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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부랴 부랴 병원을 향해 갔습니다. 아침에 수술 시간이 잡혀 있었기에 빨리 가야 했죠. 아이가 거꾸로 있어서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혹시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아기가 편한 쪽으로 있겠거니 하는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고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많아져서 아기의 탄생을 3대의 카메라에 모두 담아보려 주렁 주렁 카메라를 매고 다니며 찍었더니 경호원이 필름을 내놓으라며 윽박을 지르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무시하고 총무과에 문의했더니 신참 경호원이라 규율을 몰라서 그렇다며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외부에서 기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병원 정보를 위해 사진을 찍는 경우에는 막지만, 출산의 경우는 아닌데 신참이라 아직 몰랐다며 사과하길레 맘 놓고 마구 찍었습니다. ^^ (카메라를 3대나 들고다니니 오해할만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9시로 예정되어 있던 수술실로 향하려 휠체어에까지 탔는데 갑자기 응급환자가 생겼다며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소식은 없고, 어제 10시부터 수술을 위해 물 한모금 마시지 않은 아내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12시가 되어서야 수술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다니는 의사 선생님들께서 좋은 일 하셨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응급수술 환자가 매우 위급해서 산모와 아기가 모두 위험한 상태였는데 둘 다 모두 건강히 수술을 마쳤다고 하면서 말이죠. 불편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날아갔습니다. 두 생명을 살리고 태어난 느낌이라 더욱 축복 속에 태어날 것 같아서요.

드디어 수술실에 들어가고,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30분 정도 흘렀을까... 저를 찾더군요. 그리고는 분만실에 데려 들어가더니 아기를 보여줬습니다. 바구니에 들어있는 아이를 보니 눈물이 나더군요. 아내와 나 이외의 다른 존재가 또 나타난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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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가 그대로 묻어있는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고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바로 제 아기라니 참 믿겨지지가 않더군요. 아들인지 딸인지 낳는 순간까지 몰라서 더욱 기대할 수 있었는데 아이는 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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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명인 별이를 부르니 한쪽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보이지도 않을텐데 뱃속에 있을 때 듣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인지 눈동자를 두리번 거리며 찾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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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는 말이 무엇인지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렸습니다. 아이와 산모를 위해 기도해 준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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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kg으로 태어난 별이는 정말 얼굴이 주먹보다 작았습니다. 이렇게 작은 생명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믿겨지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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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다솔입니다. 이다솔. 성경책의 다윗과 솔로몬의 앞 자를 따서 지었는데 다윗처럼 용맹하고, 솔로몬처럼 지혜로워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또한 다윗과 솔로몬처럼 하나님의 귀한 사람으로 쓰이라는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한자는 多率 많은 사람을 거느리라는 뜻으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되어라는 뜻입니다. 다윗과 솔로몬,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리더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과 덕을 배풀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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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된 다솔이를 소개합니다. 많은 축복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당분간 제 때 댓글을 못 달아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병원에 있어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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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까지 다솔이로 바꿔주어 다솔이가 세상에 나온 것을 축하해 주신 다음 뷰 편집자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하루입니다. 축복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영광과 축복 그리고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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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은 이제 더 이상 김연아와 연관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같은 피겨 스케이트이고, 김연아의 인기와 더불어 시작한 드라마이기에 김연아와 트리플의 연결고리는 매우 강력하다. 또한 작가도 김연아를 언급했고, 첫 회에서 김연아의 사진을 합성하는 모습까지 보여줌으로 인해 김연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하였다.

최악의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는 트리플은 그 내용에 비해 시청률이 저평가 받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저평가받고 있는 만큼이 아마도 김연아 효과가 아닌가 싶다. 내용도 재미있고, 특히 민효린의 연기가 독특하고 참신한 드라마인데 그런 면은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이정재의 모습도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트리플에 대한 글을 쓰면 이상하게 언플로 보이는 악플들이 뜨곤 하는데 어느 프로그램이든 알바 풀어 댓글 달게 하는 것은 대충 알고 있긴 하지만, 트리플의 경우는 그 약발마저 안 먹히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순회하며 트리플 관련 글에 대해 동일한 악플을 남기는 초보적인 실수를 하여 그 행적이 들통나고 있기도 하다. 트리플 알바들도 트리플에겐 독이 아닐까 싶다.


트리플에서 알바들과 김연아를 빼고 본다면 꽤 괜찮은 드라마이다. 광고쟁이(여기서 광고쟁이는 광고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말이 아닙니다. '쟁이'라는 것이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말이 아닌 것 아시죠^^? '쟁이'의 뜻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입니다) 3명과 이하루, 최수인의 사랑 이야기이다.

