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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중계로 인해 해피선데이의 시작이 늦어짐에 따라 뜨거운 형제들을 오랜만에 보았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은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일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 줄 유일한 프로였는데, 아쉽게도 노력만큼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오랜만에 뜨거운 형제들을 보니 그 문제의 핵심에는 소통이란 단어가 있었다.

런닝맨


뜨거운 형제들을 보다가 넘 지루하고 맥락없는 이야기만 펼쳐져서 런닝맨으로 채널을 돌렸다.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이야기에 기대하고 런닝맨을 보았지만, 1분만에 다시 뜨거운 형제들로 채널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마침 본 장면은 송지효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도저히 봐 줄 수 없었다. 송지효에게 프로포즈를 하여 심박수가 130을 넘기게 하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송중기는 기습 뽀뽀를 하며 분위기를 업시켰으나 김종국은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홍보 겸 게임을 하는데 도저히 민망하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볼 수가 없었다. 살아나긴 커녕 여전히 딴 나라에 살고 있는 듯한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런닝맨은 패떴 때부터 소통을 금기시해왔다. 또한 게임에 대한 맥락이 없이 그저 자극적이고 관심을 끌 만한 게임만 했다. 그래서 유독 러브라인을 만들려 하고, 쫓고 쫓기며 달리는 액션 및 몸을 부데끼는 게임만 하는 것이다. 시청자와 소통하려 하기보단 그저 자기들끼리 놀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기에 외딴 섬에 홀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뜨거운 형제들


뜨거운 형제들에게 기대를 했으나 뜨거운 형제들 역시 별반 차이가 없었다. 런닝맨만큼은 아니었지만, 왜 저 게임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장어 먹기에 실패하여 산삼을 먹으려 했으나 백화점에 산삼이 없는 관계로 갑자기 장어를 주기로 했고, 장어를 먹기 위한 미션으로 시민들과 묵찌빠를 하여 이기면 먹기로 한 것이다. 무작정 커피숍에 들어가서 묵찌빠를 한다. 시민들의 인터뷰는 커녕 그냥 하나의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이기면 자기들끼리 와~ 하며 즐거워 하고 지면 다른 사람이 다시 도전하는 식이다.

만약 무한도전의 유재석이었다면 시민들 한명씩 간단하게 인터뷰를 하며 어디서 왜 왔는지를 물으며 지금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하여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은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무한도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묵찌빠에 임할 것이다. 묵찌빠에 대한 결과 후에도 이기건 지건 감사하다는 말 정도는 건네주었을 것이고, 이는 SNS 및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갔을 것이다. 그 시민은 자신이 무한도전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에 만족하며 자신이 참여한 프로그램에 대해 자연스럽게 홍보도 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도 마치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뜨거운 형제들에선 갑자기 들이대며 묵찌빠를 하고 이기던 지던 그냥 가버린다. 그나마 박명수가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할 뿐이다. 지나가던 아기를 보고 무리하게 묵찌빠를 하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린다. 김구라는 그 뒤에 아기가 묵 밖에 낼 수 없다는 것을 찡그린 표정으로 나타내며 건성스레 간다. 자막에는 촬영에 협조한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뜨지만 제작지만 감사하지 출연진은 별로 감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도 뜨거운 형제들에서는 길가던 시민을 붙잡고 시간을 내 달라며 막무가내로 끌고 갔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에 나오게 해 줄테니 따라가자며 선의를 배푸는 것처럼 행동했다. 자막엔 어김없이 촬영에 협조해줘서 고맙다는데 그럴 때마다 의도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사전에 촬영 동의를 구했다면 편집의 실수일 것이고, 아니었다면 출연진의 무례함과 교만함일 것이다. 가끔 슈퍼에가서 연예인이라며 하나라도 더 얻어내고 깎으려 하는 모습이 보일 때면 연예인이 뭐 대수라고 생업이 달려 있는 사람들에게 저 딴 행동을 할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전에 이야기가 된 것이겠지 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시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소통을 의도한 것이라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오히려 역효과만 났으니 말이다.

