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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가 결말을 내렸다. 해피앤딩으로 끝난 타짜는 드라마의 한계점을 남긴 체 막을 내렸다. 만화와 영화는 성공을 했지만, 드라마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제작 환경이 좋지 않아 급박하게 만들어 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한 회도 빠짐없이 지켜본 타짜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앤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각을 바꾸자 마음에 드는 앤딩을 찾아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타짜의 최대 수혜자 계동춘에 관한 것이다. 타짜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계동춘이 아닌가 싶다. 계동춘의 입장에서 타짜를 보았을 때 타짜의 진정한 메세지를 느낄 수도 있고, 더욱 타짜스런 결말을 짓게 되지 않나 싶다.

마치 옛날에 테이프를 뒤로 돌려 반전적인 내용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어보려 오토리버스 기능이 되는 카세트를 부모님께 졸라서 산 적이 있다. 아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뉴스에까지 나왔으니 당시에는 매우 큰 화제가 되었던 이슈이다. 타짜의 주인공을 계동춘으로 놓고 다시 타짜를 보는 것도 비슷한 재미와 반전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그럼 계동춘을 타짜의 주인공으로 놓고 다시 한번 테이프를 돌려보도록 하자.


 
1. 걸출한 타짜, 계동춘의 등장
 

한국의 타짜 중 양대산맥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귀와 작두. 하지만 작두는 잠수탄지 오래이고, 아귀만이 독식을 하고 있던 때였다. 아귀도 인정한 아귀의 오른팔이 있었으니 바로 계동춘이라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벗겨진 머리에 조폭도 떨게 만드는 마스크, 그리고 철저하게 반대로 순수하고 소년같은 목소리, 외모와 목소리만으로 포커페이스와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계동춘은 한국의 타짜 중 아귀를 제외하고는 1인자라 할만한 거물중에 거물이었다.

아귀의 원수 작두를 판때기에 앉히기 위해 계동춘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맞아 열심히 설계를 준비중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삐리 두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스스로 아귀에게 붙어버렸고, 고니라는 또 한명의 고삐리는 계동춘의 훌륭한 실력에 호흡기를 떼이고 만다. 그것도 '양말속에 숨겨둔 탄 쓰기'라는 기술로 말이다.

 
2. 새로운 타짜의 등장과 계동춘의 위기
 

자신이 호흡기를 뗀 고니라는 고삐리와 아귀의 수하이자 계동춘의 수하이기도 했던 영민이라는 고삐리가 계동춘의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동춘의 시대를 접게 하는 신출내기로 성장하게 된다 . 결국 영민이의 초고속 성장에 계동춘은 빵개판만 들락거리게 되고, 사랑했던 여인인 정마담마저 영민이라는 고삐리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러다 어느 날 호흡기를 뗀 고니라는 놈이 난데없이 나타나 원수를 갚겠다며 빵개판에서 수작을 부렸다. 영웅은 적이 많다고 했는가. 결국 머리에 피도 안마른 고삐리였던 한참 어린 신출내기에게 보기좋게 당하고 만다. 계동춘은 타짜로서 일생일대의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되고,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계동춘은 타짜로서의 본능을 발휘하여 아귀에게 올인하기로 한다.

 
3. 의리의 남자, 계동춘
 

사랑했던 여인, 정마담도 어린 애송이에게 빼앗기고, 카지노 경영 또한 빼앗기고, 아귀의 관심 조차 영민이라는 놈에게 빼앗겼지만, 계동춘은 아귀에 대한 의리를 끝까지 지킨다. 타짜로서의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경마에 빠져 고니 패거리에게 또 한번 빨래 당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계동춘은 아귀 옆에 찰싹 붙어 있는다.

어린 애송이 영민은 아귀의 총애를 받지만 곧 배신하고 만다. 그리고 정마담마저 배신하고 만다. 이제 아귀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아귀가 전재산인 400억을 당하고 사채업자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어도 계동춘은 끝까지 아귀의 편에 선다. 마지막 아귀의 판때기에서는 없는 아이들까지 동원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기도 한다.

하지만 아귀의 운은 거기까지 였다. 애송이들와 정마담까지 합세하여 아귀를 무너뜨리고 만 것이다. 사랑했던 여인이 이제는 적으로 바뀌었으니 계동춘의 인생도 파란만장하다. 그리고 결국 정마담이 자신의 보스인 아귀를 총으로 머리를 쏴 죽이게 된다. 그 피를 얼굴에 제대로 맞은 계동춘은 그 동안의 파란만장했던 아귀와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되고 아귀를 향해 달려들어 끌어안으며 울부짖게 된다. 계동춘의 의리는 아귀가 죽어도 계속 되었던 것이다. 의리의 남자 계동춘.

 
4. 진정한 타짜, 계동춘
 

2년 후 계동춘은 감방에 들어갔다가 나오게 된다. 자신이 스승이자 보스로 모시던 아귀의 최후가 비참하게 끝나고 힘겹게 패돌려서 모은 돈이 순식간에 날아간 것을 직접 보고 그것 때문에 온갖 고초와 험한 꼴을 봐 왔음에도 불구하고 계동춘은 타짜의 본성인 야수성을 버리지 못하였다. 그는 밥은 굶을지언정 경마권은 놓으면 안된다는 타짜의 신념으로 경마장에 거지꼴로 드나들게 되고, 하필이면 고니의 파트너에게 딱 걸리고 만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계동춘은 끝까지 대한민국 넘버 1 타짜로 살아남을 것이다.

이 정도면 타짜의 결말로서 깔끔하지 않은가 싶다. 타짜의 결말은 거지꼴로 경마장에서 마권 줍는 것이라는 훌륭한 메세지까지 담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을 한번 써 보았지만, 계동춘은 타짜의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다. 또한 드라마에서 보통 연기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주인공을 맡기 마련인데, 타짜에서 가장 연기를 잘한 사람은 계동춘이었다. 팬들에 대한 서비스도 남달랐다. 시청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리는가하면 양말이 땀으로 인해 뻣뻣해질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진정한 타짜의 주인공은 계동춘이 아니였나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된 것이다. 도박이라는 것의 무서움은 고니처럼 사랑하는 사람도 되찾고 원수도 갚고, 돈도 엄청 버는 것이 아니라 바로 패가망신 당해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중독성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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