얽히고 설키는 광고쟁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피겨 스케이트 선수인 이하루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드라마로서 각 회마다 제목을 달아 피겨 스케이트와 로맨스를 엮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제목에서 피겨스케이트 기술 이름을 보여준 후 그 기술과 사랑의 닮은 점을 찾아내는 식이다. 기술의 이름을 알려 피겨 스케이트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창의적인 사랑이야기도 보여준다는 것이 그 의도가 아닌가 싶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피겨 스케이트를 배제하고 보면 광고가 그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소재인데 광고쟁이들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 보다가도 깜짝 깜작 놀라는 부분은 바로 광고 PT 장면이다. 항상 최고의 PT라고 하며 호들갑을 떠는데 그 PT의 내용이며 아이디어 모두 정말 벙 찐다. "자 보시지요"만 몇 번 하더니 최고의 프리젠테이션이라 호들갑을 떨고, 난데없이 이하루가 나와 서커스를 하더니 그것이 최고의 아이디어라 말한다. 색소 때문에 문제가 있는 음료를 색을 무기로 해서 잡겠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셀로판지만 만지작거리더니 정작에 셀로판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모습이 마치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또한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이고,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은 감동을 주어야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 외에는 연기도 좋고, 러브라인도 독특한 것이 설정도 복잡하여 로맨스 드라마로서 부족한 것이 없을 정도이다. 다만 김연아와 연결된 것이 강한 독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김연아를 염두하고 만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찌되었든 김연아를 언급했고, 그것은 김연아의 인기에 묻어가려는 심산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연아의 인기가 오히려 큰 파도가 되어 덮쳐버리고 말았으니 이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아닌가 싶다.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를 보았다. 담당 피디는 불만을 토로한다. 스포츠이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잘 못해도 시청자들이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결과가 좋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즉, 시청자들이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에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이다. 피디는 정확히 잘 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가 외면 받는 이유는 솔비가 김연아가 되려 했기 때문이다. 즉 피겨 스케이트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솔비가 난데없이 피겨 스케이트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타이밍으로 보았을 때 김연아의 인기에 묻어가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만약에 솔비가 야구나 탁구, 발레를 택했다면 어떠했을까? 지금보다는 덜 외면 받지 않았을까 싶다. 트리플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아닌 김연아가 유명해지기 전에 방영했다면 참신하고 창의적인 발상과 소외 받고 있던 피겨 스케이트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이미지로 인해 많은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타이밍은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김연아가 트위터를 한다는 것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사소한 그녀의 일상에도 반응할 뿐 아니라 멍연아등의 캐릭터까지 자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최악의 타이밍이다.


트리플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김연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는 김연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외치면 더 역효과가 날 것이다. 그냥 러브 스토리를 강조하고 광고 이야기를 부각시키면 자연스럽게 그 연결고리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저평가되던 가치가 정상적으로 오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민효린을 더욱 부각시키면 어떨까 싶다. 여러 부진 속에서도 유일하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민효린이기 때문이다. 트리플에 김연아는 독이고, 민효린은 득인 것 같다. 그바보가 끝난 이 시점에 트리플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시청률을 끌어올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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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의 동쪽이 이제 이번 주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처음 등장부터 화려하게 시작한 에덴의 동쪽은 여러 구설수도 많았지만, 이번 주면 56회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에덴의 동쪽으로 인해 김범과 송승헌 그리고 이연희가 성공적으로 컴백할 수 있었으며, 나연희 작가 또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 마지막이 보이는 시점에서 과연 에덴의 동쪽이 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이동철의 분노는 영란에 대한 사랑으로

이동철은 이기철의 아들로 신태환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인생 전체를 걸고 살아간다. 결국 국대화 회장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등에 엎고 신태환에게 복수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일본과 마카오등을 오가며 삼합회와 야쿠자를 아우로 두는 등 아시아를 호령하는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자꾸 성장해나가는 이동철을 견제하기 위해 신태환은 이동철을 계속 사지로 몰아넣고, 그럴수록 이동철의 분노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복수는 다시 위험한 계략과 함정으로 돌아왔고, 이제 그 한계에 다다랐다. 상황은 더욱 안좋게 흘러가지만, 유일하게 그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고리는 이동철이 동생 이동욱보다 더 사랑하는 국영란이었다. 그리고 그 둘은 신태환에게의 복수를 뒤로한 체 멀리 밀항을 하게 된다.

