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새롭게 시작한 "나는 PD다"를 보게 되었다. 연예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면서 생기는 좌충우돌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신개념 리얼리티가 "나는 PD다" 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이후로 케이블에서 새롭게 발견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장르가 연예인이 나오긴 나오는데 예능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말 그대로 신개념 리얼리티인 것 같다.
나는 PD다를 보며 생각난 것은 저번 주에 방영되었고, 이번 주에도 방영될 무한도전의 PD특집이다. 무한도전의 멤버가 PD가 되어 각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저번 주에 성공적인 첫방송을 끊었다.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의 이런 도전은 처음이 아닌 것 같다. 작년 이맘 때 "네 멋대로 해라" 특집에서 각자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여 예능pd되기가 먼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박명수는 거성쇼를, 정형돈은 체인지를, 노홍철은 얼음볼링을 하는 등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이번에 PD특집에서는 각자 기획하여 연출까지 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짧은 시간안에 잘 보여주었다. 방송을 보기만 하던 시청자들에게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신기하고 궁금한 부분이다. 또한 연예인에게도 PD의 고충을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의 PD특집을 본 후 tvN의 나는 PD다를 보게 되었다. 무한도전의 PD특집과 별반 차이가 없겠지 생각하고 보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멤버 구성만 놓고 보자면 이영자, 이찬, 김경민, 이윤석이다.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연예인 PD가 되었다고 하지만 참 비호감 캐릭터들만 모아놓은 것 같다. 그나마 이윤석이 조금 낫긴 하지만 그래도 이미지로 놓고 보면 거기서 거기이다.
볼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왕 시작한 것 한번 봐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는 PD다는 비호감 4인방을 호감 4인방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포멧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영자는 계속 땍땍거리고, 이찬은 이영자에게 꾸중만 듣고 철없는 행동만 한다. 김경민은 트림에 방구에 더티하면서 겁많은 모습이 그대로 나오고, 이윤석 또한 김경민과 더불어 터티브라더스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호소력있고, 인간적이며 재미있게 느껴졌다.
내가 보기 시작한 것은 저번 주에 방영되었던 3회였다. 이미 1,2회에서 방송을 만들다 실패를 한 모양이었다. 대기발령이 떨어진 그들은 송창의 대표에게 불려가서 처음부터 다시 밑바닥부터 기으라는 명을 받는다. 그리고 김경민과 이윤석은 엑소시스트에, 이영자와 이찬은 enews에 조연출로 들어가게 된다.
겁많은 김경민과 이윤석에게 트소시스트는 정말 쥐약인 프로그램이었다. 나도 가끔 밤에 채널을 돌리다가 엑소시스트가 나오면 급히 돌려버리는데(무서워서...) 직접 제작에 참여하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제작진마더 촬영후에는 심한 휴우증을 겪어 사무실에 무당이 준 북어까지 걸어두었다. 예상대로 김경민과 이윤석은 온갖 추태를 부리며 겁먹은 행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참 어린 PD에게 혼나게 된다.
이영자와 이찬은 enews에 들어가서 취재를 하게 된다. 첫 뉴스는 보아의 미국진출 인터뷰였다. 이영자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웃기며 취재를 잘 마쳤다. 하지만 문제는 이찬. 카메라를 담당하던 이찬은 하도 손을 떨어 하나도 건질 것이 없는 테입을 가져왔고, 그나마 원본 테입을 프리뷰하려다 분실하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결국 원본 테입을 찾았는데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냥 편집기 위에 있었다. 이찬을 보고 있으면 이영자가 왜 그렇게 이찬에게 잔소리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PD다는 이 4사람이 모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좌충우돌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PD특집이 짧은 시간안에 과정과 결과 모두를 보여주어야 했다면 나는 PD다는 그것을 긴 시간에 걸쳐 리얼로 보여줌으로 완성도를 높혔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한도전은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고, 호감 연예인으로 만든 특집이라면 나는 PD다는 모험이라 할 정도로 비호감인 연예인으로 만든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나는 PD다는 케이블답게(?) 거침없이 보여준다.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의 구성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기획과 연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나는 PD는 리얼의 끝을 보여주며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무한도전에서는 차마 시간상 보여줄 수 없었던 PD의 세계를 속속들이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정말 방송가는 살벌하고 피튀기는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들에게도 가차없는 방송의 세계는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PD다는 요즘 예능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리얼이 나아갈 방향을 잘 제시해주는 것 같았다. 연예인들이 직접 직업의 현장에 뛰어들어 체험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여과없이 보여줌으로 재미와 함께 나중에 전문가 수준이 되었을 때 감동도 같이 느낄 수 있고 그 안에 많은 메세지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PD다의 새롭고 신선한 시도가 기대되고, 더욱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이영자, 이찬, 김경민, 이윤석 모두 예전의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패밀리가 떴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1박 2일과 우결의 그늘에 묻혀 사장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오히려 1박 2일과 우결이 한눈을 판 사이에 전력을 가다듬어 1위로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MC를 맞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는 처음부터 1박 2일이 심한 견제에 들어갔을 정도로 그 가능성이 컸다.
