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깊은 뜻이란 제목으로 하재근님의 포스팅을 보았다. 나무 심기 특집에 대한 김태호피디의 설명이었는데, 그런 뜻이 숨어있는 줄은 몰랐다. 사회현상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는 김태호피디가 그저 웃음 뿐일 줄 알았던 몸개그 속에 그런 심오한 의미를 담아낸 것이 멋있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번 "돈을 갖고 튀어라" 또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 돈은 행복을 가져다 주는 최종 목적이다. 그리고 그 돈은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제한된 돈을 획득하는데에는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다. 좋은 놈, 나쁜 놈, 굴러들어온 놈, 어색한 놈, 모자른 놈, 이상한 놈까지 모두에게 기회는 열려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에 나와 미션에 따라 돈을 쟁취하기 위해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다닌다. 서로 속고 속이고, 배신했다가 동료가 되기도 하고, 동료인 척하다가 다시 배신하기도 하고, 거짓 정보를 흘리며, 타협을 해 나가는 모습이 마치 무한이기주의인 사회를 꼬집는 것 같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초심을 보는 듯한 신선하고 새로운 스릴러 형식의 "돈을 갖고 튀어라"는 여론의 좋은 평가에도 불고하고, 정준하의 이해못할 행동들로 인해 구설수에 올라 빛을 잃었다. 정준하가 기차로 대전으로 내려가던 중 큰소리로 떠들고 주위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한 블로거가 블로그에 포스팅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제작진은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정준하가 한 안하무인격 불친절한 행동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무한도전 내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던 중 목욕탕에 주차를 하는 것을 봐도 박명수나 유재석은 평행주차를 한 반면, 정준하는 좁은 골목에서 대각선 주차를 해 놓는 기본이 없는 행동을 보였다. 그 또한 사전 양해를 구했을 수도 있지만, 기차안에서 통화할 때 남을 배려하는 것이나, 주차를 할 때 다른 차의 통행을 배려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변명이 있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정준하에게 걸려있는 구설수들은 매우 많다. 그리고 정준하는 단 한번도 그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궁시렁거리며, 착한 척하는 행동으로 은근슬적 넘어가곤 했다.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가장 떨어트린 장본인은 아마 정준하일 것이다. 그래서 다음 아고라에서는 정준하를 무한도전에서 퇴출시키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준하의 퇴출보다는 그를 무한도전에 남겨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무한도전에 그런 사회 문제를 많이 담아내려 하는 김태호 피디가 정준하를 괜히 남겨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사회의 바른 정의 구현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념에도 정준하는 용납될 수 없는 사람일 것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무한도전 내에서도 불평만 가득하며,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 비겁한 사람을 옹호하며 사회문제에 대해 다루는 무한도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렿기에 정준하를 내치지 않고 지금까지 같이 가는 이유가 그 부분에 있는 것 같다. 무한도전이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기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눈이 멀고, 뒤에서 모략을 일삼는 무한 이기주의인 박명수가 나무심기에서 그런 역할을 담당했다면, 정준하도 무언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식신이란 별명처럼 욕심과 탐욕이 많고, 그 욕심과 탐욕을 위해 법의 테두리를 넘는 일도 서슴치 않는, 또한 자신의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며 궁시렁대는 그런 사람들을 대표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말 그래도 모자른 놈으로 말이다.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빠진다면 그야말로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을 것이다. 시청률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준하를 끌어안고 가는 것은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무한도전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세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있기에 정준하가 계속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정준하를 하차시키고, 새로운 멤버를 투입한다면 무한도전은 착한 사람들로만 가득한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착한 사람만 있지 않고, 박명수와 같이 나쁜 놈, 정형돈과 같이 어색한 놈, 전진과 같이 굴러들어온 놈, 노홍철과 같은 이상한 놈, 정준하와 같은 모자른 놈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더욱 정준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리얼 버라이어티 답게 무한도전 내에서만의 캐릭터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의 캐릭터를 그대로 들고 온 듯한 리얼한 모습이 씁쓸하긴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억지로나마 무한도전을 지키고 싶은 것은 그동안의 무한도전이 준 큰웃음에 대한 기대 또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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