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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속 박명수는 참 희안한 캐릭터이다. 호통치고, 태만하고, 더럽고, 못생긴 하찮은 캐릭터는 박명수의 본래 모습인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다. 연예인이라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캐릭터인데 박명수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원래 그런 성격인지도 모르겠지만, 박명수는 이제 거성 박명수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호감형 개그맨으로 바뀌었다.


그가 처음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만 해도 비호감의 극치였다. 무한도전 게시판에는 모두 박명수를 빼라는 이야기 밖에 없었다. 최고의 게시판 점유율을 지니고 있던 박명수. 호통 개그는 전혀 통하지 않고 그냥 썰렁하고 무례한 사람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더러운 모습 또한 식사 시간 때라 부적합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태만한 모습까지 보여주니 유재석과 비교가 됨으로 욕은 욕대로 더욱 얻어먹었다.

성공 포인트- 차별화된 캐릭터

박명수의 캐릭터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이다. 즉, 제도권에서 벗어난 캐릭터로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자유로운 캐릭터인 것이다. 실생활의 모습인지 캐릭터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캐릭터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박명수로서는 모험을 한 셈이다. 역시나 사람들은 박명수를 싫어했다. 비호감 1위 연예인으로 꼽을만큼 말이다.

하지만 비호감 1위인 것이 생각의 틀을 넘어선 캐릭터로 인한 것이라면 시간이 앞의 "비"자를 빼주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박명수의 꾸준함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호통 개그가 이제는 더 이상 거북하지 않으며, 더러운 것이 재미로 느껴진다. 태만한 것 역시 캐릭터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며 박명수는 그가 지은 별명대로 거성이 되어갔다.

어설프게 차별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차별화가 되려면 사람들의 생각의 틀을 확실히 넘어야 하며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가 되어야 한다. 왕비호는 이를 잘 활용했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이미지 변신을 하면서 캐릭터를 잘 못살리고 있다. 하지만 박명수는 꾸준히 못된(?) 캐릭터를 밀어붙여 지금은 무한도전에서 없으면 안되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성공 포인트- 잘 만난 파트너

박명수에게 유재석이 없었다면 박명수는 여전히 이승철 흉내만 내는 개그맨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유재석은 박명수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명수가 주장하듯 이는 유재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재석도 박명수가 없었다면 이만큼 큰 성공을 거두긴 힘들었을 것이다.

박명수는 유재석과 완벽히 반대되는 캐릭터이다. 유재석이 선(善)이라면, 박명수는 악(惡)이다. 유재석이 "아"라고 하면 박명수는 "어"라고 한다. 성실하고 꼼꼼한 유재석과 반대로 태만하고 대충하는 박명수는 유재석을 띄워주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이런 반대되는 캐릭터를 의도한 것 같다.

유재석을 비난하고 유재석을 발로 찰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가 바로 박명수이기도 하다. 유재석은 선의 축이고, 박명수는 악의 축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유재석이 1인자라고 해도 2인자라고 주장하는 박명수에게 발찌검을 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박명수는 1인자를 가지고 노는 2인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1인자를 파트너로 삼았기 때문이다.

키다리와 난장이, 뚱뚱보와 홀쭉이, 미녀와 야수... 사람들은 반대되는 캐릭터가 함께 있을 때 흥미를 느낀다. 유재석과 박명수. 그 자체로 매우 상반된 캐릭터이다. 하지만 유재석이 뜰수록 박명수도 같이 세트로 같이 뜨게 되어있다. 그림자 같은 박명수는 유재석에게 없으면 안될 존재이기도 한 이유이다. 유재석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박명수의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적용 포인트

회사에서 혹은 학교에서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인가? 아니면 주목받는 사람인가? 평범한 사람이 있어야만 비범한 사람도 있기 마련인 것 같다.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박명수를 보면 그의 별명대로 정말 하찮기 짝이 없다. 키도 작고, 못생기고, 더럽고, 재미없고, 성격도 못된 무한도전 속 박명수는 대한민국 하위 2%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무한도전 속 박명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박명수보다 잘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자신의 캐릭터를 잘 관리하고 유지해 나간다면 차별화된 캐릭터로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설픈 이대리, 김팀장보다 거성 이대리, 하찮은 김팀장이 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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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추석 특집은 여러 프로그램을 무한도전 내에서 모두 보여주려 했던 신선한 시도였다. 추석만 되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특집으로 구성되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한꺼번에 보여준 무한도전의 시도는 신선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프로그램 하나 하나가 너무 급하게 만들어진 느낌이 있었다.