점점 캐릭터를 잡아가고, 컨셉을 잡아가면서 패떴의 인기는 날로 급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1박 2일과 우결이 동시간대에 붙으면서 패떴은 어부지리 이상의 효과를 얻어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상황으로만 본다면 1박 2일과 우결이 패떴을 공격해도 전혀 꿈쩍도 안할 정도로 패떴의 인기는 탄탄해진 것 같다. 시간대로만 주어먹기를 한 패떴이 아닌 어느 방송보다도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연출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캐릭터를 잘 잡은 사람이 있다면 대성을 꼽고 싶다. 서글 서글한 눈매에 특유의 친근감으로 패떴 사이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고,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성은 이미 빅뱅이라는 그룹을 통해 유명한 아이돌 스타이지만, 30대인 나는 빅뱅이란 그룹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대성이 누구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패떴은 대성을 남녀노소 다 알게 만든 프로그램인 셈이다. 하지만 패떴에서 대성의 캐릭터는 유재석과 함께 덤앤더머 역할이다. 덤앤더머(Dumb & Dumber)란 예전에 짐캐리와 제프 다니엘스가 주연했던 영화의 제목인데 바보와 더 바보라는 뜻이다. 유재석과 함께 바보스런 역할을 함으로 캐릭터를 찾은 셈이다. 하지만 그는 아이돌 스타이니 역시 그 캐릭터는 대성에겐 딜레마일 것이다. 이를 간파한 빅뱅의 소속사 대표 양현석은 패떴에 나가는 대성에게 "대성아, 띨띨한 건 안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온 국민에게 빅뱅과 대성을 알리게 되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을 딜레마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덤앤더머 대성의 캐릭터
덤앤더머라고 하지만 결국은 양현석이 말한 그 띨띨함을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시작한 것 같은데 반응이 좋자 계속 그런 이미지로 나가고 있다. 이번 주에도 이효리의 눈치를 벗어나 유재석과 둘이 채소를 따러 가서 덤앤더머가 시작되었다. 깻잎을 인원수에 맞게 한장씩만 따더니 자신들은 안먹는다고 2장을 뺐다. 호박잎을 따려다 가시에 찔리자 돌을 이용하여 딴다. 그리고 호박을 딸 때 유재석이 가시 많은 줄기를 잡고 따려하자 대성이 호박을 잡고 따라는 아이디어(?)를 내주기도 한다. 그러던 중 닭이 울자 유재석은 "새벽인가?" 라며 능청스런 연기를 하고, 다시 한번 닭이 울자 대성은 한 술 더 떠 "다음 날인가?"라며 너스레를 떤다.
패떴의 덤앤더머는 하나의 막간 코너로 자리잡았을만큼 재미있고 참신한 설정이다. 특히 유재석이야 원래 개그맨이니 바보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17살이나 차이나는 아이돌 스타 대성이 유재석에 맞춰서 바보 콤비를 이룬다는 것은 대성의 예능에 대한 끼가 천부적이라 볼 수 밖에 없다 .
