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아트홀은 LIG손해보험 건물에 있는 아트홀인데요, 강남역을 오가는 분들이시라면 자주 보았을 겁니다. 강남역 8번 출구쪽으로 쭉 올라오면 화려한 건물에, 故백남준 아티스트의 작품과 알록달록한 조형물들, 그리고 대형 TV가 있는 그곳이죠.
(LIG 건물은 사진 찰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보안에 관련된 사안이라 경호원과 메니저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무대 촬영도 원래는 안되는 건데 특별히 허락을 받았어요. ^^ 그래서 니콘 D300s로 열심히 찍었답니다.)
특히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앞사람 앉은 키가 크면 머리 때문에 공연이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대한 앞 쪽으로 좌석이 많이 배치가 되고, 앞 뒤의 높이 차이가 나서 어떤 각도에서건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토모카와 카즈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헉!!! 그는 젊은 일본 가수가 아니라 60대의 가수였습니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가수였죠. 일본풍의 스타일로 옷을 입고, 중절모를 쓴 토모카와 카즈키는 일본 특유의 소심한 발걸음으로 손에는 우유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토모카와 카즈키입니다"라고 말한 후 바로 노래를 시작했죠.
첫 노래인 미타네강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의 헉헉 거리는 소리와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는 매우 충격적이었죠. 노래가 끝나면 옆에 있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신 후 또 다시 노래를 하였습니다. 중간에 통역이 나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우유가 우유가 아닌 막걸리!!였답니다. 허걱!
토모카와 카즈키는 주당이라는데요, IZO라는 영화에서도 노래를 부를 때 술을 한잔 마시더군요.
뒤에 나오는 자막 덕분에 토모카와 카즈키의 음악을 더욱 즐길 수 있었는데요, 가사는 시 그 자체입니다. 함축적이고, 심상적이었습니다. 거기에 운율을 더하니 시의 3요소가 딱 들어맞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는 특히 하늘, 천상, 땅, 목각인형, 꼭두각시 같은 단어에서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아마도 자유에 대한 절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음악과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가 왜 절규하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규제와 풍습 속으로 밀어 넣고, 그곳에 들어가려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 그곳에 들어가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삶이 푸르고 맑은 하늘처럼 평온한 척하지만, 그 단단한 푸름이 옥죄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토모카와 카즈키는 그 하늘에 상처를 내고 싶다고 절규하죠. 그의 절규와 커팅은 예술에 가까웠고, 마지막 곡인 피스톨에서 기타 줄이 끊어질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앵콜곡의 마지막 곡에서도 여분의 기타 줄까지 다 끊어져버렸죠. 기타 줄이 끊어져도 끊어진 줄을 걷어내며 계속 곡을 부르는 모습에 그가 60세라는 것을 잊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끊어진 기타줄, 두개의 기타 모두 그의 열정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아주까리 신풍은 일본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자살 한 것을 풍자한 김지하 시인의 시입니다. 신풍은 일본어로 가미가제인데요, 고려 때 원나라와 일본을 정복하려 가려 할 때 태풍이 불어 침몰하여 손 안대고 코풀자 이를 천황의 공으로 돌려 신풍(神風)이라 했었죠. (이에 대해서는 신풍이 아니라 원나라가 남송군의 처리로 골머리를 앓다가 일본으로 남송군 하급군사들을 보내어 죽던가 이기던가를 바랬다고 합니다. 즉, 적에 의해 의도된 패배였죠)
그리고 태평양 전쟁 때 다시 이 신풍이 부활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패전한 일본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시마 유키오
이에 대해 김지하 시인이 통렬히 비꼬는 아주까리 신풍을 발표하게 된 것이고, 권력의 남용과 자유의 억압에 반항하여 무기징역까지 받은 김지하 시인에게 토모카와 카즈키는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김지하 시인이 감옥에서 나왔을 때 젊은이들이 도와줄 것이 없냐고 했더니 없다면서 너희들은 너희들이 갈 길을 가라고 했던 말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합니다. (김지하씨와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것은 객석 질문 시간에 아버지께서 질문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토모카와 카즈키는 가수이자, 배우, 방송인, 화가, 경륜 평론가, 에세이스트, 작가, DJ, 시인인 직업의 구속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자유에 대한 갈증이 제 마음에 도전을 주더군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LIG아트홀의 좋은 환경으로 인해 토모카와 카즈키에게 더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모카와 카즈키가 마신 막걸리
공연이 끝나고 오는 길에 아버지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러 갔습니다. 도저히 안마시고는 못베기겠더군요 ^^;;
LIG아트홀 홈페이지 http://www.ligarthall.com/
토모카와 카즈키(友川かずき) 홈페이지 http://www.interq.or.jp/www-user/kurenai/
토모카와 카즈키(Tomokawa Kazuki)의 영상을 볼 수 있는 곳
http://www.youtube.com/watch?v=KFSJSw7ABbk&feature=player_embedded#watch-main-area
마지막으로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토모카와 카즈키의 동영상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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