 마케팅, 홍보등에서도 나가수 이펙트는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단순히 "감동"을 주었을 뿐인데 수많은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좋은 의미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인 것이다. 

그러나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 되로 준 것이 고독의 빈잔을 감동과 행복으로 채워주었기에 차고 넘쳤기에 그들에게 말로 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가수의 무대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작진도 이런 감동의 코드를 잘 읽어주어 나가수 프로그램 또한 레전드가 되어 롱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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