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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그 1회가 시작되었다. 이전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시작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TV에서 보게 되었다. 꽃보다 청춘은 두개의 팀으로 나뉘어 방송한다. 40대 음악인인 유희열, 윤상, 이적이 남미의 페루로 떠나고, 20대 응답하라 남자 배우들인 유연석, 바로, 손호준이 라오스로 가게 된다. 그리고 1회에서는 40대 음악인인 유희열, 윤상, 이적이 가게 되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만약 후속으로 꽃보다 할매를 내 놓았다면 꽃보다 청춘은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공중파에서 재빠르게 꽃보다 할매편인 마마도를 내놓는 바람에 꽃보다 할배의 후속은 꽃보다 누나가 나오게 되었고, 평소 예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여배우들의 솔직담백한 모습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두번째 번외 프로젝트로 꽃보다 청춘이 나오게 되었고, 이 역시 돌풍을 예상해본다. 


시작하기 전에 꽃보다 청춘은 좀 약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40대 가수들로 어떻게 뭘 해볼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예능에서 여러번 얼굴을 비친 윤상-유희열-이적의 조합으로 어떻게 식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진정한 예능밀당남인 나영석은 달랐다. 그도 좀 루즈해질 것이라 생각했는지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무전여행.. 아니 무짐여행





꽃보다 청춘의 기가막힌 신의 한수는 무짐여행이었다. 무전여행도 아니고 무짐여행이라니... 나영석PD는 사전 모임을 빙자하여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던 것이다. 출연진에게는 사전모임을 한다고 하고, 식당에서 모였다. 지금까지 꽃보다 시리즈에서 항상 사전모임을 했기에 의심의 여지 없이 사전모임의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에 서로 모였다. 하지만 나영석PD는 소속사 사장과 매니저와 은밀한 거래를 통해 여권을 확보하고,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스케줄을 비워놓았다. 사전모임을 하며 식당에서 김찌찌게를 끓이고 있다가 전자 비행기표를 나눠주었고, 잠시 후 출연진들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2시간 30분 후인 것을 알게 되었다. 


완전히 무방비상태에서 당하게 된 것이다. 현재 입고 있는 옷만 입고 그대로 출국하게 된 청춘들은 30시간 넘게 가야 하는 페루로 향하게 된다. 나영석PD도 이 멤버 구성으로는 약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40대면 산전수전 다 겪어 경험도 풍부하고, 체력도 좋기에 최악의 조건을 만들어 놓아야 할배들과 비슷한 처지가 된다. 짐꾼은 커녕 촬영도 각자에게 맡기고, 셀카포드 하나 던져주고 스스로 촬영을 하게 하기도 한다. 페루에 도착하는 것 역시 한밤 중에 떨어뜨려 놓아서 계속 위기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지갑도 다 빼앗고, 돈은 최소한의 돈만 준체 숙소부터 생필품까지 모든 것을 그 안에서 해결하게 하니 무전여행보다 더하면 더한 생고생 여행인 것이다. 또한 미션도 단촐하다. 페루의 마추픽추 입장권을 미리 예매해두고, 예메된 날짜에 그곳에 도착하면 미션이 종료된다. 9박 10일 중 9일을 리마에만 있다가 마지막 날에 마추픽추로 가도 되는 미션인 것이다. 그야말로 자유여행이고, 데드라인이 있는 긴장되는 미션인 것이다. 