이동철의 분노와 복수는 결국 영란에 대한 사랑으로 덮어지고 있다. 또 다른 복수를 부르며 사지로 몰아넣던 분노의 굴레에서 벗어나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었던 것이다.


지현의 분노는 명훈의 사랑으로

지현은 결국 신태환에게 이용만 당했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자신도 신태환의 먹이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신태환에 대한 분노를 가진체 빠져나오게 된다. 처음엔 신명훈이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야욕으로 인해 분노가 극에 달하지만, 신태환에게 뒤통수를 맞고, 자신이 사랑했던 이동욱에게서조차 외면을 받자 홀로 남겨진 자신의 옆에 있던 신명훈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신명훈의 친어머니인 양춘희 여사와 지현과의 갈등도 사랑의 힘으로 화해를 하는데 이르게 된다.

이동욱의 분노는 가족의 사랑으로

이동욱의 분노는 자신을 받아주지 못한 가족에 대한 서운함에서 비롯되었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자신이 그동안 증오했던 신태환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충격과 원래 자신의 가족들이 신명훈을 친아들로 받아들이자 그에 대한 서운함과 신태환에 대한 증오가 겹쳐 결국 분노로 치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이용만 하는 신태환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기 시작하고, 가족에 대한 분노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분노 또한 누그러들 것이다. 이는 이동철과 양춘희의 사랑에 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분노를 사랑으로 바꾼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는 레베카와 제니스가 마지막에 신태환을 침몰시키는 히든카드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레베카는 자신의 아이를 죽인 신태환에 대한 복수를 결국 실행에 옮길 것이고, 제니스 또한 자신의 사랑을 배신한 신태환에 대해 매몰찬 한방을 먹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노를 사랑으로 바꾸지 못한 레베카와 신태환 그리고 제니스는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까?

반면 이동욱과 이동철, 그리고 신명훈과 지현은 자신의 분노를 사랑으로 바꿈으로 서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 같다. 사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동철과 영란, 신명훈과 지현, 이동욱은 화목한 이기철 가족들의 모습으로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는 결국 홀로 남겨진 신태환과 대비되며 천국과 지옥의 모습, 혹은 권선징악의 모습으로 대비될 것 같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성경적인 제목답게 에덴의 동쪽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 않나 싶다. 에덴의 동쪽을 즐겁게 시청한 시청자 중 한명으로서, 마지막까지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스태프들과 연기자들,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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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타인데이였던 오늘 여러 사람들이 투신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오늘 하루만 3곳에서 4명이 지하철 투신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악몽같은 발렌타인데이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응봉역에서 난 사고는 시체를 수습하던 장례직원이 전동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런 일들이 발렌타인데이에 일어난 것이 나에게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벌써 10년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 집도 IMF를 정면으로 맞았고 집은 마산을 거쳐 부산으로 이사간 상태였다. 대학을 다니던 나는 서울에서 생활했어야 했고 기숙사에서 나와야 했던 방학 때라 친구 집을 전전하며 자고 때로는 노숙을 하기도 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그 시절, 2월 14일은 유난히 더욱 추웠다. 짐을 줄이기 위해 나는 옷이란 옷은 다 껴입고, 겉에는 어울리지 않는 롱코트를 걸치고 다녔다. 롱코트는 이불로도 유용하게 쓰였기에 발목까지 오는 그 긴 코트를 꼭 입고 다녔다.


1999년 2월 14일, 여느 때와 같은 차림으로 나는 재워주기로 한 친구내 집으로 가기 위해 회기역에서 국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용산행 국철을 타야 했는데 워낙 가끔 와서 "띠리리리~"소리가 들리면 냅따 뛰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다 내려와서 벨이 울리면 참 좋을텐데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꼭 계단을 내려오려 하면 "띠리리리~" 벨이 울리기 시작해서 긴 계단을 허겁지겁 내려오는 일이 많았다. 역시나 계단을 내려오려 하는데 "띠리리리~" 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혹여라도 놓칠까봐 난 냅다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계단 옆에 수십명이 모여서 철로를 보고 웅성 웅성 되고 있었다.

