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삼각구도의 승자는 1박 2일이었다. 시청률과 내용면에서 1박 2일을 따라잡기엔 다른 프로들이 아직 역부족이다. 당분간 1박 2일의 인기는 계속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한도전의 아류작이라 평가받던 1박 2일이, 어떻게 무한도전을 넘어 예능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나 또한 1박 2일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았다. 5개월 전만해도 무한도전의 아성을 깰 수 없다는 글을 쓴 적도 있다. 어떻게 1박 2일은 절대 깰 수 없을 것 같던 무한도전의 아성을 깨고 예능계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소통인 것 같다.
1박 2일의 소통
인터넷은 웹2.0 시대로 접어들었다. 웹 2.0의 정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쌍방향적 소통이 그 주요내용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웹 2.0의 대표주자인 블로그 또한 쌍방향소통의 하나이다. 신문에서나 읽을 수 있던 시사, 연예에 관한 정보들을 이제는 블로그라는 것을 통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방송에서 이런 쌍방향소통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개그콘서트의 마빡이에서 UCC를 통해 시청자들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낸 적이 있었다. 여러 방면으로 소통이 시도되고 있을 때에 1박 2일은 그 소통의 표준을 제시하였다.
최근 1박 2일 속에는 시청자들의 참여가 유독 많았다. 운치분교에서 아이들과의 만남, 충주대에서의 게릴라콘서트, 백령도에서 해병대와의 씨름, 그리고 백두산 가는 길에 배의 승무원들과 연예편지등 굵직한 것들만 뽑아도 1박 2일의 성공원인을 알 수 있다.
1박 2일에는 많은 빅카드가 있다. 강호동, 이승기, MC몽, 김C, 이수근, 은초딩, 상근이까지 모두 이제는 큰사랑을 받는 빅카드가 되었다. 하지만 1박 2일은 빅카드만으로 승부를 걸지 않았다. 초창기에 복불복 및 반복되는 게임으로 자기들만의 잔치를 한 것과는 달리, 이제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운치분교의 아이들이 없었다면, 충주대의 학생들이 없었다면, 해병대의 장병들이 없었다면, 중국인 승무원들이 없었다면 앙꼬없는 찐빵처럼 1박 2일이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같이 1박 2일을 만들어가는 모습속에 시청자들은 더욱 친근함과 감정이입이 잘 되고, 꾸미지 않은 재미를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른 프로들의 비소통
경쟁프로인 우리 결혼했어요와 패밀리가 떴다에는 소통이 없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연예인들의 가상결혼을 몰래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새로운 예능의 장르로 평가받고 있지만, 각본과 연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우리 결혼했어요 안에도 소통이 더해진다면 그 안에 더욱 리얼함과 솔직함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편에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왔던 100일 기념 웨딩촬영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신부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연기인 것이 눈에 띠어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리얼함을 추구하다보니 연기자들의 사생활이 문제가 되고, 그렇다고 리얼함을 덜 표현하자니 연기임이 드러나 재미가 반감되고의 딜레마가 생긴다. 그런 딜레마를 없에줄 것은 바로 소통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속에 어떻게 시청자들의 참여를 녹여내느냐가 1박 2일을 넘어 새로운 예능의 표준으로 인정받을 관건인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더욱 심각한 소통의 문제가 있다. 패밀리가 떴다야 말로 빅카드를 승부수로 내놓은 프로이다. 유재석만으로 기승사가 안되고, 이효리와 신동엽이 카드로도 체인지가 뜨지 않자, 김수로까지 합세하여 유재석, 이효리라는 대형카드로 승부를 걸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패밀리가 떴다에는 게임이 전부이다. 사랑해 게임은 이 프로의 고정 게임이 될 것 같다. 리플레이의 반복으로 사람의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패밀리가 떴다는 과거의영광속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이번 금촌마을편에서는 마을 방송으로 통해 소통을 시도했지만, 그 역시 너무 짧았고 참여도도 낮았다.
패밀리가 떴다는 어떤 프로보다 소통의 가능성이 큰 프로이다. 1박 2일을 표방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7단뛰기나 볏짚뛰어넘기, 사랑해 게임밖에 없다. 유재석의 캐릭터를 게임돌이로 만든 것을 보면 앞으로 게임이 더욱 주를 이룰 것임을 알 수 있다.
1박 2일의 백두산편이 6주가 방영될지, 8주가 방영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시청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그 안에 소통이 계속 있는 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엘빈 토플러가 이야기했던 프로슈머가 예능에서도 통하고 있다. 1박 2일속에 프로슈머들이 존재하는 한 그 안에 소통이 있고, 그 인기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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