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히어로에 드디어 쾌변독설 마왕 신해철이 출연했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게스트였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통쾌한 웃음과 독설을 남겨주었다. 반면 신정환은 자전거 사고로 인하여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빈자리는 명랑히어로가 진행될수록 크게 느껴졌다.
신해철과 같이 등장한 이경규는 이번에도 역시 게스트라는 명분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지난 번 방송에서 이경규 출연에 대한 논의 후 급호감으로 변한 이경규는 이번에도 식상함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이야기함으로 더욱 호감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를 박미선과 김성주 사이의 제일 가운데 자리에 앉게 한 것은 제작진의 이경규 출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30년간 오뚝이처럼 식상함을 넘고 넘어 이 자리까지 온 만큼 이번에도 식상함의 장벽을 넘어 신선한 웃음을 주기 바란다.
신해철 등장과 신정환의 공백은 매우 크게 느껴졌다. 신해철의 등장은 명랑히어로에 균형을 가져다 주었고, 신정환의 공백은 명랑히어로에 불균형을 가져다 준 것 같다.
신정환의 공백
신해철의 균형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신정환의 공백은 예상치 못하게 매우 크게 다가왔다. 10여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어 어쩔 수 없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 동안 그의 역할이 그렇게 컸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신정환이 빠지자 우선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은 사람은 윤종신이다. 개그계의 인자기, 자석 개그를 하는 윤종신은 신정환이 없으니 허무한 멘트만 날릴 뿐이었다. 윤종신 뿐 아니라 이하늘, 김국진, 박미선, 김성주 그리고 김구라까지 큰 타격을 받았다.
이하늘이 입바른 소리할 때 수위를 조절해주었고, 김국진이 김구라에게 치일 때 균형을 맞춰주었고, 김성주가 묻힐 때 그를 끄집어 내 주었고, 김구라가 한쪽으로 치우칠 때 적절히 커트해준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탁구를 혼자 치듯 아무리 쳐도 되돌아 오지 않는 공 같은 허무함이 느껴졌다. 신정환의 탁구치는 듯한 받아치는 개그는 다른 동료들의 개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김구라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이 신정환인 것 같다. 명랑히어로는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시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너무 무거워서도 안되고, 너무 가벼워서도 안되는 성격을 띄고 있다. 시사적인 내용이 무거움을 다룬다면, 예능적인 부분이 가벼움을 담당할 것이다. 김구라가 무거움을 담당한다면, 신정환은 가벼움을 담당하고 있던 것이다.
때문에 신정환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명랑히어로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빈자리는 그 균형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신해철의 균형
신해철은 신정환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균형을 맞추었다. 신정환이 예능의 가벼운 부분을 담당함으로 무거움의 균형을 맞추었다면, 신해철은 시사적인 내용이 자칫 논점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부분을 논점에 집중하여 그 균형을 맞춰주었다.
명랑히어로의 재미는 예능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시사적인 문제와 예능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을 때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심 있는 시사문제에 대해 다룰 때 논점을 흐리고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엉뚱한 이야기만 하다가 나중에 대충 결론지어버리고 넘어가버리는 경우 명랑히어로의 재미는 반감된다.
이경규가 명랑히어로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그런 이유였다. 논점이 흐려질 때 그것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웃기는데 집착 하다 보니 오히려 논점을 흐리는데 앞장서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해철은 토론의 논점을 잃지 않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그에 대한 해결책까지 명쾌하게 제시하여 주었다. 그것이 바로 명랑히어로에게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든 아니든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논점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함과 재미를 줄 수 있다.
남녀공학에서 성적으로 인한 남학생의 전학 문제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학교 생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갈 때 다시 논점을 바로 잡아 주었으며, 김구라의 여성비하적 발언에 대해서도 알렉스해철이란 말을 들어가면서 일침을 주어 균형을 맞춰주었다. 김성주 또한 신해철의 일침을 피해가진 못하였다. 신해철의 말이 다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가 보여준 토론의 논점을 잃지 않는 집중이나, 더 큰 시각으로 보려는 혜안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고, 명랑히어로의 균형을 맞춰줌으로 더욱 완성도를 높혀주었다.
명랑히어로의 ‘내가 뽑은 뉴스 톡!’이 좀 더 길어졌으면 좋겠다. ‘한반도 지금 행복한가’나 명랑히어로 선정이 눈에 띄게 분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뽑은 뉴스 톡!’이 짧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만큼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가지 주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3,4개의 주제를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번 주 명랑히어로는 김장훈이었다. 언제 김장훈이 되나 했는데, 드디어 김장훈이 되었다. 독도 광고에 대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녹화가 된 것 같은데, 독도 광고를 제외하고는 명랑히어로에 선정된 것을 보니 그는 역시 이 시대의 진정한 명랑히어로인 것 같다. 앞으로 명랑히어로로서 더 큰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또한 명랑히어로가 김장훈과 같이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시원한 소식을 전해주는 멋진 프로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