묵찌빠 후 장어를 먹으러 가게 되는데 이기광이 알러지가 있다며 쇠고기를 먹겠다고 하자 다시 게임을 제안한다.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면 주는 것인데 헐리우드 연예인 하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겹치기도 참 힘들다. 즉, 쇠고기를 먹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냥 주면 될 것을 뻔한 게임을 해서 주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것도 3번의 기회나 주며 각 멤버들에게도 1인분씩 추가 시켰으니 말이다. 맥락과 명분 없는 진행은 수많은 게임에도 지루하게 만들었으며 더 이상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남자의 자격



한참을 참으며 보다가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채널을 돌렸다. 다행히도 F1이 끝나고 남자의 자격이 시작했다. 저번 주에 이어 자격증 2탄이 시작되었다. 이윤석의 도배로 시작한 남자의 자격은 벌벌 떨면서 사투를 벌여 도배 시험을 마무리진 이윤석의 인간승리와 곧 이어진 윤형빈, 아니 윤성호의 뜨게질 자격증 성공기, 김국진의 POP 3급 자격증 성공기를 다루었다.

남자의 자격! 그 이름에 걸맞게 자격증을 따기로 한다. 1년간의 노력 끝에 정말 따기 힘든 자격증들에 도전하고 그 결실을 정직하게 얻었다. 살인적인 연예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어 틈틈히 연습하여 자격증을 획득하는 모습은 자격증의 획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이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가 힘이 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된다. 자격증을 따며 만났던 사람들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을 진심으로 위해주었고, 도와주었고, 소통을 하였다. 김국진의 말처럼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자랑을 받을 자격이 될 사람들이 된 것이다.



명분과 맥락이 있으면 그 안에 일부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넣지 않아도 즐겁고 유쾌한 웃음이 된다. 그 웃음은 일시적이지 않고 힘이 되고 지속적인 메시지가 된다. 남자의 자격의 힘은 바로 이런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통, 아주 간단한 원리


소통의 시작은 관심과 배려이다. 아주 작은 일에도 디테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사람, 그리고 프로그램이 소통하는 사람이고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이 그렇고, 남자의 자격이 그렇다. 자격증에 대한 관심 그리고 혹시나 연예인 특별 대우를 해주지 않을까,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배려가 소통을 낳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형제에는 차가운 소통만 있었고, 런닝맨에는 그나마 소통도 전혀 없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대에만 하니 소통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소통은 공감을 가져오고 공감은 곧 영향력을 의미한다. 방송에서는 시청률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일밤이 부활하려면 소통이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나마 기회인 것이 런닝맨은 소통의 의지가 전혀 없기에 남자의 자격만큼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뜨거운 형제들이 소통도 뜨겁게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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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세븐도 있지만, 행운의 네잎클로버도 있다. 남자의 자격, 평균 40대(정확히 40.5세)의 남자들이 모여서 숫자 "4"로 감동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장장 416일동안 연습을 해 온 남자의 자격 밴드. 그리고 아마추어 밴드 경연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까지 올라가 4등으로 동상을 받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열정의 4분



본선 당일, 이경규와 김태원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녹화 일정이 잡혀있어서 리허설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정진은 일본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고, 김성민은 목이 성대결절인데 뮤지컬 연습이 공연 바로 전까지 있었다. 가까스로 공연장에 모두 모인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다시 한번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총 10팀이 나오는데 한곡씩 들을 때마다 기가 죽게 된 것이다. 세련된 음악과 무대 메너까지 보여준 본선에 오른 막강한 밴드들.

김태원은 우리가 너무 자만했다며 후회를 하고, 바짝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보는 사람도 들 정도였으니 당사자들은 얼마나 더 했을까. 본선에 참가한 밴드들 중 한 밴드는 중간에 기권까지 했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아마추어 밴드가 공연을 펼친다는 것. 그리고 그 전의 밴드들이 프로같은 실력으로 기를 죽게 하였으니 기권을 할만하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 밴드에겐 피할 수 있는 카드는 없었다. 단, 단장인 김태원이 말한 "4분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 4분이 있기에 그동안 즐겨올 수 있었다."라는 것에 의지하며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성대결절이었지만, 김성민의 스타트가 좋았다. 그리고 '사랑해서 사랑해서'가 시작된다. 아뿔사! 드러머인 이윤석이 박자를 맞추는 메트로놈을 귀에서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드러머에겐 박자가 생명이고, 그 박자를 맞춰주는 것이 메트로놈이기에 그것을 떨어뜨린 것은 음악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남자의 자격 밴드를 위기에서 기회로 바꿔준 것은 다름 아닌 열정이었다. 메트로놈이 빠졌기에 점점 빨라진 비트는 결국 최고의 비트로 다다르게 되었지만, 다른 악기들과 보컬이 그 비트에 맞춰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고, "사랑해서 사랑해서"는 더욱 흥겹고 신나는 노래로 변했다. 이경규의 속사포랩은 아웃사이더가 울고 갈 정도였다. 관객들도 같이 즐기기 시작했고, 4분동안 그들은 그 시간 자체를 즐김으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폭발적인 무대를 만들어내었다.

