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나는 PD다"는 tvN에서 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이다. 이영자, 이찬, 이윤석, 김경민이 직접 PD가 되어 프로그램을 찍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 컨셉이다. 서로 짝을 이루어 미션을 수행하는 "나는 PD다"는 최근 방영된 무한도전 네 멋대로 해라 2탄, PD특공대와 비슷한 컨셉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더 자세하고 심도있게 다룬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대한민국 평균이하를 자청하듯, "나는 PD다"의 멤버들도 우왕좌왕 어설픈 모습을 보여줌으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PD가 그들을 진짜로 대한다는 것이다. PD가 연기를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너무 자연스럽다. 그 정도 연기라면 연예인을 해도 될 정도로 리얼하게 연예인들을 대한다.
이윤석과 김경민은 엘비스 피디로부터 과제를 받게 된다. 인물과 곤충을 찍어오라는 것이었다. 이윤석과 김경민은 진지하게 찍는 듯하더니 여지없이 일을 저지르고 만다. 김경민이 갑자기 큰일(?)이 급해져서 넓은 들판에서 숨어 일을 본다. 그리고 이윤석을 그것을 숨어서 비디오로 찍게 되었다. 김경민의 생각없는 행동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생리현상인데 어찌하랴. 그것을 찍은 이윤석도 한심하긴 하지만, 개그맨으로서 웃기려고 한 행동을 무어라 하기에 곤란하다. 과제를 검사하다 그 장면을 보게 된 엘비스 피디는 테이프를 바닥에 던져버리며 불쾌하다 말한다. 그리고 그런식으로 하려면 연예인이나 하라며 꾸중을 준다.
연예인이나 하세요... PD가 연예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치 베바에서 오케스트라를 향해 강마에가 너희들은 내 악기에 불과해라며 윽박지르던 모습과 같았다. 웃으라면 웃는 척, 울으라면 우는 척, 밉보이면 편집하는 피디의 권력은 연예인을 프로그램의 한 소품정도로 생각하는 듯 했다. 피디의 입장으로서 자신의 직업을 우습게 아는 듯한 개그맨들의 행동이 기분 나빴을지도 모르나, "나는 PD다"라는 프로그램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을 잊은 듯하다. 각 멤버들은 재미를 주기 위해 투입되었고, 피디체험은 초보인 그들에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물론 재미를 위해 리얼한 상황을 연출하려 그랬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직업이 소중하고 진지한 것임을 알리고 싶다면, 먼저 남의 직업도 소중하고 진지한 것임을 알아야 할텐데 "연예인이나 하세요"라는 말은 도를 넘은 말 같아 듣는 사람도 기분이 무척 나빴다.
물론 그런 의도로 하지 않았을수도 있지만 듣는 사람은 충분히 기분 나빴을 이야기고, 그 말을 들은 이윤석과 김경민은 술을 마시러 갔다. 그리고 이찬을 불러내어 자신들의 한풀이를 하였다. 연기가 아닌 정말 술에 취해 우는 그들을 보니 그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최고 톱스타가 아닌 이상 연예인들도 일반 직장인과 똑같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피디의 무시에 숨죽이다 술자리에서 한을 푸는 그런 모습 말이다.
모든 장면이 나오지 않고 걸러서 나왔겠지만, 김경민은 '자신은 살기위해 일한다'고 이찬을 위로했다. 너희들이 자녀가 있냐며, 살기위해 일하는 심정을 아냐고, 너희들도 살기위해 독하게 일하라며 격려하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이찬은 너무도 서럽게 울어서 보는 사람이 마음이 다 아팠다. 이 프로를 괜히 한 것 같다며, 사람들이 자기를 보면 모두 나쁜놈이라고 말한다며 정말 서럽게 울었다.
무대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 뒤는 받은 스포트라이트만큼 어두운 그늘속에 갇혀있는 그들을 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최근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음 주편을 보니 또 한바탕 그들이 운다. 이번에는 이영자도 운다. 아마도 송창의 피디가 쪼는 것으로 보아 그들을 해고라도 시킨 모양이다.
최근 연예가는 어두운 소식들로 가득했다. 너무 슬픈 이야기들이라 그에 대해 언급하기도 싫다. 이영자가 다음회를 어떤 심정으로 찍었을까. 이영자가 eNEWS로 배정되어 조연출을 맡았을 때 의미있는 말을 하였다. 기자와 연예인은 마치 경찰과 죄수 같았다고 말이다. 취조하듯 꼬치 꼬치 캐묻는 것이 기분이 나빴기에 그런 점들을 개선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피디는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원래 기획취재와 속보취재(?)가 있는데 어쩔 수 없다는 투였다. 그래도 이영자는 취재를 나가서 최대한 위트와 유머를 섞은 질문으로 좌중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었다. 어쩔 수 없다던 피디의 말을 그저 변명에 불과하게 만든 장면 같이 느껴졌다.
솔직히 시청자에게 피디는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기 위해 그런 힘든 과정과 땀을 쏟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피디를 폄하할 생각도 없다. "나는 PD다"라는 프로그램이 그런 피디라는 직업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연예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보아야 하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적진(?)으로 들어가 피디를 직접 체험해봄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결국에 4명 모두 웃으며 멋진 피디로, 멋진 연예인으로 다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PD다"는 웃음외에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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