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2회는 갈라파고스로 시작하였다. 이외수의 기외한 오프닝은 다윈 진화론의 산실인 갈라파고스로 시작되었다. 이외수가 갈라파고스에 가려고 했다가 결국 가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담배 때문이었다고 한다. 2박 3일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그곳이기에 3일동안 담배를 못 피우느니 안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는데 당시 하루에 담배를 8갑이나 피워대던 왕골초였기에 그러고도 남았을 것 같다.
이번 '남자의 자격' 미션은 다름 아닌 금연 미션이었다. 김성민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오래된 골초이다보니 이번 금연 미션은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1회 때 멤버들이 하도 담배를 많이 피워서 만든 미션이라고는 하나 이번 금연 미션으로 인해 '남자의 자격'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격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시간 편성으로 인해 시청률까지는 잡지 못했지만, 이런 컨셉으로 계속 진행이 된다면 시청률도 시간 문제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시청률을 제외하고 잡은 두 마리 토끼는 무엇일까?
첫번째 토끼, 리얼
'방송이 다 대본인 것을 모르냐?'고 혀를 끌끌 차시는 분들이 계시다. 물론 다 대본인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예전에는 썰렁한 허무 개그가 유행하던 때도 있었고, 짜고 치는 티가 팍팍 나는 꽁트의 시대도 있었고, 매번 사랑하는 사람이 바뀌는 미팅 프로그램의 전성기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리얼"이란 키워드가 그 흐름의 중심에 있다.
예능에서 "리얼"은 웃음의 가장 기본 코드이기도 하다. 단 여기서 "리얼"이란 말은 "리얼 같은 리얼"을 뜻할 것이다. 왜냐하면 방송에서는 모두 대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작가가 왜 필요하겠는가. 얼마나 "리얼"함을 잘 살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제 2회를 시작한 '남자의 자격'은 "리얼"이란 코드를 잘 살리고 있는 것 같다.
"금연"이란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나 담배를 끊기가 힘들면 담배를 끊은 사람과는 친구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겠는가. 이외수가 말했던 마크 트웨인도 금연은 가장 쉬워서 1000번도 넘게 했다고 역설적으로 말한 것처럼 "금연"은 보통 인내로는 쉽게 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흡연자라면 이번 '남자의 자격'을 보고 많이 공감하였을 것이다. 나 또한 하루에 2갑씩 담배를 피우던 골초였는지라 나도 이번 '남자의 자격'을 보고 많이 공감을 하였다. 25년간, 20년간 하루에 2갑 이상씩 피워오던 사람들이 24시간을 참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아침 먹고 난 후 피우는 식후땡은 보약보다 좋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타이밍이기도 한데 그것을 참고 견딘다는 것은 피흡연자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차라리 계곡물에 한번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나을 것도 같았을 것이다. 이윤석은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눈밭으로 줄행랑을 치며 담배를 피우려 하기도 하고, 김국진은 밤새 뽁뽁이를 터트리며 초췌한 몰골로 정신줄을 놓곤 했다. 이경규 역시 극도로 예민해져 호통이 더욱 심해졌다. 대본에 의해 금연이라는 미션을 시행하긴 했어도 금단현상은 대본이 아닌 "리얼"임을 흡연자들은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골초인 멤버들을 상대로 '금연'이란 미션은 가혹하긴 하지만, "리얼"함을 즉시 끌어낼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골초이기 때문에 더욱 금단현상이 심하게 일어날 것이고, 그 증상 역시 단번에 끌어낼 수 있었다. 다른 게임이나 진행을 딱히 하지 않아도 그들의 모습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고 리얼함이 살아있다. 다음 주에 펼쳐질 그들의 절규 또한 "리얼"함의 극치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 토끼, 공익성
청소년들의 흡연이나 간접흡연등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흡연은 이제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이다.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더 심하다고 하는 담배는 백해무익이란 말처럼 우리 사회에 피해만 주는 암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공공장소에서건 어디서건 담배를 피웠지만, 이제는 흡연 문화가 바뀌어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많이 눈치가 보인다.
흡연자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비흡연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같은 때에 금연에 관한 미션은 매우 적절했다. 특히나 환자라고 할 수 있을만큼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담배를 피워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미션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담배일 수 있다. 그 고충과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오래 즐거움을 주는 모습을 원한다.
