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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출발한 MBC 월화드라마 < 에덴의 동쪽 > 이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던 < 에덴의 동쪽 > 은 4회를 연장해 5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신태환 회장만 모르고 있는 출생의 비밀은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비밀을 알게 될 신태환 회장의 반응과 각 캐릭터의 이해관계는 벌써부터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대를 품게 한다.

< 에덴의 동쪽 > 은 신태환 회장과 동욱의 관계, 동철과 명훈의 관계, 신태환 처벌여부 등 결말을 향할수록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극적이고 황당한 스토리 ´막장 드라마 탄생?´

< 에덴의 동쪽 > 은 그 출발부터 범상치 않았다.
MBC 는 제작보고회를 비롯해 여러 이벤트 및 홍보 활동에 공을 들였고, ´스페셜 방송´ 또한 2회분을 연속 방송하는 파격을 보였다. 엄청난 제작비와 톱스타가 대거 투입된 < 에덴의 동쪽 > 은 방송 전부터 연일 언론을 통해 이슈를 만들어냈다.

출발은 성공적이었다. 첫 방송부터 높은 시청률로 호평을 받았고, 아역들의 빛나는 연기력으로 많은 기대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때문에 ´발연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으며 내용은 점점 자극적이고, 황당한 이야기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조직 폭력배 수십 명을 간단히 물리치고, 야쿠자와 삼합회 같은 국제적 폭력조직의 형님이 되는 등 자극적이고 황당한 스토리가 이어지자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라며 비아냥거렸다.

스토리가 기획 의도와 달리 변질되자 연기자들의 불만도 폭발하면서 이다해 하차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드라마는 많은 구설수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 꽃보다 남자 > 급부상…막판 스퍼트 가능할까?

후반부로 들어선 < 에덴의 동쪽 > 은 출생의 비밀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막판 스퍼트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 에덴의 동쪽 > 이 끝까지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KBS 월화드라마 < 꽃보다 남자 > 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 그들이 사는 세상 > , < 타짜 > , < 연애결혼 > , < 떼루아 > 등 경쟁 드라마들은 < 에덴의 동쪽 > 의 그늘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특히 < 그들이 사는 세상 > 은 훌륭한 연기와 연출, 스토리를 가진 수작임에도 불구, 빛을 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F4를 앞세운 < 꽃보다 남자 > 는 드라마의 작품성과는 관계없이 < 에덴의 동쪽 > 의 아성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

실제로, < 에덴의 동쪽 > 은 꾸준히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 꽃보다 남자 > 의 돌풍에 부딪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 에덴의 동쪽 > 이 시청자의 충성도가 비교적 높은 드라마라는 점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출생의 비밀이 모두 밝혀지면서 흥미를 더한다면 기존의 시청자들은 충분히 붙잡을 수 있다는 것.

어쨌든 < 에덴의 동쪽 > 이 안팎에서 불어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좀 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성숙된 연기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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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드라마의 야심작 천추태후가 기대된다. 1,2회에서 채시라가 괴성을 지르며 나와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곧 3회부터 아역으로 바뀌며 천추태후가 보여주었던 처음의 무게감은 많이 가벼워졌다. 강조(최재성)의 창술 외에는 별 뚜렷한 액션이나 긴장감이 없었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초반에 상황을 설명해야 하기에 긴장감은 약간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경종 최철호였다. 신들린 듯한 그의 연기는 경종의 종잡을 수 없는 괴팍한 성격과 그 안에 있는 여린 감성까지 잘 잡아내었다.

막장 드라마와 발연기가 판치는 요즘 드라마에 최철호의 경종 연기는 단물과 같이 달았다. 그의 광기 어린 철없는 행동들을 보면서 무슨 왕이 저럴까 싶었지만, 아버지에게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의 모습을 본 경종은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그 후로 그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처럼 괴팍한 성격으로 자신을 둘러싼 것임을 그의 연기를 보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천추태후가 회임을 하자 모든 가시들을 걷어내고 본래 자신의 여린 마음을 보여 준 경종의 모습 또한 매우 신선하였고, 공감이 되었다. 이제 경종은 이번 주면 병으로 죽음을 맞이함으로 최철호의 연기도 이번 주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역들도 함께 이번 주까지 나오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는 채시라가 그 바통을 넘겨받아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채시라의 연기를 보고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다. 채시라의 연기보다는 여자 무사의 이미지를 사극에서 좀처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갑옷을 입고 칼과 활로 기합을 넣으며 싸우는 채시라의 모습은 그녀가 왜 채시라인지 증명해주는 듯 했다. 어릴 적부터 남자 옷을 입고 화살 쏘기 대회에 나가고, 발해인들 돕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체 의리와 의협심을 앞세워 경종에게 죽임을 당할 뻔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철이 없고, 어떻게 보면 용감하고 의지가 강한 천추태후의 모습을 잘 살려내고 있는 것 같다.