평소라면 별 관심없이 지나쳤을텐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사람들 틈을 헤치고 무슨 일인가 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어떡해'를 연발하고 있었다. 앞으로 가서 보니 한 남자가 철로에 누워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띠리리리~" 열차가 전역에서 출발했다는 벨이 울렸기에 긴박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모두 바라만 보고 있었지 그를 구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1살 어린 나이에 의협심과 무모함이 충만하던 그 시기. 뒤늦게 온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만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도 뛰어내려가 구하려는 사람은 없었고, 누구라도 그 남자를 구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 중압감에 누가 뒤에서 밀치기라도 한 듯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철로로 뛰어들고야 말았다. "아뿔사!" 뛰어내리고 보니 열차가 저 앞에서 불빛을 비치며 경적을 울려대었다.

식은 땀이 줄줄 나고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그 남자를 일으켜 세워 올리려 했으나 그 남자는 죽기를 작정한 듯 꼼짝도 안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를 보았는지 열차가 20,30m쯤 앞에서 멈춰선 체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정신이 번뜩난 나는 그 남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고 위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위로 올려 놓았다.

사람들은 내가 그 남자와 일행이라 생각한 듯 하였다. 나와 그 남자를 남겨두고 모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열차를 타기 시작했다. 정신이 쏙 빠진 나는 그 남자에게 따지듯 말하였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말이다. 그 남자는 술에 취해 술냄새가 진동을 하였고, 손에는 조그만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자살을 시도한 이유를 설명했다.

요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IMF로 인해 집안이 어려워지자 그 여자가 변심을 했고, 그 마음을 돌리고자 돈을 모아 초코렛을 사서 프로포즈를 했는데 그 여자가 거절을 해서 술 마시고 자살하려 했다는 것이다.

허허... 좀 어이가 없었다. 여자 때문에 귀한 목숨을 버리려 하다니 말이다. 게다가 내 목숨 걸고 구한 사람의 이유 치곤 좀 허탈했다. 그러고 있는데 역무원이 내려왔다. 난 그 사람을 역무원에게 인도하고 내 갈 길을 가려했는데, 이 역무원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철로에 뛰어내려가면 어떡하냐며 나무라기 시작한다. 난 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내려간 것이었다고 설명했으나 그래도 역무원이 올때까지 기다려야지 무작정 뛰어내려가면 어떡하냐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 일렀다.

당시에는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남의 일에 끼어들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기까지 하였다. 몇년 전 대구 지하철에서 사람을 철로에서 구한 고등학생이 상을 받은 것을 보고는 좀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 나름대로는 법을 어겼어도 내 손으로 생명을 살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그 상황이 보상되고도 남았다.

결국 역무원에게 동급으로 취급받고 실컷 혼나고야 말았다. 그 남자를 역무원에게 넘겨주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그 남자 혼자 놔두면 또 뛰어들 것 같아서 그의 집을 물어 집까지 바려다주기로 했다. 왕십리가 집이었던 그를 데리고 왕십리까지 가는 내내 그의 억울함을 들어주느라 사람들의 시선을 따갑게 받았으며 지하철 밖에까지 바려다 주었다.

제2의 IMF라고 하는 2009년의 발렌타인데이. 철로에서 4명이나 자살을 하였다. 상상도 못할 각자의 고충과 어려움이 있었기에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강도는 다르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몰라줄 것 같은 나만의 고통은 실제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다. 그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되었을텐데 소통의 부재와 소외가 결국 이런 참담한 악몽같은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빛이 강하면 어둠도 강하듯,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발렌타인(Valentine)의 빛 이면에는 소외와 고독이라는 슬픈 발렌타인(Balentine)의 어둠이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발렌타인데이. 이제는 주위 사람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문화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한가지 더불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블로그를 권하고 싶다. 비록 때로는 악성댓글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소통과 공유 그리고 대화의 창문인 블로그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마음껏 하고 고통을 공유함으로 그 아픔을 이겨나갈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문득 그 자살하려던 학생이 떠오른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도 10년 전의 일을 추억으로 간직한채 힘차게 하루를 살아나가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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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비밀. 진부하지만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드라마 공식이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처럼 재미있는 것 또한 없는 것 같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극적 반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덴의 동쪽은 출생의 비밀을 철저하게 활용하고 있다. 동욱과 명훈의 엇갈린 운명과 그로 인한 복수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복수는 아이러니하게 복수를 품은 사람들은 모두 복수를 할 수 없게 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말이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상황처럼 보여지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원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복수가 낳게 되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해결책도 용서와 사랑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복수자 1. 이동철 가족


이기철의 가족들은 자신의 가장을 땅 속에 파묻어 죽인 신태환을 증오하고 복수를 위해 일평생을 받친다. 이동철은 동생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이동욱은 검사가 되기 위해 모진고초를 겪는다. 양춘희 여사도 평생을 남편의 복수를 하려는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게 된다. 모든 가족들이 신태환을 복수 상대로 삼고 증오와 분노를 다스리며 철저한 복수를 위해 헌신한다.