그리고 '남자의 자격'에서 "금연"을 하는 연에인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사회적으로 흡연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금연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고, 반대로 비흡연자들에게는 흡연자들의 고통과 고충을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비흡연자들의 입장에서는 '왜 담배 하나 끊지 못할까?' 싶지만, 흡연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끊기 힘든 인생의 유일한 낙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연 미션은 공익성을 가지면서도 멤버들을 24시간 감시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냉수욕을 시키는 것까지 가혹이 아닌 갱생의 의미(?)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비록 시청률이 아쉽긴 했지만, "리얼"과 "공익성"을 모두 잡아 이미지를 확실히 자리매김한 '남자의 자격'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1박 2일과 더불어 새롭게 예능에 굵은 획을 그을 프로그램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KBS <해피선데이 - 1박 2일>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우리 결혼했어요>, SBS <일요일이 좋다 - 패밀리가 떴다> 등 방송 3사가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의 간판 코너들이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KBS와 MBC가 나란히 새로운 코너를 내놨기 때문.
현재는 <1박 2일>이 <우리 결혼했어요>와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상황 속에서 <패밀리가 떴다>는 어부지리로 주말 예능 강자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동안 <패밀리가 떴다>의 아성은 너무도 컸기에 당분간 새로운 코너가 등장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해피선데이>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새로운 코너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특히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터줏대감 이경규가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으로, <해피선데이 - 불후의 명곡>서 활약했던 탁재훈과 신정환이 <일요일 일요일 밤에 - MC생태보고서 대망>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흥미롭다.
새롭게 시작한 <남자의 자격>과 < MC생태보고서 대망 >이 <패밀리가 떴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영화 <버킷리스트>와 도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합쳐놓은 듯한 <남자의 자격>은 아저씨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KBS
아저씨 파워, 남자의 자격
"2008년에 아줌마 파워가 있었다면, 2009년엔 아저씨 파워를 보여주겠다"는 이경규의 말처럼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를 비롯해 이외수, 김국진, 김태원 등 아저씨들로 이루어져 있다. 최고령 버라이어티의 저력을 보여주려는 듯 남자들이 뭉친 이 프로그램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자의 자격>은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일들을 보여준다. 영화 <버킷리스트>와 도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합쳐놓은 듯한 <남자의 자격>은 아저씨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 회에선 김태원의 ´리마인드 웨딩´을 통해 오랫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던 김태원의 부인이 등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본능과 김태원의 감동적인 눈물이 어우러져 성공적인 첫 출발을 알린 <남자의 자격>은 두 번째 미션으로 하루 동안 금연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방송에 ´리얼´이 존재할 수 없다지만, 통념을 깨고 ´리얼´을 보여주겠다는 <남자의 자격>은 소설가 이외수를 메인 MC로 전면에 배치함으로 평범함을 거부하고 독특한 콘셉트로 승부하고 있다. 현재 <패밀리가 떴다>가 ´리얼´이란 단어에 발목이 잡혀있는 만큼 ´리얼´에 힘을 집중한다면 재미있는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PD와의 전쟁 < MC생태보고서 대망 >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도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PD와 MC의 한판 승부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듯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PD와 MC가 하나씩 만들어간다.
김용만, 탁재훈, 신정환, 윤손하, 김구라, 이혁재 등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MC들을 한 자리에 모아 다시 한 번 그 가능성을 만들어내려 한다. 특히 PD가 직접 출연해 MC들을 훈련시키고 통제하려는 모습과 그에 저항하는 MC들의 모습은 흥미롭다.
< MC생태보고서 대망 >은 ´리얼´인지 연출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독특한 연출은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PD의 생각을 나레이션으로 표현한 것도 볼만하지만, 성우로 개그맨 유세윤을 내세운 것도 참신한 시도로 꼽힌다. 물론 낯설어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힘들고 어렵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즐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남자의 자격>과 < MC생태보고서 대망 >이 주말 예능프로그램의 다크호스로 떠오를지 기대된다.
또한 이경규와 김국진, 탁재훈과 신정환이 경쟁 시간대 프로그램으로 맞트레이드 되면서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유재석과 강호동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고 있는 예능 MC계를 흔들 새로운 국민MC 탄생도 기대할 만하다.