다들 고학력자에 경험도 풍부하다. 유희열은 서울대 작곡과를 나왔고, 이적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윤상은 버클리음대를 나와서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뮤직테크놀로지학과를 나왔다. 다들 영어도 잘하고 스마트하기에 오히려 영어가 통하지 않는 페루가 그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정말 몸만 가지고 가는 여행. 그 안에서 어떤 것들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발거벗겨진 캐릭터



몸둥아리 하나만 가지고 간 여행. 그런 환경에서 바로 들어나는 것은 인간성이다. 바로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역대 어떤 꽃보다 시리즈에서도 이보다 더 빠르게 캐릭터가 만들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수많은 방송을 하면서도 캐릭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는데, 꽃보다 청춘 1회만에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특희 유희열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그냥 음악 천재 혹은 무한도전을 통해서 얍삽한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상남자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얻게 되었다. 또한 유희견이라는 새로운 별명마저 생기게 되었다. 출국 바로 전에 급하게 예약을 하게 된 도미토리. 무려 혼성 도미토리에 하루 7,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도미토리를 예약한 청춘들은 도착하자마자 기함하게 된다. 무려 두번이나 방범창이 있고, 안에는 10명이 함께 혼숙하는 도미토리였기 때문이다. 수돗꼭지는 하나여서 찬물 밖에 나오지 않고, 수건도 3명이 하나를 써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 상황에서 유희열은 금새 적응을 해 나간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혼성 도미토리라는 점에 헤벌쭉해지며, 수건을 1/3로 나눠쓰자던 윤상과 이적의 간곡한 부탁에도 거리낌없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해버리는 대범함은 유희열을 상남자 반열로 올려버렸다. 1회였지만, 유희열의 새로운 면에 대해서 다양하게 볼 수 있었는데, 빠른 판단력과 지리에 강한 인간 네비게이션의 모습, 윤상과 이적의 대립 가운데 시크하게 벗어나 있는 상남자. 바로 유희열인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상은 나이가 제일 많음에도 불구하고 리드 당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약간은 새침하고, 화장실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민감한 누나들의 윤여정 캐릭터. 여성성 넘치고 빠지기 잘하고 징징거리는 징징 윤상, 유희열과 부딪할 줄 알았지만 유희열은 상남자라 오히려 신경도 안쓰는 편이라 이적과 부딪힐 점이 많을 것 같다. 


첫회부터 이적은 윤상과 대립구조를 나타낸다. 가장 막내인 이적은 가장 형인 윤상을 배려한다고 1층에서 자고, 프라이빗 화장실이 딸린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유희열을 훈련시키기까지 하지만 결국 윤상은 막내가 1층에서 잔 것에 대해 구박하고, 방을 옮긴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되자 이적은 멘붕에 빠지고 만다. 오히려 이적은 윤상과 비슷한 여리디 여린 성격의 섬세한 남자였기에 상처를 받게 되고, 이에 윤상과의 대립이 시작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30시간 넘게 간 나라에서의 좌충우돌 이야기. 그것의 매력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게 만드는데에 있는 것 같다. 



대기 중인 원투펀치





아직 꽃보다 청춘은 여러 무기를 감춰주고 있다. 첫회에서 보여준 충격과 공포 그리고 스릴은 역시 나영석이라는 엄지를 치켜세우게 한다. 요즘 쇼미더머니에서 유행하는 털ㄴ업인 것이다. 꽃보다 청춘을 제대로 살린 나영석. 하지만 아직 숨겨둔 무기들이 많이 있다. 1회에서 감성을 충만하게 해 주었던 것이 있다면 바로 음악이다. 40대 청춘이라고 하지만, 3명 다 한국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천재 음악가들이다. 이들이 남긴 불후의 명곡들은 꽃보다 청춘을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유희열이 식당에 들어갔을 때는 토이의 "좋은 사람', 페루에 도착해서 택시 기사에게 사기를 당했을 때는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시장을 찾아 숙소 밖을 나서며 헤맬 때는 토이의 "그럴 때마다"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 윤상-이적-유희열의 노래들을 들으며 저절로 타임슬립을 경험하며 보여지는 40대들이 아니라 20대 청춘 때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또한 40대 청춘들의 이야기 뒤에는 유연석, 바로, 손호준의 응답하라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꽃같은 20대 청춘인 유연석, 바로, 그리고 손호준. 이들이 여행은 꽃보다 청춘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줄 수 있을만큼 강력한 한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프로그램같으면 시청률을 위해 20대 청춘을 앞에 내새우고, 그로 인한 관성으로 40대 청춘까지 끌고 가려 했을 것이나 나영석이 이끄는 꽃보다 시리즈의 자신감은 40대로 시청률을 충분히 끌어올린 뒤 20대로 끝내기 한방을 날려주겠다는 야심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기 좋게 꽃보다 청춘 1회만에 4.6%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만루홈런을 쳤다. 


