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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유치환 시인의 깃발에 나오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란 말은 그사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사세에는 톱스타와, 유명 작가, 그리고 화려한 연출과 아름다운 카메라 기법, 심지어 블로그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총동원하였으나 시청률은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아도 참으로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잘 만든 월메이드 드라마를 왜 외면하는 것일까? 원래 내가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안좋아하기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난 대부분의 사람이 안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현빈과 송혜교의 연기력을 문제 삼기에는 너무도 정도가 심하다. 개인적으로는 현빈의 연기에 매우 만족하고, 송혜교 또한 발음이 부정확한 것 빼고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청률을 그렇게 안나오게 할 요인은 아닌 것 같다. 에피소드식으로 한 회에 하나의 흐름을 끊어주는 것도 시원 시원하고 매력이 있다. 내용은 더 없이 흥미롭다. 누구나 TV의 뒷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가. 그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느 드라마보다 더 시원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매 회마다 메세지도 담겨 있어서 고급 와인을 마시듯 뒷맛을 음미할 수 있는 향이 있다.


작가가 도대체 왜 안보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처럼 나도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잘 만든 그사세는 시청률이 바닥이고, 스케일만 큰 신파극 같은 에덴의 동쪽이 최고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연기력만 놓고 보아도 송승헌과 이연희보다 현빈과 송혜교가 훨씬 잘한다. 이쁘기도 이연희나 송혜교나 비슷하고, 잘생기기도 송승헌이나 현빈이나 비슷하다. 그런데 왜 에덴의 동쪽은 연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그사세는 바닥을 찍을까.

 
좋은 드라마
 

그사세는 좋은 드라마이다. 참 잘 만든 좋은 드라마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청률의 원인이기도 한 것 같다. 그사세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 좋은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행간을 읽으며 그 의미를 되세겨 보게 되는 것처럼 그사세 또한 섬세한 노희경 작가의 행간을 잘 음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음미할 수록 그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된다.

영화를 보면 깐느다 베를린이다하며 상을 탄 영화들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상 받은 영화는 재미없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영화가 큰 상을 받곤 한다. 그리고 정말 지루한데 상을 받기도 한다. 그것이 이해할 수 없고, 지루한 이유는 나의 지적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의 예술적인 감각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기에 지루한 것일거다.

그래서 난 조폭 영화같이 단순하고 액션과 폭력이 난무하는 저질 개그들이 가득한 영화에 흥분하고 재미있어 했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영화를 보는데 굳이 책을 보듯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영화를 평가할 때 지루하다던가, 재미없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저 좋은 영화라고 말한다.

좋은 드라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사세는 분명 좋은 드라마이다. 나에겐 재미도 있다. 그런데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야 하는, 음미해야 하는 그런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이지만, 자칫 재미없는 혹은 지루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에덴의 동쪽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 그런 류의 드라마이다. 인물 설정은 매우 복잡한 관계 속에 있지만 그것은 드라마를 보면서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복잡한 관계 설정은 극적인 효과도 주고, 드라마에 대한 충성도도 가져다 준다. 에덴의 동쪽은 복수에 관한 것이다. 처참하게 짓밟히다가 통쾌하게 복수하는 단 한줄로 내용이 요약되는 간단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에덴의 동쪽이 점점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아마 복수가 슬슬 시작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신태환 사장의 회장의 잔인하고 교활한 악행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 통쾌한 것이다. 주윤발을 능가하는 무적 송승헌의 액션도 볼만하다. 수백대 일로 싸워도 절대로 지지 않아 삼합회와 야쿠자까지 아우로 둔 송승헌의 액션과 온갖 외국어에 능통한 그를 보고 있으면 슈퍼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사세는 섬세하고 부드럽다. 액션이래봐야 미친 양언니의 어이없는 싸움과 싸움을 말리다 눈을 다친 현빈의 액션 정도이다. 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는 여자를 보고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웃으며 떠들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한줄기 떨궈진다. 그리고 그 웃음들 속에서 그녀를 사랑하는 현빈만이 그 눈물을 보게 되고,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준영아 무슨 일 있니?' 그 행동 하나 하나가, 맨트 하나 하나가 감동적이고, 디테일의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직관적이지는 않다. 한번 더 생각해보아야 그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깐느에서 상도 받고 흥행에도 성공한 그런 영화는 없는 것일까? 그사세가 그런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 만든 좋은 드라마가 상도 받고 시청률도 잘 나오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결국 이렇게 내가 그사세의 매니아가 되어간다고 해도 난 그사세의 시청률 수직 상승을 기대하고 바라며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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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사세)를 보면서 참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촬영까지 가고 톱스타가 나오는 대작드라마이긴 하지만 귀여운 드라마라는 느낌이 들었다. 송혜교 때문일까? 에덴의 동쪽과 타짜가 남성스런 드라마라면, 그사세는 여성스런 드라마인 것 같다.