[카인과 아벨]은 성경에 나오는 아담의 자녀들 중 하나이다. 카인은 동생인 아벨을 죽이고 에덴의 동쪽으로 쫓겨나게 된다. 제목에서부터 악인과 선인의 대립을 극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는 [카인과 아벨]은 카인=악인, 아벨=선인으로 그려지게 된다. 카인이 형이고, 아벨이 동생이기에 드라마 속에서 카인은 이선우이고, 아벨은 이초인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극명한 선과 악의 대립을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에서 선과 악의 대립은 가장 자극적이면서 극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최근들어 선과 악의 구분이 흐려지면서 선인도 없고, 악인도 없다는 분위기로 나아가긴 하지만, 시청자들은 선과 악을 나누는 대립구조를 가장 재미있게 느낀다. 현실에서는 처음부터 악인이 없고, 처음부터 선인은 없이 모두 각자의 상황과 이유에 의해 선인과 악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드라마에서는 다르다. 드라마는 리얼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인과 아벨]에서 악역은 당연히 카인인 이선우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선우는 교묘하게 포장되어 당위성을 가지게 되었다. 신현준의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것일까? [장군의 아들]때부터 악역으로 손색이 없었던 신현준의 캐스팅은 좋았으나 이선우를 너무 포장함으로 인해 악역으로서 포스를 잃고 있다. 머리에 종양을 가지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이선우, 아버지에게 단 한번도 인정받지도 사랑을 받지도 못한 체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아야 했던 이선우, 사랑하는 사람을 놔둔체 치료를 위해 몰래 오랜 시간동안 잠적했어야 했던 이선우, 어머니의 야망과 사랑을 외면할 수 없는 이선우, 친동생도 아닌 이초인 때문에 항상 두번째로 밀려야 했던 이선우, 결국 병원까지 동생인 이초인에게 넘겨주어야 했던 이선우는 악인이 아니라 처량하고 안쓰러운 약자이고, 당위성을 가진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게 된 셈이다.
이선우가 이초인을 죽이려 하는 것도 악행으로 느껴지지 않고, 연민이나 동정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아무리 냉정하고 단호하게 해도 시한부 인생이라는 점이 모든 것의 당위성을 갖게 해준다. 동생의 애인을 속여서 가로챈 것도 용서가 될 정도이다. 이선우를 선택한 서연도 이해가 되는 것이 이초인은 이선우가 죽고 난 후에도 사귈 가능성이 있지만, 이선우에게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같은 사랑의 무게라면 이선우에게 기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카인과 아벨]이 선과 악의 대립을 이루며 극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충분히 살려주고 있는 이유는 바로 최치수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벨은 이초인이고, 카인은 최치수인 셈이다. 최치수는 어떠한 당위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욕심에 눈이 멀어 리더이 오강철을 죽이고, 오강호까지 죽이려 했고, 대한민국에 와서도 마약을 팔아 큰 돈을 마련한 후 돈을 위해서 이초인인 오강호에게 모든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뻔뻔함도 보여준다. 최치수는 공산주의인 북한의 특수공작원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돈이라면 의리든, 살인이든 서슴치 않는 철저히 자본주의에 쪄든 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은 뉘우치지 못하고 자신을 시궁창으로 던져버린 이초인을 향한 분노와 증오가 그의 악행을 더욱 잔인하게 만들어 버린다. 오영지를 죽이려 하고, 이초인을 죽이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최치수는 [카인과 아벨]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 "개대가리 새끼"라는 말이 나오면 오금이 다 저릴 정도로 그의 악역은 아무런 이유도, 당위성도 없이 그저 악인이기 때문에 악행을 일삼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최치수를 빛나게 하는 것은 그의 연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북한말을 가장 잘 소화해내고 있는 최치수를 처음 보았을 때 조선족이나 탈북자를 캐스팅한 줄 알았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토지, 외과의사 봉달희등의 드라마에 예전부터 출연했던 경력과 실력 있는 배우이다. 그리고 [카인과 아벨]은 그를 최치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악역 전문 배우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그의 선한 모습도 한번 보고 싶은 것이 그의 매력이기도 한 것 같다. 날카로운 눈빛과 시니컬한 썩소, 말랐지만 깡다구 있는 몸매와 구성진 사투리 등 어느 것 하나 악인으로서 손색이 없는 명품 연기를 펼치는 최치수는 [카인과 아벨]을 견인하고 있는 간지 연기의 지존 소지섭을 유일하게 맞상대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카인과 아벨]에서 선인인 이초인을 상대해 악역으로서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몇 번 나오지 않았지만, 이선우보다 더 확실히 악인으로 각인시킨 최치수는 이선우가 당위성을 가진 악인으로 약해진 부분을 채워주는 [카인과 아벨]의 진정한 악인이라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악역은 주연이나 마찬가지이다. 선인과 악인의 구별이 뚜렷할수록 악인의 연기는 빛이 나기 마련이다. 때로는 악역이 더 주목받기도 한다. 배트맨에서 조커가 배트맨보다 더 유명해진 것처럼 말이다.