승리의 4등


4분동안 모든 열정을 뿜어낸 남자의 자격 밴드는 고요함 속에 허탈함과 아쉬움, 그리고 기대감으로 음악의 묘미를 느끼게 되었고, 밴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결과 예상치도 못하게 기권을 포함한 10개의 밴드 중에 당당히 4등을 하여 동상을 얻게 된다. 작가도 PD도 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

1등이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 세상이라지만, 남자의 자격에 4등은 1등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승리의 상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너무도 아쉬운 것이 많았기에, 그저 최선을 다했고 즐겼기에 그들에게 주어진 상은 그 어떤 귀한 상보다 더 값진 보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앞으로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겐 "자신감"이라는 것이 생겼다. 평균 연령 40대. 불혹의 나이라고 불리우는 40대.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도 늦은 것 같아 자신감이 없는 40대에게 이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김태원의 말처럼 시작은 물음표로 시작했지만, 느낌표로 끝내는 멋진 남자들이 된 것이다.

아름다운 416일


남자의 자격 밴드의 공연 후 김태원에게 공연의 점수를 매긴다면 몇점으로 매길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김태원의 대답은 "아름다움"이었다. 감히 점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들의 도전과 성취는 많은 시청자들에게도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을 것이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인기몰이 하고 동상을 거머졌다는 말은 어떤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연예인이기에 더욱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무려 416일동안 말이다. 드럼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향상시켰고, 자신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악기라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했다. 성대결절이 날 정도로 열심히 했고, 방송에는 맨날 노래만 나오는데도 시청자는 즐거웠다.

그래서 그 416일은 열정의 4분을 만들어내었고, 승리의 4등을 만들어내었기에 아름다웠다. 우리의 인생에 아름다움도 단 4분이 결정할지라도 그 전에 416일이라는 연습과 노력의 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은 우리가 꿈꾸는 인생이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버킷 리스트를 적어보자. 물음표였던 그것들을 하나씩 느낌표로 만들어가자. 그것이 4000일이 걸려서 4분에 그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도 도전해보고 또 도전해보면 그 인생은 저절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남자의 자격은 새로운 버라이어티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돌이 나오지 않아도, 걸그룹이나 짐승돌이 벗고 나오지 않아도, 톱스타들이 나오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남자의 자격이 앞으로 펼칠 수많은 도전들이 기대되고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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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인생을 담고 있다'라는 말처럼 남자의 자격 하프 마라톤은 남자의 인생을 담았다. 하프 마라톤이 미션이었던 남자의 자격을 보고 저번 주에 많은 우려를 하였다. 황영조가 직접 코칭을 맡아주어 각 멤버별 마라톤 체력을 측정하였는데, 예상대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비덩 이정진 외에는 모두 완주할 수 없는 체력이라 판단하였고, 심지어 이윤석은 3km를 뛰고 구토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에너자이저 김성민까지 완주는 힘들다고 판단했던 남자의 자격은 이번 미션에서 각 멤버마다 완주가 아닌 자기만의 미션 완료 거리가 주어졌다.

하프마라톤은 21.097km를 뛰어야 하지만 목표거리는 각자 달랐다. 윤형빈과 김성민, 김국진은 15km, 이윤석은 5km, 이경규는 7km, 김태원은 2km, 이정진은 완주였다. 나 또한 마라톤 대회에 10km를 뛰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게 완주한 기억이난다. 10km를 가지고 완주라 하긴 힘들지만, 어찌되었든 하프는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한 거리이고 황영조의 말처럼 잘못하다간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쉽지 않은 운동이다.



그리고 고성에서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고통스런 표정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원이 의외로 선전을 하며 5km이상을 달리는 것을 보고 이 정도면 충분히 노력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김태원이 체온으로 인해 포기하고, 이윤석과 이경규도 거의 포기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정진은 선두를 지키다가 페이스 좋은 김국진에게 역전을 당하고, 착한 왕비호 윤형빈은 이윤석을 챙기며 달리다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김성민은 역시 말 많은 마라톤을 즐기며 달리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윤형빈이 의외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고, 선두는 여전히 김국진이었다. 이정진은 무릎 이상으로 인해 뛰지를 못하고 걸어가고 있었고, 그 뒤를 김성민이 쩔뚝거리며 헤헤거리고 해맑은 쩔뚝임으로 뛰고 있었다.