덤앤더머의 캐릭터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외모는 아이돌 스타의 대명사인 꽃미남은 아니다. 하지만 서글 서글하면서 푸근하고 익살스런 얼굴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다. 물론 청소년들에게는 거의 신격화된 아이돌 스타일테지만 내가 보기엔 장난많고 편안한 동생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는 아마도 대성이 빅뱅의 대성으로만 남아있었다면 어필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패떴을 통해 그의 구수함을 널리 알려 대성이란 이름만은 확실히 각인시켜주었다. 나에겐 서태지와 HOT, SES, 핑클을 제외하고 아이돌 스타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건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아이돌 스타이다.
아이돌 스타의 공식은 신비주의가 아닌가 싶다. 알듯 모를 듯한 이미지로 호기심과 상상을 증폭시켜 환상을 품게 만드는 것이 아이돌 스타를 만들어주는 것인데 이런 공식을 대성은 과감히 깨고 있다.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 스타에게 패떴의 띨띨한 캐릭터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현석도 그것을 경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돌 스타가 되는 것은 수많은 여학생들의 힘으로 된다. 남자들이야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만사 제쳐두고 아이돌 스타의 팬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것은 우리 어머니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꿈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에게 아이돌 스타는 백마탄 왕자님 정도 될텐데 바보 온달 역할을 하고 있는 대성이 여학생들을 평강공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패떴의 인기가 대성에게 독을 가져다 주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득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녀팬들 외에도 수많은 어른팬(?)들이 생겼으며 예능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황으로만 본다면 대성의 띨띨한 캐릭터는 소녀팬들에게는 귀여움으로, 그 외의 팬들에게는 재미와 편안함으로 그 인기를 대폭 증가시키고 있는 듯 싶다.
양현석이 우려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패떴의 인기가 더욱 높아짐에 따라 이뤄지는 캐릭터의 굳어짐이 아닌가 싶다. 패떳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수록 캐릭터는 더욱 굳어지기 마련이다. 이천희는 천데렐라로, 김수로는 김계모로, 이효리는 이여사로, 대성과 유재석은 덤앤더머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또한 더욱 덤앤더머 캐릭터를 밀며 띨띨함을 선보여야 할텐데 이것은 아이돌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고, 나아가 팀 자체에도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생각도 된다.
예능에 집중하자니 띨띨한 캐릭터가 굳어질까 걱정이고, 아이돌 스타에 집중하자니 예능에서 빛을 발할 수 없기에 딜레마같이 보인다. 결과는 지나보아야 알겠지만, 가수들의 예능 진출을 살펴보면 예능을 통한 이미지 파괴가 가수로서 신비주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1박 2일의 은초딩 은지원이나, 허당 이승기, 무한도전의 잔진, 우결의 서인영등을 보면 예능에서의 이미지가 오히려 가수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성은 아이돌 스타라는 또 다른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선례를 잘 분석하여 대처해나간다면 아이돌 스타를 넘어선 국민스타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명랑히어로의 팬으로서 이건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왜 시사 토크를 포기하고 장례 토크로 포멧을 변경했을까? 한참 재미있게 시사에 대해 논하다가 왜 갑자기 생사람 죽여놓고 뒷담화 및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려 할까. 특집일 줄 알았던 '두번 살다'는 이제 3회나 방송되었다. 내심 다음 주에는 시사 토크로 돌아오겠지라는 기대로 계속 보았지만 실망의 연속이었다. 또한 이번 주에 김건모씨를 섭외했다가 게스트들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미뤄졌다는 이야기에 더 이상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물론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명랑히어로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에 쉽게 채널을 돌릴 수 없다. 하지만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이런 식으로 밀어부치기만 한다면 내 마음도 멀어질 것만 같다.