[카인과 아벨] 14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최사장 작당에게 끌려가는 이초인을 나무 뒤에서 썩소를 날리며 날카로운 매스를 들고 있던 최치수의 모습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싸늘하고 긴장되었다. 끝까지 악인으로서 악역의 진수를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최치수는 소지섭 외에 [카인과 아벨]을 기다리게 하는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내조의 여왕]이 [꽃보다 남자]가 끝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꽃보다 남자]를 보는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대만판 [유성화원]만 보고 [꽃보다 남자]는 못보게 되어 아쉽긴 하지만, [자명고]와 [내조의 여왕]이 있어서 월,화요일이 즐겁다.
[내조의 여왕]은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코믹한 드라마이다. 김남주와 이혜영의 망가짐과 세련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내조의 여왕]은 어릴 적 퀸카였던 천지애(김남주)와 친구 양봉순(이혜영) 사이에 한 남자 한준혁(최철호)가 등장하며 관계의 골이 깊어지는 삼각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한준혁을 차지하기 위해 양봉순은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천지애에게 심한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천지애는 온달수(오지호)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며 4각관계로 발전한다.
퀸카와 서울대생이었던 천지애와 온달수 부부는 외모와 지식을 모두 갖추었지만, 백수 가정으로 살아간다. 반면, 못생겼던 양봉순은 성형수술을 하여 예뻐지고, 한준혁은 대기업의 부장이 된다. 그리고 온달수가 그 대기업에 취직을 하기 위해 부인인 천지애가 부인회에 들어가는 등의 내조를 그린 드라마이다.
그러다 양봉순과 천지애의 대립이 시작되고, 한준혁은 다시 천지애를 그리워하며 오달수를 괴롭히게 되며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기업의 사장 내외가 사장은 천지애에게, 사장 부인은 오달수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다.
극적인 표현을 위해 과도한 동작과 비약들이 일어나긴 하지만, 코믹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웃으며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편안히 웃으며 볼 수 있는 드라마이지만, 웃음 뒤에는 약간의 씁쓸함과 슬픔이 있는 것 같다.
부인회
부인회가 과연 존재할지는 모르겠으나 내조를 위해 여자들끼리의 정치적 관계는 매우 탄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기업의 부인회 모습이 실제로 그러한 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의 대소사까지 정치적 유대로 인해 서로의 라인에 따라 아부하기 바쁜 모습을 보니 참 씁쓸했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하나, 자본주의의 현실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나타나고 있는 부인회의 모습은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의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학교에만 가 보아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엄마가 가장 파워가 쎄다. 그리고 나머지는 어떻해서든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 옆에서 정보를 하나라도 더 들으려 자연스레 권력이 형성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대기업 부인회 같이 상위권 학생들에게서만 일어나는 그들만의 리그이다.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양봉순이 천지애에게 구박을 받고 수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외모 때문이다. 한준혁이 자신을 좋아하는 양봉순 앞에서 천지애만 찾았던 이유도 외모 때문이다. 결국 양봉순은 성형외과 의사(최양락)에게 부탁하여 예쁜 외모로 변신하게 된다.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모든 특혜와 권력을 갖게 되는 외모지상주의나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물질만능주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앗아가고, 일부 사람들에게 모든 가능성을 부여해준다. 무적 아이템을 득템이라도 한 마냥 모든 것을 외모와 돈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려 한다.
물론 외모를 단정히 하고, 돈을 능력있게 버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도를 넘어 신상녀나 된장녀가 판을 치고 있는 이 시대에, 더군다나 경제도 안 좋은 요즘은 더욱 씁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가장의 실업
인턴직의 서러움이나 계약직의 서러움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청년 실업이 아무리 높다고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가장의 실업이 아닐까 싶다. 최근 경제의 회복세가 보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2의 IMF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체감으로 경제가 회복되기에는 아직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하루가 급급한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나날이일 것임이 분명하다.