티저 영상만으로 4.6%를 만들어냈고, 이제 1회의 충격을 맛본 사람들이 퍼트려 나갈테니 2회부터는 승승장구가 아닐까 싶다. 


또 하나의 새로운 꽃보다 시리즈인 꽃보다 청춘. 이로 인해 무짐여행 패키지가 생겨나지는 않을지 새로운 여행 문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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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서 지난 번 미남 특집에 이어 못생긴 친구를 소개한다는 못친소 특집을 방영했다. 못친소 특집은 지난 번 유재석이 정형돈에게 자신으로 인해 덕을 본 후배들이 많다는 것을 말한 것에서 비롯되어 특집이 마련되었다. 각 멤버들이 생각하는 자신보다 못생긴 친구들을 불러서 축제를 한다는 컨셉으로 멤버들은 자신이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내어 축제에 초청을 하였다. 

초대된 사람으로는 김제동, 김영철, 데프콘의 유재석 옵션 뿐만이 아니라 배우 황정민을 비롯하여 이적, 유희열, 고창석, 윤종신, 장윤주, 김범수, 정인, 권오중, 장기하, 박진영, 김C, 싸이, 대성, 하림, 조정치, 권오중,지석진, 게리, 지상렬, 유해진등이 초대를 받게 되었다. 배우, 가수, 모델, 개그맨등 다양한 장르의 연예인들이 초대되었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다들 매한가지였다. 왜 자신을 초대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초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못생겼다고 인증된 셈이니 기분이 나쁠만도 하다. 자신은 철저히 그 초대를 무시했지만, 다른 초대자 명단을 듣고는 그럴만 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초대받은 사람 중에 일부만이 오게 되었는데, 권오중, 이적, 김C, 고창석, 윤종신, 하림, 조정치, 김영철, 김제동, 데프콘이 초대에 응하여 나오게 되었다. 

이를 두고 못친소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못친소를 하게 된 의도가 궁금했다. 못친소를 소개하는 유재석은 소개하는 내내 이건 축제라는 것을 강조했고, 레드카펫을 깔아놓고, 포토라인도 갖춰두고, 안에는 성대한 파티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들 공식 석상에 갈 때 입는 정장을 입고 나왔으며 축배를 들며 축하하기도 했다.

실제로 초대받은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롱런하고 있는 연예인들이었다. 다들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고, 그 분야에 전문가로 인정을 받으며 깊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력파들이다.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을 황금 시간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게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들이다.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는 아이돌이나 걸그룹, 스타 여배우들을 내세우며 시청률 올리기에 열을 올린다. 그 이유는 시청률 때문일 것이다. 더 예쁘고, 더 잘 생기고, 더 몸매 좋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시청자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시청자들은 그런 것에 더 반응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자주 그리고 자연스럽게 예쁘고, 잘생기고, 보기 좋은 것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외모 지상 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너무 외모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외모가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물질 중심 사회가 여러 문제점을 만들듯 외모 지상 주의도 여러 사회적인 문제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 자본주의 하에서 물질 만능 주의와 연결되어 있지만, 취업을 할 때도 외모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형 수술을 하는데 많은 돈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남에는 똑같이 생긴 플라스틱 미인들이 너무 많다고도 한다. 외모 때문에 자살을 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비정상적인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잘 생기고 예쁘고 날씬하고 초코렛 복근을 만드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가꾸고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데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로 보지만 그것이 하나의 가치를 정하는 기준이 되어 극도로 치닫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못친소 특집은 이런 극도로 치달은 외모지상주의에 균형을 맞춰주기 위한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외모가 잘 생기고 예쁠 수록 좋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듯 무한도전의 못친소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그 분야에서 가장 스페셜한 사람들이었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연예인들이었다. 또한 무한도전도 평균 이하의 멤버라는 컨셉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6년 반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온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모임은 축제인 것이고, 축하받을 일인 것이 아닐까. F1으로 선정된다면 가장 못생긴 사람인 것이 인증되는 것이기에 속은 좀 상하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사회적인 관념을 뒤엎고 인생역전을 한, 그리고 내공이 가장 쎈 사람이라는 것이 인증되는 것이니 이 또한 축하받을 일인 것 같다.