그 중에서도 복수의 핵심인 이동욱을 검사로 만들기 위해 온 전력일 기울이지만, 결국 이동욱은 자신의 편이 아닌 원수 신태환의 핏줄임이 밝혀진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하게 되었다. 가장 아끼고 믿었던 그들의 창이 원수의 창이었기 때문이다. 만날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이라 불렀던 자가 바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던 자임을 알게 된 순간 큰 혼란이 일어난다. 심지어 양춘희 여사는 정신이 나가기까지 한다.

이제 이동철 가족은 이동욱에 대한 고민 외에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로 신명훈에 대한 입장이다. 실제 핏줄인 신명훈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의적으로 원수의 집에서 살게 되고 자신의 가족을 학대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간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신명훈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가족들은 신명훈을 비난할 수 만은 없다. 그리고 원수의 손 아래서 자란 자신의 자녀를 계속 원수의 자식으로 삼고 복수를 할 수는 없다.

신명훈에 대한 사랑과 이동욱에 대한 사랑을 모두 가져가야 하는 이동철 가족의 운명은 복수를 품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결국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사랑과 용서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복수자 2. 레베카

신태환은 레베카의 뱃속의 아이를 산 채로 꺼내 죽인다. 당시 유미애 간호사였던 레베카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자신의 아기를 죽인 신태환에게 사랑보다 더 한 분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신태환의 아들 이동욱과, 이기철의 아들 신명훈을 신생아 때 바꿔치기를 한다. 신태환의 파멸을 위해 복수의 칼날을 다듬은 레베카는 복수라 생각하고 했지만 결국 그 결과는 자신에게 분노하는 사람들만 만들어내게 된다.

이동욱의 식구들에게 또 다른 원수가 되어버렸고, 신태환의 식구들에게도 원수가 되어버렸다. 신태환이 아파하길 바랬지만, 정작에 고통받는 사람은 이동욱의 가족들이 되어버렸다. 레베카의 복수는 결국 또 다른 복수를 낳게 되었고, 레베카 자신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체 신태환과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되었다

복수자 3. 지현

이동욱을 열렬히 사랑했던 지현. 그녀는 동욱을 사랑하지만 신태환에 대한 복수를 열망하던 양춘희 여사의 반대로 인해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국경도 없는 사랑을 막아버린 양춘희 여사에 대한 복수를 품고 살았던 지현은 그 이후로 180도 변해버리게 된다. 결국 신명훈과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되고 양춘희에 대한 복수심으로 신태환의 자손을 낳고 태성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함으로 신태환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아들이 신태환의 손자가 아닌 이기철의 손자임을 알게 되고, 자신이 신태환의 며느리가 아닌 양춘희 여사의 며느리임을 알게 된다. 복수의 대상이었던 양춘희 여사의 집안에 속하게 된 지현은 자신이 끔찍히 아끼는 아들 조차 원수의 집안 혈육이 되었으니 아들을 위해서라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에덴의 동쪽에는 한가지 히딘카드가 있는 듯 하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제의 예고편에서 지현이 가지고 있는 출생의 비밀을 암시하는 듯한 멘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머니를 아냐고 신태환에게 묻는 모습이 나왔는데 아마도 지현의 아버지가 신태환이 아닐까 싶다. 지현의 어머니는 초반부에 나왔었다. 어디에선가 아이를 임신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현의 어머니는 철도원인 할아버지의 집에서 자라나게 되고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나오지 않았었다.

태성 그룹을 신태환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일으켜온 지현은 신태환이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이동욱을 열렬히 사랑하기도 했다. 만약 지현이 신태환의 딸이라면 상황은 더욱 재미있게 흐른다. 지현은 악의 축인 신태환의 자손이고, 명훈은 선의 축인 이기철의 자손이다. 그리고 그 둘이 결혼하여 자녀인 태호를 낳게 된다. 악과 선의 만남인 태호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악의 축 신태환조차 태호를 보면 평안해지곤 한다. 태호를 중심으로 복수는 사랑과 용서로 변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 에덴의 동쪽이 아닌가 싶다.

4회를 연장한 에덴의 동쪽이 앞으로 어떤 내용을 더 담아낼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가족사와 출생의 비밀로 복수와 사랑을 엮어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에덴의 동쪽이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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