김성민은 지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진눈개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자신과의 약속이 있었던 듯 외투도 입지 않고 고통을 참아가며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윤형빈 또한 남모를 지독한 연습으로 김국진을 따돌리고 1등을 차지했다. 김국진 역시 처음과 같은 페이스를 끝까지 지키며 2등으로 들어왔다. 마지막 스퍼트로 이정진이 3등, 그리고 김성민이 4등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까지만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특히 김성민이 느꼈던 여러 감정이 섞인 눈물은 보는 사람도 뭉클하게 했다. 자신과의 싸움,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저런 모습을 배워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었다. 당연히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경규와 이윤석이 끝까지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포기할 듯, 포기할 듯 했지만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남자. 그 남자들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노장의 이경규는 구토증세가 나오는 순간까지 갔다. 다행히 식체였지만, 근육통과 체온은 여전히 문제였다. pd가 나와 포기하라하고, 작가가 나와 그만 뛰라하는 상황이 되자 이경규는 고민한다.

이경규가 고민하게 만든 남자는 바로 이윤석이다. 이윤석이 5km를 넘었을 때, 독감까지 걸렸기 때문에 심히 걱정했고, 저 정도면 충분히 자신의 몫은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윤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절뚝거리며 끝까지 뛰고, 또 뛰었다. 나중엔 뛸 기력이 없어서 길바닥에 쓰러지기도 하고, 난간에 당기는 배를 기대어 있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아니 걸었다. 나중엔 나무를 지팡이 삼아 걷기 시작했다.


역시 pd가 말렸다. 그만 뛰라고, 몸 상한다고... 작가는 충분하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그만하면 되었다고 말리는데 이윤석은 뛰고 또 뛴다. 아니 걷고 또 걷고, 지팡이와 함께 3다리로 걷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이경규는 포기하려 했던 마음을 포기하고 이윤석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이윤석에게 작가와 pd가 왜 그렇게 뛰려고 하냐고 물었다. 약간은 원망과 속상함이 섞인 질문이었다. 이윤석은 이경규를 위해 뛴다고 했다. 이경규가 뛰니까, 자신도 뛴다는 것이다. 또한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뛴다고 했다. 자신도 끝까지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뛴다고 했다. 이윤석은 지금까지의 미션 중 제대로 끝까지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국민약골이란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체력 때문이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자신도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래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안경에는 김이 서리고, 다리는 절뚝거리고, 얼굴을 창백해져서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달리고 또 달린다. 걷는 것이었지만, 누가보아도 그건 뛰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가장 빠르게 말이다. 이경규는 그런 이윤석의 모습을 보고 또 뛴다. 질 수 없다가 아니라 함께하자는 마음이었다.

이경규와 이윤석의 관계가 참으로 부러웠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올 때 이경규는 이윤석을 하인부리듯 할 수 있기에 좋다고 하고, 이윤석도 자신을 항상 불러주는 이경규가 좋다고 한다. 어찌 볼 때는 이윤석이 이경규의 잔심부름하는 것이 안타까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것은 이경규와 이윤석의 관계가 그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경규와 이윤석이 도착 지점인 공설운동장에 들어온 것이다. 5시간이 채 안되는 하프마라톤 최장시간 기록을 남기며 말이다. 트랙을 도는 이경규는 100m를 앞에 두고 와락 눈물을 흘린다. 김성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그걸보니 눈물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이경규의 삶에 대한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 넘어지고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이경규. 한 때는 정말 일어서지 못할 것 같고, 이제 그의 시대가 끝난 줄 알았지만, 그 또한 포기하고 싶을 때가 계속되었을테지만, 다시 일어나고 또 일어나 지금의 이경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윤석도 마지막 완주를 하였다. 정말 최고의 기쁨이었고, 감동이었다. 난 TV를 보며 끝까지 이윤석을 응원했다. 아마도 모든 시청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자의 자격. 오늘 이경규의 눈물로 그 자격이 제대로 세워졌다. 그들은 정말 진정한 남자이다. 모든 남자가 닮고 싶어하는 남자의 모습이 오늘 마라톤과 눈물 속에 있었다.


