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이리스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가 느끼기에는 지루함이 더 크다.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고, 중간에 점핑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수박 겉핥기처럼 대충 대충 넘어가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떨어뜨려 극의 몰입에 방해를 일으킨다.

아이리스는 소설로 끝까지 다 보았기에 결말이 어떻게 날게 될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소설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은 드라마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많이 빼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자체도 빈틈이 너무 많은데다 영상으로만 보여주어야 하는 심리 상태나 배경 설명은 한계가 있다. 그런 것들을 모두 설명하다보면 결국 죽도 밥도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드라마에서는 소설과 다르게 드라마의 묘미를 더 살려주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점이다. 김태희가 폭발된 차량에서 살아나오는 장면도 다음 회 쯤에 설명이 될 것이다. 그 이유를 미리 알려주지 않고 넘어간 것은 그 장면이 스토리를 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궁금증들은 끝까지 풀리지 않고, 가면 갈수록 첩첩산중이 되어 결말 또한 미스터리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아이리스가 높은 영상미와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물을 낼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원작에 너무 충실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아이리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과 평화이다. 남북 관계나 세계 경제 질서, 미,중 관계 모두 전쟁과 관련이 있고, 아이리스라는 세계 평화 질서 유지 단체가 평화를 위해 전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댐의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구멍을 터트려야 하는 것처럼 전쟁을 통해 세계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그것은 음모론의 핵심이다. 음모론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집단이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한 상태에서 증거들을 나열하는 방식이다. 아이리스는 음모론을 꺼내들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경제학자 멜더스는 인구론에서 사람은 기하급수적(2,4,8,16,...)으로 늘어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2,4,6,8,...)으로 늘어나기에 결국에 인류는 식량 부족으로 멸망하게 되어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으로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당시 제시한 방법 중 하나가 전쟁이다. (음모론에서 본다면 전염병도 그 중 하나이기에 현재 신종플루도 아이리스같은 단체가 퍼트린 전염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걸프를 공격한 이유도 무기 회사들의 압력과 기름 전쟁을 치르기 위한 것이었고, 911 사태와 아프가니스탄 공격도 모두 짜고친 고스톱, 즉 기름을 확보하고 무기를 판매하기 위한 쇼였다는 점이 음모론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음모론을 다루고 있는 아이리스. 낯선 전개로 혼란스럽게 만들긴 하지만, 전쟁을 원하는 집단, 아이리스라는 굵은 스토리를 기억하고 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반응형
반응형

미녀들의 수다가 루저 발언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홍익대의 한 여학생이 180cm 이하의 남자는 모두 루저라는 발언으로 인해 수많은 이슈가 생산되고 있고, 뭇 남성들의 심기를 심히 불편하게 하고 있다. 나 또한 그 루저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별로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외모지상주의를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실수로라도 뒷통수를 치면 아픈 것은 매한가지다. 오히려 의도하지 않고 때린 것이 대비할 수 없었기에 더 아프다.

미녀들의 수다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학습 프로그램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 있는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 다른 프로그램은 몰라도 미수다는 꼭 챙겨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 학생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통해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을 보았으니 말이다.


미녀들의 수다가 마녀들의 수다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외국인들의 말들이 외국인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냥 제작진의 목소리를 대언하는 꼭두각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난 이 루저 발언의 책임지를 루저 발언을 한 학생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학생의 말처럼 그 학생은 그냥 시켜서 한 말이다. 미수다에서 나오는 외국인들 또한 제작진이 시켜서 한 말이다.

이는 이미 양심선언을 하고 배척당한 캐서린 사건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캐서린은 막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제작진이 살아남으려면 막창 이야기를 하라고 해서 한 것 뿐이다. 방송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는 하지만, 시청자를 기만하는 프로그램은 영 개운치 않다.

패떴의 대본 사건이 기분 나빴던 이유도 "방송은 원래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몰랐어? 순진하긴 ㅉㅉ"라고 말하느 듯하여서 그랬다. 미수다도 동일한 반응으로 대응하고 있다. "마녀사냥하지마. 방송이 원래 그래. 몰랐어? ㅎㅎ"라고 대답하고 있다.

미수다 사과

미수다 홈페이지의 사과 전문


미수다가 밝힌 입장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잘못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단지 마녀사냥을 하지 말라는 네티즌들에 대한 훈계 뿐. 마치 정치인들처럼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스타킹 사건이 생각난다. 일본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배껴서 행동 하나 하나까지 따라하게 하여 스타킹을 만들어낸 제작진들은 파렴치의 극치였다. 그리고 사과를 한 후 pd가 바뀌는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자극적이고 막장스런 일들만 반복되고 있다. 미수다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대충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모양세다.



