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을 보고 있으면 미실의 정치력은 대단한 것 같다. 여자의 몸으로 그것도 귀족 출신도 아니고, 그냥 일개 색공의 신분으로 풍월주들과 권세자들을 모두 자기편으로 끌여들어 왕의 지위까지도 흔드는 권력을 쥐고 있으니 말이다. 신분의 문제만 아니었다면 미실은 충분히 선덕을 대신할 여왕이 되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여러 남자를 두고 그 아래 자신의 아들들을 두어 친인척들로 무장시킨 미실은 최고의 정치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미실이 권력을 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다함의 매화로 밝혀졌다. 사다함의 매화는 화랑이자 미실을 사랑했던 사다함이 가야를 정복하고 가야의 날씨 예측을 기록한 책력을 미실에게 준 후 죽게 되었다. 그리고 미실은 그 책력을 바탕으로 날씨를 예측하였고, 월식과 일식까지 예측함으로 그 신통함이 백성들에게 알려지며 신의 운을 타고 난 권력자로 거듭나게 된다.
당시 날씨는 농업시대였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부분이었고, 민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였다. 가뭄 때는 비가 오게 해 주고, 장마 때는 비가 그치게 하는 것이, 즉 천지를 다스리는 신통함을 가진 자가 백성의 안위를 지켜줄 수 있었기 때문에 날씨 예측은 바로 권력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실은 더 자세하고 정확한 날씨 예측을 하기 원했고, 그럴수록 그녀의 권력은 높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존하는 책력 중 가장 정확하다는 대명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미실은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천명공주에게 대적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절대 권력을 막을 자는 덕만 밖에 없다. 덕만이 빨리 공주임이 밝혀져야 미실과 대적을 할테지만, 현재로서는 칠숙까지 버티고 있는 마당에 쉽게 나서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칠숙이 소화와 함께 돌아옴으로 인해서 덕만이 공주임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나타났기 때문에 덕만이 공주가 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덕만과 미실의 싸움에서 결국 덕만이 이겨 선덕여왕이 되지만, 그 가운데는 날씨 예측에 대한 치열한 싸움이 있을 것 같다. 미실의 책력은 오로지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덕만의 날씨 예측은 백성을 위한 것이 될 것이다. 즉 정확한 날씨 예측 -> 백성들의 생활 안정 -> 권력 획득 이라는 순서가 순리인 것을 미실은 권력 획득 -> 정확한 날씨 예측 으로 순서를 뒤틀어 버려 결국 순리에 따라 선덕이 여왕이 되게 되는 것일테다.
역사 속에 미실과 덕만은 존재하였으니 권선징악이라는 것이 꼭 현실에서 들어맞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극에서 나와 현실을 바라보면 괴리감이 있어야 할텐데,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을 보면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사는 다 똑같나보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고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안면을 몰수하고 거짓부랭이로 살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권력은 하늘을 치솟지만, 곧 그들을 제압할 선덕여왕이 오지 않을까 싶다.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안정과 생활을 생각하는 그런 선한 정치인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책력을 엄청난 금을 주고 샀던 미실과 같이 지금도 돈으로 얼마든지 권력을 살 수 있고, 권력의 횡포를 부리고도 당당할 수 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재산 헌납이나 온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도 모두 과거 신라 시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올바른 말하는 자를 감옥에 넣어버리고, 소통을 하려는 손놀림은 꺾어버리니 족쇄같은 저작권법 개정은 언론 통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그러했듯 언제나 시간은 흐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덕만이 여왕임이 드러나게 되고, 선덕을 가진 여왕이 백성을 다스려 통일 신라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미실을 보고 있으면 이 시대의 정치인들이 생각나고, 덕만을 보고 있으면 블로고스피어의 블로거들이 생각난다. 글 한번 잘못 쓰면 잡혀가는 세상이지만, 끊임없이 소통하고 문화를 만들어가고, 자정 능력으로 지혜롭게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바로 선덕여왕의 모습과 닮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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