어디가서 못생긴 것으로는 빠지지 않는 싸이. 그는 지금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국위선양을 하고, 강남을 알리며 톱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난다 긴다하는 아이돌이나 걸그룹들도 하지 못한 세계 정복을 그가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싸이를 능가할 못친소의 F1은 누가 될 것인지 다음 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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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가 열렸다. 신나는 무대 속에 노래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이번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는 노래에 대한 무한도전식의 해석과 메시지가 있었다. 요즘 난무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헛점도 정확하게 찌르면서 사람들의 심금도 울리게 되었다. 무한도전은 6팀에게 숨겨진 심사위원이 관객 가운데 있다고 한 후 순위를 매겼다. 즉, 경쟁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대상 수상을 모두에게 해 주었다. 우리의 인생은 경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달려온 모든 팀들이 모두 대상 수상자인 것이다. 


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즐기고, 느끼고, 행복하느냐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무한도전이 내게 항상 감동을 주는 이유는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어제 난 대학 때 활동하던 IVF라는 동아리의 여름수련회에 다녀왔다. 선배들이 찾아가서 "나는 멘토다"라는 제목으로 3,4학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던 것이다. 나 또한 "블로그"라는 주제로 3,4학년 후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들은 많은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다. 뿌옇고 보이지 않는 앞의 길과 바로 앞에 놓인 갈림길. 부모의 기대와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과연 될까 하는 의심과 불안이 내게까지 전해졌다. 그들과 짧은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놓친 부분이 많아 아쉬웠는데, 오늘 무한도전을 보며 내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처진 달팽이가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말하는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이적은 유재석과 한팀이 되었다. 그리고 이적은 유재석의 인생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여행을 다니며 유재석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으며 노래를 만들어갔다. 지금 유재석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과거에 유재석은 꽤 오랫동안 무명으로 살아왔다. 무명의 설움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의 취업대란 속에 있는 실업자들의 마음과 동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 날이 불확실한 수많은 직장인들도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싶다. 차라리 앞이 보이지 않으면 약간의 기대라도 할 수 있을텐데, 제한된 앞날이 보인다면 그것은 더욱 비참하고 절망적일 것이다. 