미수다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많은 외국인들에 세계 각지에서 지켜보고 있고, 특별히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헌데 이런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수다는 프로그램 자체만 먹칠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에도 먹칠을 하는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 말은 과장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미녀들의 수다가 더욱 마녀들의 수다로 느껴지는 것 같다.

왜 미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야기는 한국인이 들었으면 하는 외국인들의 발언이다. 하지만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솔직한 외국인의 발언이다. 그렇게 해서는 방송이 안된다고 한다면, 해 보긴 했냐고 묻고 싶다.
반응형
반응형
천하무적야구단은 무한도전 때문에 본방사수는 잘 못하지만, 재방송으로라도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정말 시간대만 겹치지 않았다면 꼭 본방사수를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천하무적야구단이 재미있는 이유는 "성장"에 있다. 오합지졸야구단으로 시작하여 천하무적야구단이 되어가는 과정이 정말 야구만큼 짜릿하기 때문이다.

또한 야구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었다. 명색이 이종범이다보니 야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관심이 가게 되어있고, 야구를 다루는 천하무적야구단에 더욱 애정과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천하무적야구단의 멤버들을 보고 처음에는 참 가관이라 생각했다. 김창렬과 임창정, 이하늘... 이 3명의 이름만 들어도 게임오버였기 때문이다. 또 얼마나 저질스런 이야기들로 프로그램을 망칠까 생각했지만, 이는 완벽한 오해였다.
 

천하무적야구단이 그들을 교화시킨 것인지, 아니면 내가 천하무적야구단에 동화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들이 친구처럼 느껴진다. 저번 주에 김창렬이 천하무적야구단을 한마디로 한다면 "가족"이라고 말했다. 라디오 올드스쿨의 애청자로서 김창렬의 그 멘트는 진심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모든 선입견과 오해들을 정반대로 바꿔놓고 있는 천하무적야구단에서 이번에 좀 주목해서 보고 싶은 사람은 바로 "동호"이다.


처음에 동호가 추가로 입단했을 때만 해도 굉장히 비호감이었다. 유키스라는 그룹의 멤버라는데 유키스가 어떤 그룹인지 아직도 알지 못할 뿐더러 계속 헤어스타일만 신경쓰며 겉멋들린 동호의 모습이 거만해보였기 때문이다. 어른의 눈으로 본 아이돌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또한 동호는 각종 테스트에서 최하의 성적을 보여주었다. 배트 속도 역시 가장 느리고, 체력도 제일 딸린다. 어느 정도하다가 그만둘 줄 알았는데, 이제 난 완전히 동호의 팬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합지졸 중의 최고 오합지졸이었던 동호가 이제 천하무적 중의 최고 천하무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16살에 불과한 동호. 내가 16살 때를 생각해보면 어른들과 야구를 한다는 것은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형들과 해도 그럴텐데 중학생이 성인과 붙는다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을 쉽게 연상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더욱 기대를 하지 않고, 동호가 나오면 우선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내 준다고 생각하며 보았다.

그런데 동호는 실전에 강했다. 1승 때 플라이볼을 잡아 끝내더니 2승 때도 1루 송구로 마무리를 지었다. 게다가 저번주 경기에서 무승부를 낼 수 있었던 주역은 바로 동호의 적시타였다. 아무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포기했을 때, 동호는 항상 해냈다. 그것도 3번이나... 한번은 우연이라 생각하고, 두번은 우연의 연속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삼진 아웃 후 공수전환처럼 상황이 180도 변하게 되었다.


꿈에서도 플레이볼을 놓치는 꿈을 꾸는 마르코. 하지만 동호는 잡아냈다. 중요한 순간에 1루 송구에 실패하는 야구하는 김창렬.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동호는 성공했다. 그리고 제구력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군인인 상대편 최고 투수를 상대로 천하무적의 최연소자이자 가장 느린 베트 속도인 동호가 만났다. 보나마나 아웃 당할 것이 뻔했고, 모두가 포기하며, 전 타자였던 임창정은 자신의 실수를 곱씹으며 벤치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동호는 적시타를 내게 된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감격은 그만큼 더 컸다. 게다가 도루까지 성공하는 동호. 완전히 멋졌다! 어느 순간부터 머리 만지는 습관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던 동호는 천하무적 야구단을 통해 성숙해져 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냉엄한 현실 속에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순서까지 올까봐 걱정하며 사색이 된 얼굴로 긴장을 하는 순수한 아이의 모습만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실낱같은 믿음을 가지고 다윗이 돌팔매를 던지듯 배트를 휘둘러 안타를 쳤을 때 그 표정은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표정처럼 두려움을 넘어선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이돌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겉멋들린 아이돌의 모습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한 진정한 자신감이 있는 아이돌의 모습으로 말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가장 기대가 큰 사람은 바로 동호이다. 그건 가장 약하고 느리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어리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동호가 가장 큰 기대가 된다. 천하무적야구단의 에이스는 이제 동호가 아닐까 싶다.