남자인 내가 볼 때는 약간 지루한 감이 있기도 하지만, 여성들은 매우 재미있게 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에덴의 동쪽과 타짜에는 말보다는 주먹이 빨라서 그렇고, 그사세는 주먹보다는 말이 빠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새롭게 시작한 그사세는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1. 소설책을 읽는 듯한 그사세
 

그사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소설책을 읽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의 감정 표현이나 행동을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대사를 통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랑에 관한 감정을 표현하려 하다 보니 추상적인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 것 같다.

또한 한회 한회 마치 한 챕터를 보는 것 같이 주제가 주어지고, 그 주제에 대해서는 한 챕터에 다 끝낸다. 여러 개의 챕터가 이루어져 하나의 책을 만드는 것처럼, 한회 한회가 이어져 소설책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책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성들이 많이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자세한 심리 묘사와 주인공들 간의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해주는 그런 소설책 말이다. 굳이 남자들이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무협지가 아닐까 싶다.



 
2. 현빈과 송혜교 그리고 패션
 

남자들도 송혜교를 좋아하지만, 남자들은 현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여자들은 현빈을 좋아하고, 송혜교의 패션도 좋아한다. 송혜교의 단발 헤어스타일이라든지, 작은 키를 커버하는 옷 입는 스타일, 새로운 부츠 등 모든 아이콘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금방이라도 주준영 스타일을 만들어낼 것만 같은 송혜교의 귀엽고 깜찍한 패션 스타일은 남자보다는 여성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 같다. 패션 아이콘과 꽃미남 현빈이 펼치는 속사포 같은 말싸움은 남자보다는 여성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야기다.


 
3. 상상력이 가득한 그사세
 

그사세에서 보여준 송혜교의 상상력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여성들이 좋아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꿈을 꿀 때 별로 연관성이 없는 투박한 꿈을 많이 꾼다. 하지만 여성들은 자신이 상상했던 나라로 들어가서 공주가 되거나, 동화책 같은 꿈을 꾸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내 주위의 여성들은 그런 꿈을 꾸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송혜교가 작품을 상상하며 그렸던 CG들은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채색하듯이 그려넣는 것이나 갑자기 물방울처럼 사라지는 모습은 깜찍하기까지 하다. 아마 남자들은 집에 채색을 하는 것보다는 포크레인이 먼저 들어오는 장면을 만들고 실제로 꽃을 심고, 페인트를 칠하는 것을 더 좋아했을 것 같다. 주인공이 도망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싱가폴에서 소매치기가 쫓기는 모습을 송혜교가 뛰어가서 직접 목격하는 것을 더 좋아했을 것 같다.


그세사에는 전쟁터와 같은 방송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험악한 욕설도 난무하고 보통 말할 때도 적당한 욕설이 섞이기도 한다. 꽃미남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나오는 것도, 요정 같은 송혜교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는 것도 어색하긴 하지만, 그것이 더욱 현빈과 송혜교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그 욕설이 욕으로 들리기 보다는 아기자기한 말다툼을 위한 양념으로 보이는 이유는 현빈과 송혜교가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사세를 여성이 좋아한다는 입장에서 적어보았다. 물론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그사세이지만, 그 느낌이 에덴의 동쪽이나 타짜와는 차별이 되는 무언가가 있어서 한번 짚어보았다. 월화드라마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그사세가 앞으로도 더욱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는 드라마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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