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요즘처럼 손을 꽁꽁 얼게 만드는 추위에는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뜨거운 커피를 들고 손을 녹이며 동시에 달콤하고 씁쓸한 커피의 맛과 온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덜덜 떨리던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된장남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커피 맛을 들인 나는 스타벅스를 자주 애용했으며, 사업을 하며 돈을 벌게 되자 더욱 스타벅스에서의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커피의 맛보다는 커피가 가져다 주는 분위기나 이미지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사치(?)는 연애를 하면서 달라지게 되었다. 지금의 아내는 커피홀릭에 가깝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아내는 항상 커피를 달고 살았으며 하루에 커피를 한 잔이라도 안마시면 입안에 가시가 돋칠 정도로 커피를 사랑한다. 하지만 아내는 캔커피와 자판기 커피 외에는 안 마신다. 데이트를 하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만나려고 해도, 아내는 딴대 가자며 나를 재촉했고, 결국 캠퍼스 안의 자판기에 가서 150원짜리 커피를 즐겨 마셨다.
쓸데없는데 돈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알뜰한 아내에게 스타벅스 같은 5,6천 원짜리 커피는 사치였나 보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난 커피 자체보다 그 분위기를 주고 싶었지만, 어쩌면 아내에겐 그런 분위기 조차 사치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주로 도서관에서 만나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때론 과감히(?) 캔커피를 마시며 더 애틋하고 사랑스런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 앉아 우아하게 혹은 젠틀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홀짝 홀짝 마시는 종이컵에 든 커피가 더 맛있고,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커피의 맛을 모르던 나는 커피의 맛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커피는 씁쓸하고 달콤한 맛이 아닌 따뜻하고 사랑스런 맛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커피는 말보로 담배 한 모금에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었다. 담배와 커피의 궁합은 최고였지만, 건강에는 최악이었다. 항상 커피를 마실 때면 담배를 한 모금 들이 쉬고, 컬컬해진 목을 달콤한 커피로 적시곤 했다. 사업을 할 때는 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그 빈도가 심해졌고, 결국엔 건강도 나빠지게 되었다.
아내를 만나고 나서 난 담배를 끊었다. 건강도 좋아지게 되었고, 담배를 끊으니 커피도 자연스럽게 잘 안 마시게 되었다. 게다가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를 마시다 보니 돈도 모이게 되었다. 여러모로 아내는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주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하루에 1,2잔씩 커피를 마셔야 하는 아내를 보고 있으니 건강이 걱정되었다. 또한 임신을 하게 되면 아이에게 나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커피와 콜라를 마시면 아이가 검게 태어난다는 근거 없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어디선가 인터넷에서 커피가 주는 이로운 점을 찾아내어 반박자료를 내놓기도 한다. 결국은 아내의 커피 사랑을 막을 길이 없어서 같이 운동을 하는 것으로 건강 관리를 하기로 했다.
아내와의 추억 안에는 항상 커피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커피를 보고 있으면 아내가 생각난다.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 아내가 고맙지만, 그 안에는 나의 재정 상태를 걱정하던 그녀의 배려가 있음을 알고 있다. 연애시절의 추억을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로 쌓았으니 이제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커피숍에서의 추억도 만들어 주고 싶다. 아내와 커피는 이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리고 나는 아내와 함께 커피의 맛과 향을 찾아 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 보여주고 싶다.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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