반응형
반응형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죽음이 50회에서 이루어졌다. 마치 50부작이 끝난 것처럼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며 미실의 최후를 그려내었다. 미실의 죽음은 희화되지도, 과장되지도 않고, 최대한 절제된 가운데 많은 의미를 담으며 솔직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이 감동이 되어 선덕여왕을 미실의 입장에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처럼, 이긴 자의 입장에서 씌여지게 된다. 진 사람은 반역자이고, 대역 죄인으로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이다. 아이리스 같은 스릴러물에 자주 등장하는 음모론은 이런 역사를 비판하며 시작된다. 숨겨진 역사, 이면사에 대한 의문점에서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선덕여왕도 미실과의 싸움에서 이긴 덕만의 입장이 아닌 진자인 미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것이 바로 이면사일 것이다. 관점을 바꿔 미실의 입장에서 선덕여왕을 한번 바라봐 보았다.



1.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진흥왕 때 미실은 진흥왕을 도와 신라의 국경을 확장하고 신라의 기틀을 마련한다. 덕만과의 대화에서 미실은 덕만이 그저 비담과 같이 순진한 어린 아이와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피를 흘려 국경을 세우고, 수많은 계략과 술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실이 선택해야 했던 것은 누구보다 더 신라를 사랑하고,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미실을 보고 독하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미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누구보다 신라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기 위해 사랑을 철저히 이용한다. 사랑하는 것을 갖기 위해 사랑을 이용하여 쟁탈하려 한다. 사람을 통해 나라를 얻기 위해 그녀는 인재들과 결혼을 하게 되고, 수많은 아이를 낳게 된다.

그리고 이용하는 사랑이 나라를 얻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면 가차없이 그 아이까지 내쳐버리는 것이 미실이다.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리라. 사다함을 사랑했던 미실. 사다함이 죽었기 때문에 사다함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미실은 죽음으로 신라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한다.


2. 아들을 향한 사랑
그녀의 아들은 미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천방지축 하종과 듬직한 보종,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비담까지 그녀의 사랑은 한정이 없다. 바록 자신의 최종 사랑이 신라라고는 하지만, 실수 투성인 하종을 탓하지 않고, 비재에서 진 보종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감싸고 안아준 것이 미실이다.

비록 비담은 자신의 사랑을 가로막은 진지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지만, 그를 죽이지 않고 그냥 싸개로 싸서 왕실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성장한 비담을 마주친 자리에서도 미실은 비담을 항상 살려준다. 미실이 죽기 전 비담은 자신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사랑한다","미안했다"... 하지만 미실은 사랑은 빼앗는 것이라는 자신의 가치관을 전해준다. 누구나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지만, 미실의 그것은 자녀를 걱정하는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3. 덕만만 없었다면...
왕실은 미실의 장난감과 마찬가지였다. 병부와 모든 관리들이 모두 미실의 세력이었으니 왕실은 명목상의 왕실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난데없이 덕만이 나타났다. 그것도 자신을 제법 따랐던 낭도로서 말이다.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었기에 자신의 수를 알려주며 훈수까지 두는 여유를 부리며 덕만을 자신의 경쟁자로 키웠지만, 결국 그 덕만이 청출어람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차지하게 된다.

덕만만 없었다면 미실은 여왕이 되었을 것이다. 덕만이 없어도 김춘추가 돌아와 골품제 이야기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김춘추라도 미실의 세력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을테고, 그랬다면 역사는 미실을 여왕으로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실이 왕이 되었다면 신라는 더 흥했을지도 모른다. 김유신 못지 않은 칠숙과 보종이 있고, 전략과 책략으로는 설원을 따라갈 자가 없다. 또한 김춘추의 비상한 머리는 미생이 대신할 수 있는데다 알천랑 못지 않은 화랑들이 미실을 따랐을 것이다.


그랬다면 신라는 당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을테고, 더 큰 영토와 국력을 과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실은 졌고, 덕만에서 자신의 사랑을 넘겨준다. 한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백제가 쳐들어와 국경이 무너질 수 있었기에 자신의 사랑이 위험에 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회를 버린다. 미실은 여왕의 자격이 충분하였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3대 왕을 모두 보필한 미실. 그녀는 선덕여왕 전에 이미 신라의 왕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미실의 연기를 맡은 고현정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앞으로 고현정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반응형
반응형
선덕여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평강이 새롭게 시작했지만, 선덕여왕의 시청률은 46%에 육박하며 타의 주총을 불허했다. 이평강으로서는 선덕여왕이 끝날 때까지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선덕여왕이 지루해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끝까지 이렇게 많은 장치를 두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별로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선덕여왕의 시청률 상승세에는 이유가 있다. 미실에서 덕만 아역으로, 그리고 알천에서 비담으로, 비담에서 다시 미실로 돌아오는 여정을 거치며 선덕여왕은 끊임없는 추진체를 태우며 가속도를 내고 있다.