엊그제  방영된 선덕여왕을 그냥 편집만 한 무비라는 시도는 이런 무한도전 추석 특집과 마찬가지로 추석 특집이라는 이유만으로 급하게 급조된 느낌이 컸다. 추석 특집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편집하고 급하게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는 추석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의 이번 시도는 나름 참신했고, 특선 영화인 취권은 지루하긴 했지만, 홍콩 영화의 허무맹랑한 특징을 잘 잡아냄으로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릎팍도사였다. 박명수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1인자가 되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무릎팍도사는 길의 어설픈 진행에도 불구하고 박명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시간이었다.


박명수는 수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많은 별명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 별명은 모두 비호감 별명이다. 게다가 침 흘리고, 코 흘르고, 똥침하는 모든 지저분한 행동들이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데뷔 16년차... 하지만 지금처럼 뜨게 된 것은 10년 이상의 암울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명수의 말대로 그는 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고, 그 몸부림이 밉지 않은 것 같다.

가족을 개그 소재로 쓰지 말라는 호통은 재미를 넘어서 가슴이 짠 하기도 하다. 아내까지 간염에 걸려가면서 (이 사실은 몰랐다) 민서에게까지 간염의 위험이 있었던 위기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한 가정의 가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항상 2인자이다. 남에게 고개를 숙이고, 비호감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기 죽지 않고 오히려 호통을 치고 기꺼이 사람들의 우슴거리가 된다. 민서를 잘 보지 못할 정도로 바쁜, 그래서 집에 안들어가겠다고 개그를 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나 또한 아버지가 되고 난 후 이런 박명수의 마음이 참 역설이고 희극인으로서의, 또한 아버지로서의 선택일 수 밖에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느 아버지가 자신의 자녀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잠시 블로그의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다솔이가 눈에 밟힌다. 눈에 밟히는 민서를 두고 집에 안들어가겠다는 개그를 쳐야만 하는 그는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기보다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선택한 역설적인 멘트라 생각한다.

남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쭈그리, 하찮은이란 별명을 가지고도 꿋꿋하게 호통을 치며 개그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살기 위한 것이고, 이제는 가족을 위한 것이다.


IMF 때를 기억한다. 수많은 아버지들이 실직을 당하고, 자살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아직도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실천되고 있는 시기이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여도 아버지는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위해 위대하다.

이민까지 생각하고, 무한도전 하차까지 생각했던 박명수. 그는 아마도 가족과 일, 둘 사이에서 많은 번뇌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하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고, 그는 하찮은 박명수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박명수를 과대평가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버지이기에 아버지로서 박명수는 분명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박명수를 더욱 응원하고 싶다.


한 CF를 보고 마음이 짠 했다. 아버지는 사진에 없다. 사진에 찍히기 싫어서가 아니라,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 사진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버지라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를 생각해보니 가족 사진에 아버지가 별로 없었기에 더욱 마음 속에 짠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이제는 아버지 사진을 찍어주려한다. 그리고 내 아들 다솔이와 사랑하는 아내의 사진을 찍어주려 한다.

어머니는 강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비굴해질 수 있을만큼 더 강하다. 2인자로서의 박명수. 그가 2인자의 길을 걸어도 민서에게는 항상 1인자인 아버지일 것이다. 유재석과 같은 아버지도 있고, 강호동과 같은 아버지도 있겠지만, 난 박명수를 우리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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