가시고기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아빠 가시고기는 엄마 가시고기가 새끼 가시고기를 낳으면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새끼를 지킨다고 한다. 비늘도 벗겨지고, 흐믈 흐믈거리며 끝까지 새끼 가시고기를 지킨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들을 위해 몸을 내어준다. 그 고기를 먹고 새끼들은 또 다시 아빠 가시고기가 된다고 한다.

남자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가시고기와 같이 보인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또 희생해야 하는 삶. 하지만 오늘 남자의 자격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남자의 삶은 남들에게 빼앗길까봐 가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자신과의 타협을 하지 않으며 끝까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어 본이 되는 삶. 그것이 남자의 삶, 남자의 자격이 아닌가 싶다. 하프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한, 그리고 완주는 아니더라도 체력 이상으로 뛰어 준 김태원과 모든 멤버들에게 당신들이 '최고'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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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의 자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긴 했지만, 패떴에 잘 대응하며 배꼽잡는 장면을 많이 연출하고 있다. 특히 김태원의 예능감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저번 주에 방영된 아이돌 미션은 유세윤의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모티콘 하나로 많은 분량을 뽑아내며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허걱! 나름 쉽다고 낸 문제들일텐데 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충격이었다. 연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세대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도 가물 가물한 노래들을 이경규와 김태원, 김국진이 맞힐리 만무하다. 유세윤의 화를 돋구며 결국 이경규가 끝까지 못 맞힌 체 끝나고 말았지만, 내 생각엔 그건 설정이 아니라 리얼일 가능성이 크다.


더 배꼽 잡는 장면은 그 다음에 나왔다. 아이돌 그룹 댄스를 춘 후 UCC로 올리라는 미션이었다. 연습 삼아 디카로 사진 찍어 올리는 것부터 했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전원을 찾지 못하는데부터 시작하여, 메모리 카드를 빼는데에 국문과 박사까지 나서서 겨우 30분만에 꺼냈으니 말이다. 컴퓨터에 옮기고 미니홈피에 접속한 후 올리는데까지...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어쩜 저렇게 모를 수 있을까 싶다가도 부모님을 생각하면 백번 공감이 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경규와 김국진, 이윤석, 김태원, 김성민은 남자의 자격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태원은 리얼인지 컨셉인지 모를 정도로 리얼한 캐럭터를 잡아서 좌중을 폭소케 만든다. 김성민 또한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밉지 않고 정이 간다. 밥줘에서의 모습은 정말 상상이 안갈 정도로 말이다.

이경규 또한 남자의 자격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서도 김국진과 함께 활약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보니 버럭 개그를 쉽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는 이경규와 김국진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데 남자들만 있다보니 더욱 편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윤형빈과 이정진이 아직 제대로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벙 떠있는 느낌이다. 윤형빈이 유세윤이 했던 역할을 잘 맡아주면 좋을텐데, 왕비호로서의 컨셉 자체가 윤형빈의 성격과는 다른 것 같다. 왕비호는 독설로서 뻔뻔하고 자뻑 수준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데, 윤형빈은 정경미를 무척 사랑하고, 마음 약한 청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리얼 예능이라고는 하나 캐릭터를 다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잡아야 할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왕비호를 염두하여 윤형빈을 캐스팅했을텐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정진은 얼굴 마담의 역할만 하고 있다. 작가들의 열렬한 서포트를 받고 있는 이정진은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2PM과의 안무 연습에서도 김태원과 이경규는 못할지라도 열심히 따라하려 하는데, 이정진만 어쩔 줄 모르며 서 있기만 했다. 춤을 잘 못추고, 그 상황에 어찌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 같아도 동일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정진 자신의 어색함 때문에 망쳐버리는 것은 피해야 할 것 같다. 특히나 연배가 훨씬 많은 이경규나 국민 시체인 김태원까지 안되는 것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이정진이 시늉조차 하지 않고 웃으며 서있던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살펴보면 남자의 자격에서 배꼽을 잡게 하는 사람은 아저씨들이다. 김국진, 이윤석, 이경규, 김태원, 이 아저씨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좀 더 분발하여 아저씨의 활약에 확실히 서포팅을 해 준다면 남자의 자격이 패떴을 뛰어넘어 1박 2일과 함께 해피선데이를 일요일 대표 버라이어티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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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새로운 늦둥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을 통해 아예 고정 멤버로 나오는 등 다양한 예능 활동을 통해 재미를 주고 있다. 놀러와에 그가 나왔을 때만 해도 부활의 김태원이 예능 프로에는 왜 나왔을까 의아해했지만, 그의 특이한 4차원 사고와 독특한 말투가 정말 재미있었다. 게다가 부활의 못다한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해버리니 궁금증까지 풀리며 예전 부활의 추억도 떠올리게 되곤 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개그의 소재로 사용할만큼 예능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김태원은 병약한 이미지로 이윤석과 비슷한 캐릭터를 갖게 되었다. 남자의 자격에서 그의 캐릭터는 병자, 환자, 송장 등 무기력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벌써 낙인이 찍혔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날로 먹는다는 이야기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수십년만에 처음이고, 아침 밥을 먹는 것도 처음이란다. 게다가 경보 수준으로 뛰는 것은 가장 빨리 뛰는 것이고, 허거운 날 힘들다고 앉아있거나 누워있다.