인턴직에서 짤리게 된 온달수는 아내 천지애와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자 부리나케 출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내 곧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고 막막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온달수가 다시 복직이 되지만, 실제로 실업자가 된 가장들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먹여 살려야 하는 처자식도 있고, 사회는 그렇게 녹록치 않고, 세월은 점점 흘러 청년들이 치고 올라오고, 그런 청년들 또한 대기수요가 많으니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내 자신이 한 가정의 가장이 되다보니 아무래도 가장의 실업이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하루 빨리 경제가 좋아져서 모든 가정의 가장들이 안정된 직장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내조의 여왕]은 코믹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풍자와 해학이 담겨져 있어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내조의 여왕]을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면서 잠시 후 슬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그 슬픔은 웃음과 재미로 승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온달수의 성공과 천지애와 양봉순의 관계 회복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일밤의 새로운 코너인 대망이 야심차게 시작되었다. 일밤의 터줏대감 이경규와 김국진을 보내고 해피선데이의 탁재훈과 신정환을 데려와 처음만든 코너이기도 하다. 윤손하, 김용만, 김구라, 탁재훈, 신정환, 이혁재가 함께하는 대망은 PD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코너이다. MC와 PD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점을 지니고 있고, PD가 직접 방송에 나온다던가, 아예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망의 첫 회를 보고 나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대망이 실수한 3가지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1. 작명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프로그램의 작명이다. 작명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름만 따로 지어주는 작명소도 있지 않은가. 음양오행설을 들지 않더라도 작명이 미치는 영향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름이 이상한 사람들은 그 이름에 따라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내 이름 역시 야구 선수와 동명이인이다. 그래서 학창시절 그 야구선수의 타율까지 외우고 다녀야 했다. 동명이인인 야구선수가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했을 당시 주문자 이름이 특이한 것이 많았다. 구설수, 이방인, 김방구 등 놀림을 받을만한 이름들이 참 많았다. 이들이 학창시절 때 얼마나 놀림을 당했을지는 안보아도 비디오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쇼핑몰을 하면서 제품을 판매할 때 제품명의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똑같은 제품을 제품 번호만 써 둘 때와 연예인 이름을 넣어서 멋있게 작명을 했을 때와 그 판매 차이는 10배가 넘을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다.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이름이 사물이나 사람의 정체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름이 어떤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가에 따라 미래를 견인해 나가기도 한다. 대망의 작명을 누가했는지 참 아쉬운 부분이다. 대망은 大望으로 큰 희망이란 뜻이지만, 大亡인 크게 망함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큰 희망이란 뜻보다는 크게 망함이란 뜻이 더 쉽게 떠오른다.
이름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명의 기준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최악의 이름이 아닌가 싶다. 대망이란 작명은 참으로 아쉽고 작명가의 실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름이라 생각한다.
2. PD의 개입
대망의 콘셉트는 PD 두명이 나와서 MC들과 겨루는 방식이다. 나이 어린 PD라는 콘셉트로 나와 김태호 PD 못지 않은 PD가 되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PD가 직접 방송에 나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김태호 PD 역시 무한도전에 자주 나와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이들이 김태호 PD처럼 되기를 원한다면 방송에 나와 얼굴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시청자가 PD의 얼굴을 궁금해져서 살짝 살짝 비춰지는 PD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는 노력을 하게 끔 만들어야 한다.
김태호 PD가 유명한 이유는 무한도전이 의미있고, 사회 참여적이고, 재미있기까지 해서 이다. 간간히 보이는 외모와 언발란스하게 패셔너블한 독특한 그의 모습은 그를 유명하게 하는데 한 몫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의 예에서 보면 PD가 방송에 얼굴을 비춰서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오히려 잘나가는 1박 2일 또한 PD의 잦은 출연으로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PD의 목소리마저 듣기 싫다는 의견이 많은 것을 보면 단순한 방송 참여도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대망에서는 PD들이 아예 대놓고 출연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는 프로일지 모르지만 방송에서는 MC들이 프로이고, PD들은 아마추어이다. PD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주도적으로 방송을 해 나가는 것은 대망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3. 나레이션
물론 오 PD는 여느 PD보다 진행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다. 하지만 PD들에 비해 좋다는 것이지 성우나 방송인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나레이션이 통한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 외에는 없다. 돌아온 일지매도 책녀로 인해 극의 흐름을 깨고 드라마에 대한 재미를 반감시키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돌아온 일지매의 경우는 유명한 성우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했는데 성우도 아닌 PD가 성우를 자처했다는 것은 매우 큰 실수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나레이션이 성공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케이블의 막돼먹은 영애씨 정도가 나레이션에 성공한 축에 낄 수 있을 것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큐 드라마라는 장르이기 때문에 나레이션이 다큐의 묘미를 살려줌으로 성공적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예능 자체에서 나레이션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칫 예능의 최대 적인 다큐의 느낌을 줌으로 재미를 극감시킬 수 있다.
자막 대신 넣은 PD의 직접적인 목소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겠지만, 자막은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갈 수 있지만, 목소리라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 및 취향, 이미지등이 드러나기 때문에 한가지 의미로만 다가감으로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프로그램을 보는데 흐름을 끊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대망에 아쉬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버라이어티의 틀을 깨고 새로운 리얼이란 트랜드에 맞추어 MC들의 자질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매우 신선하다. 게다가 신입PD의 열정도 느낄 수 있다. 예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도 알 수 있는 점은 매우 좋았다. 대망이 大亡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에 열거한 실수들을 개선해나가며 大望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