채시라의 표정과 행동 하나 하나가 그런 천추태후의 모습을 잘 담아내면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로 소화해내는 것을 보니 채시라의 연기력 또한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연기를 잘하다고 하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연기자가 실제 그 인물과 같다고 느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는 악역의 경우 실제로 사람들에게 머리 끄댕이를 잡으시거나 욕을 듣기도 한다고 한다. 어떤 연기자들은 연기를 하다가 그 캐릭터에 자신을 너무 몰입시켜서 자신과 그 캐릭터를 혼돈하는 빙의의 상황까지 몰고가 그 휴유증을 심하게 겪기도 한다.

최철호와 채시라의 연기가 천추태후에 있어서 큰 존재감을 갖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잘 소화해 냈기 때문인 것 같다. 최철호는 실제로 경종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 아픔이나 분노, 사랑 등의 감정이 대사로만이 아닌 감정과 얼굴 근육 하나 하나에서 느낄 수 있었다. 채시라 또한 여전사라는 생소한 이미지로 다가왔음에도 금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채시라가 천추태후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말이다.

천추태후의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아직 아역이 나오는 부분인데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다음 주부터 채시라 및 성인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전쟁신도 더욱 많아질 것이고, 권력의 구도도 더욱 긴장감이 넘치게 될 것 같다. 효과음에도 많이 신경을 쓴 천추태후가 펼칠 흥미진진한 전쟁신과 채시라를 필두로 김석훈, 최재성, 이덕화등의 성인 연기자들의 연기도 기대된다. 더욱이 오랜만에 신애의 모습도 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천추태후가 주말드라마의 전성기를 다시 열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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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가 떴다'의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대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패떴은 지금은 모르겠지만, 차후 시청률에서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는 쉽게 끝낼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점점 꼬여가는 매듭을 어쩔 줄 모르고 더 꽉 잡아당겨 엉킨 형국이 되었다. 승승장구하던 패떴에게 이번 일은 적잖이 당황스럽고 예기치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패떴은 처음 출발부터 순조롭게 항해하였다. 비약적이지만, 무한도전이 뜨기까지 2년이 걸렸다면, 1박 2일은 1년, 패떴은 1달이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전의 프로그램이 디딤돌이 되어 준 것이라 생각한다. 패떴은 그 최대 수혜자인 것이다. 1달은 좀 오버여도 패떴이 단시간안에 최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한 것은 사실이다.

무한도전도 성장통을 겪었고, 1박 2일도 최근에 성장통을 겪었다. 패떴 또한 성장통이 일찍 온 것 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처법으로는 안티만 더욱 양산하는 꼴이다. 우결이 몰락하고 있는 이유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것을 어렵게 풀어서 매듭이 풀 수 없을 정도로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 원인과 해결방법은 "소통"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하라

1박 2일은 소통을 잘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이 위기였을 때 시청자들은 초심을 원하였었다. 그 점을 생각했는지 1박 2일이 위기에 닥쳤을 때 스스로 먼저 초심을 강조하며 초심 특집을 내보내기도 하였다. 여러 의견들을 수용하고 변해가며 오해를 바로잡고 지금은 다시 정상 궤도를 찾았다.

우결의 경우는 반대였다. 솔직히 우결에게는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도 했다. 우결의 포인트는 진짜같은 스타들의 결혼 생활인데, 진짜로 결혼을 시킬 수는 없지 않으니 말이다. 또한 스타들 또한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구조라 쉽게 소통을 할 수 없기도 했다.

또 다른 예는 명랑히어로를 들 수 있겠다. 최근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긴 하지만, 소통을 중시하던 시사 토크쇼에서 갑자기 장례식장으로 변화시키고, 이경규의 무리한 투입으로 인해 닥봐(닥치고 봐라)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 또한 명랑히어로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그 배신감도 크게 느꼈다. 장례식으로 바꾸었을 때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있었다면 그런 배신감도 덜 들었을텐데 말이다.