이적과 유재석이 만든 '말하는대로'의 가사를 한번 음미해보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난 왜 안되지 하며 걱정이 들어 통 잠을 잘 수 없던 시절. 말하는대로 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내일 뭘 할지 꿈꾸게 된 것이다. 걱정에서 꿈으로 바뀐 미묘한 작은 변화가 그를 변화시켰다. 미친 듯 달릴 수 있게 되었고, 말하는대로 될 수 있단 걸 한번 경험해보자 믿어보기로 했고, 그것들이 반복되자 할 수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미친듯 달려오며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말 들어야 할 것은 오직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생각한대로, 마음먹은대로 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 불안한 미래에 대해 낙담하며, 한두번의 실패, 혹은 연속되는 실패에 좌절하고 역시 안되었다며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아주 사소한 변화 때문이다. 꿈을 꾸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유재석은 국내 최고의 MC를 꿈꾸게 된다. 그리고 미친듯이 달리게 된다. 국내에는 주병진 외에는 개그맨이 MC가 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나 외모가 받춰주어야 MC가 가능했던 그 시기에 유재석은 MC를 꿈꾸게 되었고, 주변의 수많은 소리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 작은 이야기에 귀기울이기 시작한다. 정말 오늘도 최고의 MC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반성하고 자신을 개발하는 진심의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최고의 MC가 된다. 유재석을 보고 있으면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발이 느껴진다. 게스트에 대해서는 수십년 전 정보까지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게스트가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다. 그래서 게스트들은 유재석을 MC로 가장 선호하며 그가 MC로 나오는 프로그램에 나가면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최고가 되었다. 최고가 되어서도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무한도전에서 모든 미션에서 가장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해오는 사람은 유재석이다. 에어로빅도 그랬고, 봅슬레이도 그랬고, 댄스 스포츠도 그랬고, 패션 모델도 그랬다. 첫날에 멤버 모두 다같이 못하지만, 그 다음 날에 제일 잘하는 사람은 유재석이다. 그는 밤새 연습했던 것이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꿈을 꾼다. 미친듯 달리고 내 마음 속 소리, 즉 진심에 귀기울인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영원히 도전한다. 이것이 유재석이 최고가 된 비결이고 비법인 것이다. 

노래는 진심이다.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노래를 들으며 흥겨웠고 즐거웠다. 그리고 관객이 모두 떠나가고 텅빈 무대에서 부른 '말하는대로'는 누군가를 위한 노래가 아닌 자신을 향한 진심 어린 무대였다.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했다. 멜로디로, 랩으로... 랩을 부르는 동안 유재석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자신의 20대가 생각났나보다. 끝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한 고통스런 느낌. 도저히 끝이 안날 것 같은 악순환의 고리들.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들과 소리들이... 아니 그보다 그 고통스런 시간을 변화시킨 순간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변화가 그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선순환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말하는대로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꾼 순간 인생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재석의 노래를 듣고 무한도전이 끝났다. 그러나 한동안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에 눈물이 계속 고일 뿐이었다. 그의 인생의 역경이 감동스럽기도 했지만, 그의 진심이 전해져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스무 살적 잠자리도 비슷했다. 말하는대로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앞 날은 어두웠고,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군대에서 맞이한 생일 날 내 꿈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무시했지만, 내 가슴 속에는 울렁거리는 열정이 있었고, 할 수 있을거라, 한번 해보자는 용기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에 집중하며 지금까지 미친 듯 달려왔다. 10년이 지난 지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다. 그리고 말도 안된다고 했던 꿈들이 이뤄지고 있다. 말했던대로 그대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재석의 노래를 듣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역경 속에 있는 사람도, 세상의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던 사람도, 좌절 속에 있는 사람도, 혹은 좌절 속에 있던 사람도 유재석의 진심이 담긴 인생 스토리에 푹 빠져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노래가 되었다. 

음악적 스킬도 없었고, 탁월한 음색이나 시선처리도 없었다. 때론 음정이 틀리고 박자를 놓치기도 했지만, 그의 노래는 세상 그 어떤 노래보다 가장 아름다웠다. 노래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무한도전은 성공했다. 사람들에게 노래란 경쟁과 스킬이 아니라 진심이고 그 진심이 전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전했으니 말이다. 진심 없이 시청률만 올리기 급급한 프로그램들의 홍수 속에 오아시스 같은 해갈을 해 주는 무한도전은 영혼까지 맑고 시원하게 해 주는 것 같다. 

후배들에게 드리는 말


어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내게 고민 상담을 했던 후배들에게 위의 이야기와 더불어 한가지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당신의 인생은 이미 제목이 적혀 있는 그림이다. 그 제목은 "축복"이다. 지금도 그림은 그려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검은 색이 칠해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핑크색이 칠해지고 있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공백으로 남겨져 있기도 할지 모른다. 그러나 검은 색이건 핑크 색이건 공백이건 모든 것이 있어야 "축복"이란 제목의 그림이 완성된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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