하지만 캐릭터로 생각한다면 이윤석을 능가하는 좋은 캐릭터이다. 이윤석이 국민약골로 인기를 얻었다면 김태원은 벌써 자신의 캐릭터를 국민약골을 넘어서는 국민환자, 국민송장같은 더 강한 캐릭터를 갖게 된 것이다. 캐릭터로만 따지자면 이윤석을 넘어선 것과 다름없다. 국내 3대 기타리스트인 그가 통기타와 함께 부활의 노래를 할 때면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수십년간 불렀을텐데 호흡이 짧아 음을 놓치거나 기침을 하거나, 코드를 잊어버릴 때면 그의 병자 이미지와 연결되면서 웃음을 준다. 국내에서 기타를 제일 잘 친다는 사람이, 그것도 그 유명한 부활의 김태원이 기타를 못치고, 노래를 못한다는 것은 기막힌 반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롤모델이 이윤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이윤석의 캐릭터는 서경석과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인기를 얻지 못하였다. 특히 국민약골이란 이미지는 강하게 어필하지 못한다.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게임을 할 때면 결과는 항상 예상이 되고, 미션을 수행할 때면 나약한 모습에 열외 하는 모습을 자주 비추기도 하기 때문에 성실한 이미지를 얻기가 힘들다.


그에게 적당한 롤모델이 있다면 은지원을 꼽고 싶다. 은지원 또한 처음 1박 2일에 나왔을 때는 무기력한 캐릭터였다. 틈만 나면 자고, 하기 싫다고 내빼고, 반항하고, TV에 나오든 말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모습은 지금의 김태원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은초딩의 캐릭터를 갖기 전까지는 은지원 또한 1박 2일 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은지원은 무기력하고, 의욕없는 캐릭터를 은초딩이란 캐릭터로 바꾸면서 정반대의 효과를 얻게 된다. 초딩의 이미지와 결부되면서 반항적이고, 솔직한 그리고 순수한 모습으로 어필하게 되어 은초딩은 예능의 황태자로 등극하게 된다. 더불어 어릴적 즐겨보던 은둘리까지 만들어냄으로 상근이를 넘어서는 1박 2일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강호동을 유일하게 대적하는 은초딩. 그가 초딩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가 은초딩이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포기한 것이 하나 있다면 무기력함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반항하는 모습은 그대로 이지만, 틈만 나면 자던 모습이나 무기력한 모습은 사라졌다. 오히려 성실하고 의욕적인 태도로 바꾸면서 은초딩의 캐릭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게임을 할 때나 이동중에 가장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집으로 특집에서는 운전도 김C대신 하는 등 기특(?)한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더욱 얻어가고 있다. 거침없는 그의 발언과 행동은 이제 은초딩이란 캐릭터로 인해 다 용납되고 더 큰 재미를 가져다 준다.


김태원 또한 은지원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의 무기력한 모습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성실하고 의욕적인 모습을 더하여 은초딩과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간다면 중년층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1박 2일에 강호동이 있다면 남자의 자격에는 강호동을 키워낸 이경규가 있다. 지금은 경규 잡는 국진이 있지만, 그 캐릭터를 노린다면 김태원에게는 지금의 인기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지금 받고 있는 질타 또한 칭찬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송에서 캐릭터를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강호동이 가지고 있다는 시청률 20%넘기는 비법이 적힌 비밀노트 3장 중에 마지막 한장이 바로 캐릭터에 관한 것이라는 것처럼 캐릭터를 잘 잡는 것은 방송활동에 있어서 성패를 좌우한다. 우왕좌왕 캐릭터를 잘 못잡는 사람에 비해 김태원은 확실한 캐릭터를 잡았기에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약간 경로를 수정하여 성실한 모습을 가미한다면 김태원은 중년의 은초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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