패밀리가 떴다 또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시청자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고, 악플에 상처받고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귀를 기울이고 조금씩 참고만 해도 프로그램의 미묘한 변화에도 시청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귀를 열어두고, 조금씩 소통을 늘려간다면 패떴의 성장통도 잘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대본을 인정하라

대본이 공개되고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 내용까지 철저하게 분석하여 어떻게 대본이 사용되었는지도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패떴은 "대본대로 하지는 않는다. 대본은 가이드라인을 뿐이다."라며 변명을 하기 바쁜 모습이다. 이효리까지 나서서 대본은 있지만, 대본은 안본다고 SBS 8시뉴스에까지 나와 이야기하니 참으로 궁색한 모습이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안했어요라는 명언이 생각나기도 했다. 대본은 있는데 대본은 안봤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물론 그 말의 의도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현재 불붙은 논란을 끌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통해 잠재울 것이라면 이효리가 아닌 유재석이 나와서 이야기해야 했다. 실제로 부르는 것보다 립싱크를 더 많이 하는 가수보다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많이 받고 있는 유재석이었다면 조금 누그러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대본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본은 이미 공개 되었고, 사람들도 다 그에 대해 아는 마당에 대본은 있지만 대본대로 안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차라리 처음 기획의도는 대본대로 하는 것이었고, 이런 반응이 있을 줄 몰랐다. 하지만 시청자를 기만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재미를 주기 위해 시트콤의 측면을 강화한 것 뿐이었다라고 말한다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더하여 앞으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대본을 안 만들고 가이드라인만 만들어 리얼의 재미를 더 살리겠다라고 한다면 기존 시청자들도 이해하고 원만히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데 재미있게 보던 시청자들이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본대로 했느냐, 안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문제는 시청자를 속였는가, 위했는가이다. 사람들은 대본이 공개되고 대본의 내용이 너무 자세하자 패떴이 시청자를 속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패떴의 입장은 시청자를 속이려 한 것이 아니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본의 문제에 빠져서 대본은 있는데 대본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 SBS 8시 뉴스까지 동원하여 효리효과를 노리는 모습들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속이려는 배신감만 줄 뿐이다.

패떴이 이 꼬인 매듭을 풀려면 우선 시청자들을 속이려 한 것이 아니고 위한 것이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해주어야 할 것이다.

리얼을 가미하라

패떴에는 인위적인 장치가 너무 많다. 원래 시트콤을 지향했던 프로그램이기에 그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것들이 리얼의 반대인 설정이 아니라, 가식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시트콤도 좋지만, 이럴 때 그런 장치들은 더 매듭만 꼬이게 할 뿐이다. 이럴 때 일수록 기획의도와는 다르더라도 리얼을 강조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자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에 가는데 가자마자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친한 척하며 집 잘보겠다고 내쫓듯 여행을 보내버린다. 실제로 어떠했든 보이기에 그렇게 보인다. 그리고 친한 척하는 것이 대본에 의한 가식으로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좀 더 길게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쫓아내는 느낌이 아니라 할머니,할아버지가 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지면 어떨까 싶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주변의 환경을 이용한 게임들이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대본이 공개된 이후로 보이는 것은 가식적은 게임 진행이다. 일부러 져 주는 것도 같고, 승부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을 하는 것이 리얼을 좀 더 강조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번 주에 했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미션을 성공시키는 게임은 미리 예측하거나 조작하기 힘든 것이기에 리얼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런 리얼을 곳곳에 가미시키면 대본 논란도 사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소통과 인정 그리고 리얼. 이 3가지만 해내어도 지금 점점 꼬이는 매듭을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패밀리가 떴다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그것이 성장통으로 기억될 수도 있고, 패인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것이다. 터닝포인트의 시점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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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늦둥이 바람을 몰고 왔던 윤종신은 종횡무진 예능계를 돌아다니며 MC로서 성장을 해 왔다. 그의 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강호동의 도움이나 유재석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박명수처럼 유라인에 걸쳐있거나, MC몽처럼 강라인에 속해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윤종신에 대한 기대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노래 잘 부르는 실력파 가수로 기억하고 있었고, 군 시절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로 노래를 부른 가수로 기억되고 있었다. 옛날 이야기지만 얼굴 없는 가수로 맑고 깨끗한 음색의 그의 노래를 좋아했고, 그런 이미지로 인해 꽃미남을 연상시켰었다. 하지만 가요톱텐에 나왔던 그의 모습을 보고 심한 충격에 빠지고 배신감까지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뿔테를 즐겨쓰던 나는 윤종신과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도 했는데 기분은 별로였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윤종신을 괜히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랬던 그가 작년에 갑자기 깐족 캐릭터를 꿰차고 나오더니 예능계의 늦둥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작년에 예능에 나왔을 때만 해도 김종서나 신해철, 신성우 등 그 당시 가수들이 나오자 유행처럼 한번 따라 나온 것인 줄만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유명한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고 황금어장의 이상한 프로그램(무월관)에 나왔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김구라, 신정환, 김국진과 함께 라디오스타의 MC로 나오기 시작하였고, 그것을 발판으로 명랑히어로, 예능선수촌, 라라라, 패밀리가 떴다까지 점차 영역을 넓히기 시작하여 이제는 완전한 예능인으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꽃미남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인지도가 큰 것도 아니고, 원래 웃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그가 어떻게 깐족 윤종신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국문과 개그