어제 선덕여왕이 시작할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미실의 화살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결국 미실은 덕만을 죽일 생각이었고, 덕만이 팔을 벌린 것은 굉장히 무모한 짓이었다. 덕만의 가슴에 있던 소엽도에 미실의 화살이 맞아 덕만은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실과의 대결에서 이긴 덕만은 너무도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 않나 싶다. 어쩌면 대의명분을 따랐던 미실이 절대로 자신을 죽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을 이을 춘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액션이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룰렛게임과 같이 무모한 시도였고, 소엽도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전세는 덕만에게 향하는 듯 했으나 이제 비담과 미실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덕만의 왼팔인 비담과 덕만의 적인 미실. 이 둘 사이가 모자 관계라는 것으로 인해 이 게임은 끝나지 않게 된다.


미실의 모성애

미실은 모성애가 특히 강하다. 권력욕이 모성애보다 강해서 그렇지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모성애가 가득한 모습으로 나왔다. 비재에서 자신의 아들인 보종이 져서 풍월주 자리를 유신에게 내 주어야 했을 때 미실측 모든 사람은 보종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미실은 아무 말 없이 꼭 앉아주었다. 그리고 난 후 보종은 미실에 대한 신뢰가 급상승하며 어제 설원이 "미실을 위해 죽어라"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죽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충성도를 나타내었다.

미실의 권력은 사랑에서 생겨났다. 수많은 남자들이 미실에게 충성하고 그녀의 남편이었다. 사다함 외에는 모두 전략적으로 사랑을 하게 된 것이지만, 여자 카사노바 마냥 그녀의 사랑을 받은 남자들은 모두 그녀가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느낀다. 이를 토대로 미실은 막강한 권력을 움켜쥘 수 있었으며 왕실을 장악할 수 있었다.

권력욕에 대한 욕심은 진지왕 때 황후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진지왕을 꼬셔서 비담을 낳게 되지만, 진지왕이 자신을 황후에 올릴 계획이 없다는 것을 알고 비담을 버림과 동시에 진지왕을 폐위하고 진평왕을 왕의 자리에 올려놓기도 한다.

여기서 미실은 비담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는다. 정말 진지왕에 대한 분노가 사무쳤다면 죽여도 시원찮을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모성애가 가득한 미실은 아무리 권력욕이 강하다하여도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 없었던 것이다.

비담은 문노의 손에 자라게 되었고, 덕만을 도와 미실의 앞에 나타났을 때 미실은 불안함보다는 미안함이 더 컸을 것 같다. 그 후 덕만이 미실을 가까스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비담 때문이었고, 비담은 미실이 계속 살려주었다.

어떻게 보면 미실은 비담이 자신의 편에 서지 않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비담이 덕만을 사랑하고 있기에 쉽지는 않았을테지만, 미실은 비담을 자신의 편으로 데려올 수도 있었다. 비담이 그토록 원하는 따뜻한 엄마의 손길을 한번 주기만 하면 비담은 분명 흔들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수리의 새끼처럼 높은 벼랑으로 끌고 가서 밀어버리고는 바닥에 추락하기 바로 직전에 날개로 받아 훈련시키는 것처럼 미실은 비담을 계속 살려주며 덕만의 편에 있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권력욕보다 모성애가 더 강해져 자신이 여왕이 될 수 있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미실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식솔들은 모두 죽거나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 중 한명이라도 덕만의 편에 남아 살아남기를 원해서 비담을 덕만의 편에 두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끝까지 미실은 비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내지 않고, 자신을 왜 죽이지 않았냐는 비담의 질문에 미실은 "실수다"라고 말하게 된다.

비담은 미실을 단번에 넘어뜨릴 수 있는 편지를 덕만에게 건네주지 않게 되고 오늘 저녁 미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비담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역사로 보면 선덕여왕이 죽기 3일 전 비담은 난을 일으키고 유신과 알천에게 제압당해 결국 죽게 되고 만다.

비담과 미실이 없었다면 선덕여왕은 앙꼬없는 찐빵일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미실이 비담을 향한 모성이 있었기에 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냉혹할 것만 같은 미실 속에 있는 따뜻한 어머니의 정이느껴지는 선덕여왕이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