참신함이 무한도전을 닮았던 명랑히어로
명랑히어로를 보기 시작한 것은 그 참신함과 용기 때문이었다. 명랑히어로는 라디오스타의 멤버를 그대로 가져오는 형식을 취하면서 이슈를 끌어내었고, 라디오스타와 명랑히어로 모두 win-win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덕분인지 라디오스타가 무릎팍도사보다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또한 시사를 다룬다는 것이 참신했다. 예능에서 시사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개그에서 시사를 이야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개그는 시사를 풍자하고 다루는데 익숙하고 능하다. 사회 문제에 대해 논하는 개그맨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말하는 예능프로는 없었다. 구지 있다면 무한도전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명랑히어로를 좋아했다. 무한도전이 컨텐츠안에 메세지를 담아서 시사적 문제를 표현한다면, 명랑히어로는 컨텐츠 자체로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광우병에 대한 논의가 되면서 명랑히어로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어쩌면 태클을 받기 시작한 때일 지도 모르겠다. 이하늘이 본격적으로 예능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김성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는 듯 싶었다. 명랑히어로가 살아남으려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이슈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 바로 광우병과 촛불시위때 였던 것 같다.
무한도전이 그러하다. 끝없는 도전과 메세지로 예능에 무게를 실어준다. 대한민국 평균이하를 자처하지만 그 안에 메세지를 담고 있다. 명랑히어로는 시사를 논하기에는 가벼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충분히 시민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고, 메세지를 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랑히어로는 도전도 죽이고 메세지도 죽이는 두번 죽이기를 선택하고 말았다.
라인업의 이경규 투입?!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던 포멧임에도 명랑히어로는 이경규를 투입시켰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게스트 명목으로 한번 나왔다가 특별 게스트라는 궁색한 이유로 고정 멤버처럼 박어넣었다. 게다가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혀놓았다. 이경규가 재미없다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이경규는 명랑히어로의 색을 흐르게 했기 때문이다. 시사토크에서 항상 찬물을 끼얹고 맥을 끊음으로 명랑히어로만의 컨셉을 흐리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명랑히어로에 이경규는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포멧도 포기해버렸다.
시사를 포기하고 생전 장례식 '두번 살다'로 포멧을 바꾼 것 또한 이경규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회에서는 이경규의 생전 장례식을 보고 한 청년이 자살을 포기하였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기어이 이 포멧으로 계속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솔직히 명랑히어로는 시청자를 위해서 존재하는지, 이경규를 위해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시청자를 위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청률 때문이라면...
외압설도 있지만 김유곤 pd는 순전히 시청률 때문이라고 한다. 외압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하니 그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 시청률이 경쟁프로인 샴페인에 비해 낮았다. 시청률이 예전에 비해 낮았던 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지못미이다. 하지만 시청률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시청률의 근원인 시청자에게서 그 답을 찾아야 했다. 왜 시청자가 명랑히어로를 안보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참 뻔뻔하게도 아무런 노력의 흔적도 없이 포멧을 싹 바꿔버리고 말았다.
좀 더 시사적인 문제에 촛점을 맞추고, 무거운 이야기보다 가볍게 풍자하는 식으로 풀어나가면서 이경규를 과감하게 빼었다면 명랑히어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안봐준다는 볼멘소리를 하면서 포멧을 바꿔버리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그나마 기존에 명랑히어로를 좋아했던 팬들조차 발로 찰 셈인지 그냥 밀어붙기만 한다. 마치 보기 싫으면 보지마라는 메세지를 던지듯 말이다.
결국 명랑히어로는 무한도전이 아닌 라인업의 뒤를 밟고 있는 것 같다. 라인업이 조기종영되었던 이유를 나는 밀어붙이기였다고 생각한다. 시청자의 의견보다는 제작진의 의지로 밀어붙이는, 만들면 누군가 보겠지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의견을 모니터링하는 무한도전과 붙었으니 조기종영할 수 밖에 없었다. 명랑히어로는 무한도전의 뒤를 따르는 듯 했으나 결국 라인업의 뒤를 가는 것 같다. 그것도 라인업의 중심에 있었던 이경규가 제안한 포멧을 가지고 말이다.
생전장례식에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전장례식이 대박을 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명랑히어로를 한회도 빠지지 않고 보아왔던 사람들은 놓칠 것이다. 그 실망감과 배신감에 명랑히어로가 아무리 생전장례식으로 부활한다하여도 쉽게 채널을 옮기지 않을 것이다. 예전의 명랑히어로에서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방향을 튼 상태에서 그것이 힘들다면 왜 포멧을 바꿔야 했는지 설명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젠 명랑히어로가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하지도 기대도 안된다. 그저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