내 아내는 국문과를 나왔다. 한글을 사랑하는 아내는 나의 틀린 말들을 쪽집게처럼 잘 찾아낸다. 발음이나 철자, 심지어 띄어쓰기를 틀리면 금새 지적 모드로 들어가곤 한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뜻만 통하면 되지 저렇게까지 꼬치 꼬치 따져야 하는걸까라며 불평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국문과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서 강의를 들었는데 국문과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내와 똑같이 지적을 하여 매우 놀랐었다.

윤종신 또한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의 발음이 매우 정확하다. 보통 노래는 가사가 문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철자도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윤종신의 노래는 가사와 문법도 정확하고, 노래를 부를 때 발음 또한 정확하다. 그래서 그의 동료들은 그의 정확한 입모양과 발음을 따라하며 개그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윤종신의 그런 국문과적 기질이 깐족 개그를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한다. 말 꼬투리를 잡아 살짝 살짝 바꿔주는 깐족 개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정환의 말장난이 타고난 센스로 깐족거리는 것이라면, 윤종신의 말장난은 국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깐족거리는 것이 다르지 않은가 싶다. 주워 먹기라고도 불리우는 그의 개그는 남이 한 말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 스타일로 윤종신 스스로도 김구라가 앞에다 대고 강펀치를 날린다면 자신은 위로하고 품에 안는 척 하면서 물 잔에 약을 타는 스타일의 개그라 말하고 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동네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삼촌같은 이미지의 윤종신이 가수로 그리고 예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잘 활용하는 자세에 있지 않나 싶다. 라라라는 가수인 자신의 정체성과도 잘 매칭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장점을 더욱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과 한글 사랑,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윤종신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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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PD도 아닌 내가 PD의 조건에 대해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그건 바로 tvN의 송창의 대표이다.

말랑 100인으로 활동하는 나는 어제 신촌의 토즈에서 있었던 송창의 대표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1시간 예정이었는데, 1시간 45분을 하는 열정을 보여주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었다. 주제는 PD가 갖춰야 할 3가지 조건이었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송창의 대표가 누구인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뽀뽀뽀,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일밤(일요일 일요일 밤에), 특종 TV 연예, 남자셋, 여자셋, 세친구... 모두 송창의 대표가 MBC PD로 있을 때 만든 프로그램들이다. 송창의 대표는 누군가가 하던 프로그램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쟁쟁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송창의 대표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tvN으로 와서도 스캔들, 막돼먹은 영애씨, 끝장토론, 택시, eNEWS를 기획할 정도로 그의 감각은 매우 뛰어나고 업계의 선도적 역할을 해 오고 있다. 53년생 70학번인 그는 우리 어머니와 같은 나이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그의 강의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1. 창의성

창의력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독특한 것? 획기적인 것?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정의 내렸다. 고정관념의 탈피를 뜻하는 발상의 전환은 기존의 것을 깨뜨리는 파격(격을 깨다)에서 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파격은 새로운 것을 불러오고, 새로운 것은 패션을 만드는 것이라 한다. 여기서의 패션은 질적인 성장은 아니지만, 변하는 것을 뜻한다

옷을 예로 들면 미니스커트가 유행을 하다가 곧 질리게 된다. 그러면 치마 길이가 점차 길어지기 시작하고, 무릎까지 내려오다 발목까지 오는 롱치마가 유행한다. 그러다 또 질리게 되면 다시 미니스커트로 짧아진다.  이런 패션을 창출하는 것을 그는 대중문화라 정의하고 있다.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발상의 전환은 패션을 창출하고 나아가 대중문화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사물에 대한 접근, 시각, 관점의 차이에 따라 창의력은 창출된다. 그것이 PD가 갖춰야 할 첫번째 조건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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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슬로건은 "논란의 중심, tvN"이다. 여기서의 논란은 "화제"라는 말을 대체하여 쓴 것이다. 즉 창의성과 에너지의 원천이란 뜻으로 논란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논란 마인드라 말한다. 그리고 그 논란 마인드는 창의력과 에너지의 원천이라 한다

일밤을 만들었을 때 그는 기존의 포맷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90년대초만 해도 코미디 프로라 하면 코미디언들이 나와서 꽁트를 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혹여나 배우에게 코미디의 '코'자만 꺼내도 욕을 먹을만큼 코미디는 코미디언들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런 격을 모두 파해버렸다.

