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 차가 없다. 차가 없는데도 결혼을 할 수 있었으니 난 참 행운아인 것 같다. 고3때 대학에 붙으면 차를 사주겠다고 하시면서 아버지께서 아반떼를 미리 사 두신 적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차를 갖는다는 것은 어른처럼 보이는 방법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아반떼는 지금까지 내 손에 들어오지 못했고, 어머니께서 10년이 넘게 잘 타고 계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그 차를 내게 주실 생각이 없으셨다. 한마디로 난 낚인 것이었다. (^^;;)
차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던 시절, 우연히 한 책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차는 부채에 해당한다고 말했고, 집과 차는 30대 이후에 사라고 누차 강조하여 말하였다. 난 그 의견에 동의하였다. 생각해보니 보험금, 세금, 기름값, 세차비등 여러 비용이 나가고 차를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차로 벌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30살 이후에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난 차를 사지 않고 20대를 버텨왔다.
생각해보면 차가 없어서 불편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더 편했던 점이 많은 것 같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면서 읽은 책들과 데이트를 더욱 즐길 수 있었던 점등이 그러했다. 반면 아버지 차를 가지고 나갈 때면 언제나 불안했다.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주차 공간이 있을까, 딱지를 떼는 건 아닌가 하며 여러 고민들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은 유수같이 흘러, 어느덧 나는 30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 동안 미루어왔던 차에 대한 미련을 해소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제 곧 차를 살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아내의 한마디로 인해 또 다시 미루게 되었다.
아내의 이야기는 차를 당분간 사지 말자는 것이다. 차를 사지 않으면 여러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기가 생기면 차가 꼭 필요할 것이라 말했지만, 아내는 꼭 그렇지도 않다며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말은 급할 때는 택시를 타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콜택시를 부르면 집 앞에 딱 대기하고 있고, 비용도 1000원밖에 안든단다. 택시를 타면 기름값에 서비스 값만 내면 되지만, 차를 가지고 있을 때 내야 하는 보험금이나 세금, 주차비등 유지비를 안내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기를 가지면 그 때는 어떡하냐고 했더니 그것 역시 택시를 타면 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를 갈 때도 자신의 옆에서 앉아있는 것이 더 좋고, 아기를 나은 다음에도 운전하느라 혼자 손이 모자라는 것보다, 같이 아이와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예전에 친척 누나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매형은 회사일 하느라 바빠서 누나가 혼자 운전하며 다니는데 갓난 아기와 3살 된 조카와 함께 나들이라도 가는 날이면 정말 혼비백산이 된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카시트를 뒷자석에 달아놓았는데, 갓난 아기가 울기라도 하면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면서 또 한 손으로는 뒷자석의 아기에게 우유병을 물려주고 트름까지 시키는데다 종알 종알 거리는 3살배기 조카와 말동무까지 해주는 최고의 멀티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운전면허를 따라고 재촉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아내의 말처럼 급할 땐 택시를 타고 평소에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기동력이 내게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에 차를 사는 것은 좀 더 유보해도 괜찮을 것 같다. 차를 사서 사용하는 비용보다 내가 그 기동력을 이용하여 버는 수익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그 때가서 차를 사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멋진 스포츠카를 보면 설레고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값지고 좋은 것 같다. 지방에 갈 때도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싸고, 놀러 가서는 렌터카를 이용하면 원하는 차도 마음 것 바꿔가며 탈 수 있어서 더 좋다고 말하는 아내를 보니 고맙고 더 예뻐 보였다. 차가 가져다 주는 만족보다 아내가 주는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