코미디 (코미디언들이 꽁트를 하는 것) -> (코미디언을 없애자, 꽁트를 없애자)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일밤이다. 처음에는 주병진, 김흥국, 노사연, 이경규로 시작했다고 한다. 개그맨 2명에 가수 2명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꽁트도 없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몰래카메라(그가 만들었다고 한다), 90년대판 UCC인 시청자 비디오, 배워봅시다, 한권의 책 등등 많은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시 경쟁 프로에는 많은 코미디언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시작한지 1달만에 많은 격차를 내며 우위를 선점하였다고 한다. 그는 "코미디언이 나와야만 웃긴다"라는 틀을 깨버린 것이다. 사람을 웃기는데 코미디언만 웃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든 남을 웃길 수 있다. 그리고 그 깨어진 틀은 지금의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배우나 가수의 활약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창의력을 마무리 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경주마의 시각을 벗어나는 순간 갈매기의 시각을 갖게 된다"고 말이다. 

2. 인간관계

PD를 정의한다면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 그는 PD는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라 정의한다. 촬영장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다.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 무대 설치, 배우, 작가등 각기 분야의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카메라 감독은 카메라에 대해서 전문가이고, 조명 감독은 조명에 대해 전문가이고, 배우는 연기에 대해 전문가이다. 그렇다면 PD는 무엇이기에 그런 전문가들을 명령하고 권위를 가진 선장 노릇을 할까?

그래서 그는 PD는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라 말한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그는 보석같이 빛나는 구슬들을 하나로 엮는 실의 역할을 하는 것이 PD라 말한다. 그래서 PD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인관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이야기를 꺼낸다. 코스모스 책의 제일 앞장에 나오는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써 놓았다고 한다.

"앤 드루얀에게 바친다.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라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었다"
(For Ann Druyan, In the vastness of space and the immensity of time, it is still my joy to share a planet and an epoch with Annie.)


그는 과학자였고, 우주가 얼마나 넓은 공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광막한 공간이란 우리가 생각할 수도 없을만큼 넓은 공간을 말할 것이다. 영겁에서 '겁' [劫]이란 '사방 10리되는 바위에 천년에 한번씩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는데 그 천사의 날개짓에 스쳐서 바위가 닳아서 모두 없어지기까지의 시간'을 뜻한다. 한마디로 셀 수 없을만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런 측량조차 못할 공간과 시간 속에서 아주 조그마한 행성인 지구에서 그것도 한 나라의 한 지역에 있는 그녀 앤과 찰라의 순간을 공유할 수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참고로 앤은 그의 부인이다.

칼세이건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라의 순간을 같이 하는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 당연히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스텝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 주위 사람도 즐겁게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수천명의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PD가 갖춰야 할 두번째 조건으로 인간관계를 말하였다.

3, 열정

그는 지금 자신이 열정이 많이 식은 상태이고 젊었을 때에만 열정을 가질 수 있다며 세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한마디를 덧붙였는데 그건 바로 불광불급(不狂不及)이었다. 역사는 미친 사람이 만든다. 예수님, 부처님, 나폴레옹, 칭기스칸 등등 모두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이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PD때 5일간 잠시라도 눈 한번 안감고 밤을 세워가며 일을 했다고 한다. 또한 7년간 휴가를 모두 반납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매진했다고 한다. 그렇게 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일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 한마디로 그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송창의 대표가 말한 PD가 갖춰야 할 3가지 조건은 바로 창의성, 인간관계, 그리고 열정이었다. 그리고 이 조건은 비단 PD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분야에 있던지 학생이건, 선생이건, 신입사원이건, 사장이건, 주부건, 부모건 누구에게나 어떤 입장에 있든지 꼭 필요한 조건일 것이다. 또한 블로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그는 PD에 대해 말하였지만, 듣는 나는 인생의 지침서로 삼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감동하고, 사랑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에 의미를 새롭게 번역하며 강의를 마쳤다.

감동하라- 스스로 감동 받을 수 있는 감성과 느낌 , 즉 Feeling을 가져라.
사랑하라- 인간과 일과 인생과 주변의 관계를 사랑하라.
희구하라-꿈과 희망을 가져라
전율하라-현재 살아있음을 느끼고 정형화되지 마라. 짜릿함을 가지고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하라.

송창의 대표야 말로 창의성과 인간관계, 열정의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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